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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2013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2013)

snowfrolic 2013. 4. 29. 00:48


아침 7시 19분에 출발. 오랫만에 아내와 단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하며 달려서 10시가 조금 넘어 전주초등학교 운동장에 주차를 했다. 작년에도 그랬던거 같은데 동전주IC 진입로를 놓치는 바람에 15분 정도를 더 돌아온 길이다. 13회 행사 종료 후 프로그래머가 사퇴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던 jiff는 이번에 행사 로고를 교체하고 진용을 새로이 갖추어 새출발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매년 공개하고 영화 상영전 틀어주던 트레일러 영상은 제작되지 않은 듯, 매번 보려니 지겹기도 했는데 없으니 또 섭섭하기도. 14시 영화였던 '굿바이 모로코'는 인터넷 예매 상으로는 첫 날 매진되어 할 수없이 '어쨋든 존은 죽는다'를 예매해 놓았는데, 현장에서 표가 남아있어 볼 수 있었다.



1. 날 내버려 둬 (Cause I have the Looks, 2012, Germany) (전주시네마타운 6관, 11:30)



이런 영화 좋다. 크게 드러나지 않는 사회의 일면을 과장 또는 억지없이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나름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결말을 가진 영화. 불안함과 반항심이 양존하는 눈빛의 사춘기소녀 '챠로'를 연기한 '마리앙겔 뵌케'(오른쪽. 독일 소녀인듯)에게 박수를.


챠로, 라우라, 아만다, 유타

날 내버려 둬 Cause I have the Looks

시네마페스트 / 영화궁전

프리더 슐라이흐 Frieder SCHLAICH

GERMANY / 2012 / 81MIN / DCP / COLOR / 장편 극영화 / ASIAN PREMIERE

Overview 13세의 챠로는 학교와 가족 모두에게 충실하고 평범한 소녀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가 콜롬비아에서 독일로 건너와 몇 년째 불법체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어느 날 엄마가 경찰에 잡혀가자 챠로는 독일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는데.

Review 베를린에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챠로는 막 사춘기에 접어든 민감한 소녀다. 챠로는 어머니를 따라 콜롬비아에서 독일로 건너와 수년이 넘도록 불법체류를 하고 있지만 챠로의 가장 친한 친구조차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불법 체류자라는 사실을 빼면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 모든 것들이 완만한 챠로는 갑자기 어머니가 경찰에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감에 휩싸인다. 챠로의 불안은 어머니를 보호하거나 동생을 위한, 다시 말해 가족을 위한 걱정이라기보다 신분이 노출되어 베를린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저리나게 싫은, 십대 소녀의 도피적인 생각이 더 짙게 작용할 것이다. 챠로와 일상의 대부분을 공유하는 단짝친구는 독일에서 나고 자란 독일인으로, 태연하게 쇼핑을 즐기고 물건을 훔치는 등 챠로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안정된 인물로 묘사된다. 이 두 소녀의 대비는 챠로가 닥친 현실과 벗어날 수 없는 ‘뿌리’의 굴레를 더욱 강조시키는 발화점이 된다. <날 내버려 둬>는 유럽이나 미주 등의 국가에 불법체류 하고 있는 한 가족의 비애를 그리는 동시에, 해당 가족의 2세 즉 자신의 고향보다 타국에서의 삶이 익숙해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의 청소년들을 묘사한다. 경찰을 피해 시종일관 불안한 눈빛으로 매순간을 돌아보는 챠로의 눈빛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등에 업은 채 끊임없이 흔들리는 청춘의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비유하고 있다. (강민영)





2. 굿바이 모로코 (Goodbye Morocco, 2012, France, Belgium) (전주시네마타운 1관, 14:00)



11회 jiff에서 스페인으로의 밀입국을 시도하는 알제리의 인물들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 '하라가스'를 본 적이 있는데(여기), 바다를 통한 밀입국 문제는 스페인에 인접한 지중해 연안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공통된 이슈인 듯하다. 이 영화에서 밀입국 자체가 주된 내용은 아니지만 그것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만큼 인물들의 주된 동기가 되고 있다. 이야기의 중간 시점에서 시작되어 플래시백되면서 두냐라는 인물과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고 다시 결말까지 가는 구조로 흥미롭다. 결말은 치정극으로 마무리되지만 거기까지 가면서 건드린 각각의 소재들은 모로코라는 나라가 가진 면면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두냐, 디미트리, 알리, 페르센, 가브리엘

굿바이 모로코 GOODBYE MOROCCO

시네마페스트 / 영화궁전

나디르 모네케 Nadir MOKNECHE

FRANCE, BELGIUM / 2012 / 102MIN / 35MM / COLOR / 장편 극영화

Overview 남편에게 양육권을 빼앗긴 두냐는 아들 생각뿐이다. 자신이 감독하는 공사현장에서 유적이 발견되며 일확천금의 기회를 거머쥔 그녀. 아들과 해외로 도주할 계획을 세우지만 현장에서 도굴꾼이 사망해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두냐는 시체를 숨기기로 결심하는데.

Review 아랍권 국가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은 대게 모슬렘 여성이 처한 현실을 고발하거나 자유를 향한 그녀들의 작은 혁명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굿바이 모로코>는 여타 이슬람 문화권 영화들이 주제로 전면에 내세웠던 율법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배경으로만 한정하고, 두니아라는 파격적인 여성 캐릭터가 가진 힘만으로 정면돌파를 꾀하는 이색적인 작품이다. 모슬렘 여성들은 외국인과의 결혼이 금지되어 있는데, 두니아는 모슬렘 남편과 이혼하고 외국인 남자와 동거하며 공사현장에서 수많은 남성들을 부린다. 그녀의 유일한 바람은 전남편에게 양육권을 뺏긴 어린 아들과 함께 모로코를 탈출하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오는데, 그것은 공사현장에서 고대 기독교 유적이 발견된 것. 두니아는 이를 해외로 반출해 거금을 거머쥘 기회를 잡는다. 이 거래의 증인으로 그녀와 복잡하게 얽히는 사람들은 공사현장의 외국인 노동자와 하층민들이다. 자연스럽게 영화는 모로코 주변부의 삶을 통해 거꾸로 그 중심으로 들어가는 전략을 취하며, 모로코를 박제된 관광지로 그리길 강력히 거부한다. 또한 이슬람 사회의 지층아래에서 발견된 기독교 유적을 두니아의 ‘구원 티켓’으로 포장하는 대신, 이를 이용해 모로코의 복잡한 식민지 역사와 무국적 사회로 접어드는 시대의 흐름을 환기시킨다. <그을린 사랑>으로 유명한 루브나 아자발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어머니, 주인, 애인, 사업가의 가면을 끊임없이 번갈아 쓰는 복잡한 팜므파탈을 연기했다. (박홍식)



굿바이 모로코

Goodbye Morocco 
6
감독
나디르 모네케
출연
루브나 아자발, 라디보제 부크빅, 파우지 벤사이디, 그레고리 가데부아, 랄프 아모조
정보
드라마 | 프랑스, 모로코 | 102 분 | -




3. 돌격 라토르 (Rowdy Rathore, 2012, India) (전주시네마타운 1관, 17:00)



추천에 의해 7회 '비르와 자라' 이후로 다시 시도해본 발리우드 영화. 이미 경험해 보았고 결과가 좋았기에 거부감은 없었다지만... 정말로 의외의 소득이었다. 일단 관객 반응부터. 처음에는 인도영화를 처음 본 관객들이 많은 듯, 실소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곳곳에서 빵빵 터지고 관객들이 폭소하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에는 전 관객이 주인공에게 완전 몰입되어 대폭소. 지금까지 jiff 에서 영화보면서 관객의 호응도 측면에서는 최고였던 듯 하다[각주:1]. 발리우드 영화는 엔터테인먼트가 뭔지를 확실히 아는 것 같다. 영화를 보는 시간(보통 2.5~3시간 이상)만큼은 그 영화를 완전히 즐길 수 있도록 항상 춤과 노래가 함께하며 과장된 연출로 감정 자극을 시도한다. 보통 그런 연출은 거부감이 들텐데 이상하게 인도 영화에서는 용서가 된다. 경감 '비크람 라토르'가 인간병기급의 박력넘치는 액션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사기꾼겸 도둑 출신인 '시바'는 예측불허의 코미디로 배를 잡게 한다. 따지고 들자면 몇몇 아쉬운 점이 있지만, 1인 2역을 맡은 주연 악쉐이 쿠마르의 매력 발산이 관객을 압도하여 결점들은 생각하고 싶지 않게 된다. imdb에서 평점이 5.5인걸로 보면 코드가 우리나라 정서에 더 잘 맞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개봉해도 꽤 성공하지 않을지. 만족도를 주자면 4/5 정도 주겠는데, 스크린 화면 중앙의 포커스가 매우 안좋았고 소스의 사운드 상태도 별로였던 열악한 상영 환경을 감안한 것이다. 2006년의 대흥행작 비크라마쿠두(Vikramarkudu)를 리메이크한 것이라고 하는데, 원작을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라토르의 명언 "Don't Angry Me".


비크람 라토르. 시바, 바지, 친타

돌격 라토르 ROWDY RATHORE

시네마페스트 / 불면의 밤

프라부 디바 Prabhu DHEVA

INDIA / 2012 / 143MIN / 35MM / COLOR / 장편 극영화

Overview 사랑을 위해 과거의 실수를 모두 털어내려 노력하는 남자. 하지만 남자에게는 상상도 하지 못할 시련과 역경의 요절복통 코미디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2012년 인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발리우드 대작.

Review <돌격 라토르>는 텔루구(인도 남서부 지방의) 영화 <비크라마쿠두>의 힌디 버전이자 리메이크 영화다. 2006년 당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던 <비크라마쿠두>의 시나리오는 물론이고 다양한 액션 장면들까지 거의 그대로 차용한 <돌격 라토르>는 원작의 작품성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선에서 리메이크 하려는 프라부 디바 감독의 포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사실 <돌격 라토르>의 리메이크 과정은 조금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비크라마쿠두>로부터 시작된 ‘라토르 이야기’는 2007년 벵갈어 버전, 2009년 칸나다어 버전, 2011년의 타밀어 버전과 2012년 다시 벵갈어 버전인 <왕의 귀환>이 공개된 이후 처음으로 힌디어 버전, 소위 말하는 발리우드의 범주 내에서 제작되는 등 <데브다스>만큼이나 대대적인 리메이크 릴레이를 이어온 영화였다.

2012년 개봉 당시 <돌격 라토르>는 엄청난 수입을 거둬들이며 수 개월간 발리우드 박스 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했다. <돌격 라토르>의 흥행신화에는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발리우드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악쉐이 쿠마르와 떠오르는 신예인 소낙쉬 신하를 주목하는 언론과 관객들의 관심도 한 몫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요인은 ‘라토르 이야기’가 기승전결과 장르 전환이 확실한 시나리오라는 것이었다. 프라부 디바는 <돌격 라토르>의 원작인 <비크라마쿠두>가 텔루구어권의 문화에서 출발했다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텔루구어가 사용되는 지방에서의 촬영을 적극 활용했고 이는 곧 영화적 성공으로 이어졌다. (강민영)



돌격 라토르

Rowdy Rathore 
4.7
감독
프라부 디바
출연
악쉐이 꾸마르, 소나크시 신하, 나세르, 파레시 가나트라, 수프리트 레디
정보
액션, 코미디 | 인도 | 143 분 | -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1. 2002년 3회 jiff에서 월드컵 개최 기념으로 프로그램에 추가된 듯한 '그들만의 월드컵'도 관객 호응이 무척 좋았는데 '라토르'가 능가한 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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