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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gie's Blog
허트 로커 (The Hurt Locker, 2008) 본문
지난 4월 22일에 국내 개봉헀으니까 개봉한지 일주일 남짓되었는데... 어째 돌아가는 분위기가 쥐도새도 모르게 간판내릴 분위기. 방심하다가 놓칠 것 같아서 좀 무리지만 심야 상영을 선택했다.
시작하자마자 타이틀도 보여주지 않고 무슨 말이 나타난다. "전투의 격렬함은 마약과 같아서 종종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 (The rush of battle is often a potent and lethal addiction, for war is a drug)" 미국의 유명 종군 기자인 Chris Hedges의 말이다. 처음엔 그냥 그렇구나... 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보니 이 말은 영화 그 자체였다.
제임스 중사는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전쟁에 미쳤다기 보다는 전쟁이라는 분위기에 완전히 적응되어 있고 전장에서의 자신의 업무에 지극히도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의 업무 수행에 있어 늘 확신에 차있는 사람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쳤다고 할 정도로. 이런 사람은 전쟁에서 많은 공을 세우게 되고 군대라는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군인이 된다. 그러나 군대는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돌아올 곳은 가족과 가족이 소속된 사회이다. 전쟁터와 그 사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큰 곳이다. 제임스 중사처럼 매번 생명을 걸어야 하는 임무를 해야하는 업무라면 더욱 그렇다. 이 업무에 전적으로 인정받는 프로페셔널이라면 이 막대한 차이에의 적응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 제임스는 비정상인가? 허트 로커는 이라크 전쟁이 만들어 낸 지독한 워커 홀릭에 관한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허트 로커가 뛰어난 것은 그 메세지 때문만은 아니다. 여성 감독이 연출해 낸 전장의 현실감이 그것이다. 순간의 판단착오나 찰나의 실수만으로 또는 조금의 운이 따르지 않아도 몸이 산산조각나 죽어버릴 수 있는 상황 속에 처해 있는 인물 개개인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통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마치 자신이 현장에 있는 것 처럼... 실제 폭탄을 사용하고 폭발 시의 땅의 진동을 생생히 묘사한 폭발 씬은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더 긴박하게 만들어 주며, 섬세한 대사, 목소리의 톤, 극도로 긴장된 표정들을 담은 배우들의 연기 또한 탁월하다. 금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괜히 오스카 상을 6개나 받은 것이 아님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애초부터 아바타와의 비교는 넌센스였음.
전장의 현장감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야기의 긴박감을 느끼고 싶다면 차라리 그린존이 낫다. 별 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