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gie's Blog

그린존 (Green Zone, 2010) 본문

Movies/2010

그린존 (Green Zone, 2010)

snowfrolic 2010. 4. 10. 18:48
방금 보고 온 따끈따끈한 영화.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아내와 아이들이 없는 자유시간. 아마도 결혼 이 후 처음인것 같음... 영화를 하나 봐야겠는데... 보고 싶었던 셔터 아일랜드는 시간이 동네 메가박스에서 안하는데다가 상영하는 극장을 찾아보니 시간이 잘 안맞음. 업 인 디 에어는 보려면 서울 중앙시네마까지 가야하고... 네이버 평점이 7점대로 안좋던데 에라 모르겠다하고 동네 메가박스에서 하는 그린존을 선택했다. 예고편이 아카데미 6관왕의 영예를 누린 허트로커. 4월 대개봉이라는 군... 전에는 2월에 개봉한다더니... 아카데미 시상식 끝날때까지 기다린 듯한 분위기이다.

이라크 전쟁 중인 2003년 시점 WMD(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는 임무를 맡고 있는 미 육군의 특수부대 MET-Delta 팀을 이끄는 로이 밀러 준위(Matt Damon). 내부 정보에 의해 많은 곳을 기습했지만 번번히 허탕이었다. 정보의 진실성에 의심이 들기 시작한 밀러는 임무수행중 프레디라는 이라크인의 제보에 의해 이라크 군부 수뇌인 알 라위 장군과 군부인물들의 미팅 장소를 급습하게 된다. 장군은 놓쳤지만 밀러는 그 곳에서 체포한 이라크 군부 인물과 그가 가진 수첩의 정보를 토대로 미 군부가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 정보원의 실체를 파헤쳐 간다. 그를 지원하는 쪽은 사담 이후의 이라크를 군부에 넘겨주어 자체적인 이라크 재건을 지지하는 CIA 지국장 브라운. 그를 막으려는 자는 정보원의 실체를 알고 있으며, 군부를 해체 후 미국에 의한 이라크 재건을 추진하는 미 국방부 특수정보부 부장 클락 파운드스톤과 그를 따르는 뱅가드6팀 브릭스 소령(Jason Isaacs). 그 주변으로 자신의 나라인 이라크를 위해 사담을 반대하고 그 추종자인 알 라위 장군을 체포하기 위해 밀러를 돕는 이라크인 프레디. 파운드스톤에게서 WMD 정보원에 대한 내용을 제공받고 기사화하지만 더 이상 정보를 받지 못하자 밀러에게 접근하는 월 스트리트 저널의 기자 로리 데인. 그리고 이 모든 이들이 찾고 있고 사건의 핵심을 쥐고 있는 알 라위 장군이 있다.

최종 갈등에서 알 라위 장군을 중심으로 부딪히는 세 사람은 밀러와 브릭스, 그리고 프레디.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감추려는 자, 그리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이다. 프레디는 저것이 이라크 전쟁의 진실일까 싶은 사건을 허구로 되돌려 놓으며 "이라크의 문제에 미국이 간섭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남긴다.

번번히 허탕치는 일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하여 결국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전쟁의 명분이 헛된 거짓이었음을 밝혀내게 되는 전개방식. 긴박한 음악과 함께 쉴 새없이 쫓고 쫓기고 뛰어다니고... 어지러운 카메라 워킹과 함게하는 액션씬들. 무대를 이라크 전장으로 옮기고 화력을 군대의 무기로 증강시켜 Bourne 시리즈의 이라크판을 만들어 낸 것은 Bourne Suprimacy와 Bourne Ultimatum을 감독한 Paul Greengrass.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인 Rajiv Chandrasekaran 의 저서인 "Imperial Life in the Emerald City: Inside Iraq’s Green Zone"을 원작으로 "LA Confidential"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은 Brian Helgeland 가 대본을 썼다.

영화는 이라크인 프레디를 통해 정치적인 견해를 드러내고, 미 정부 인물들과 WSJ 기자인 로리 데인을 통해 바깥 "Chaos" 와는 분리된, 천국 그린존 내부에서 진실의 왜곡을 생산해내는 메카니즘을 고발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뭐랄까 멧 데이먼의 추리 액션 스릴러와 함께 그런 것을 충분히 이야기 하기에는 장식물 같은 느낌이랄까. 전하고 싶은 감독의 메세지라기 보다는 오히려 더 가치를 높이기 위한 상업적인 치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국의 군인들을 포함해 수많은 희생을 치루고 이라크를 또 다른 혼란에 빠트린 전쟁의 시발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미국 대중 문화가 가진 강한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가진 모든것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과 여건. 최근 우리나라 문화계 관련 일련의 사건들로 볼 때 분명 부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드는 생각은... 밀러 팀장 처럼 군대에서 최종 실행 단위 집단 소속의 군인이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일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지시 받은 일을 의심 없이 정확히 수행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다. 극 중 밀러는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고 조금만 생각이 있는 인간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문제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그린존은 크림슨 타이드와 닮았다.

그린존 Green Zone 이라는 제목은 원작에서 따온 것 같지만 상업적으로는 잘 못지은 것 같다. 영화 내용과 살짝 촛점이 빗나가 있는 것 같고(아니면 각본의 촛점이 벗어 났거나...), 전혀 어필이 안되는 제목.
별 4개 (개인적으로 아바타 보다 훨씬 재밌었음).


2010.4.10 영통메가박스 7관 14:30편




그린존 (2010)

Green Zone 
7.9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
맷 데이먼, 그렉 키니어, 브렌든 글리슨, 에이미 라이언, 칼리드 압달라
정보
액션, 스릴러 | 프랑스, 미국, 스페인, 영국 | 115 분 | 2010-03-25
글쓴이 평점  






* 사족인데... 아무래도 나는 영화의 화면 보다는 사운드에 더 민감한 것 같다. 극장에서 들리는 총소리는 너무나 황홀하다. 아무리 집에 훌륭한 홈씨어터를 갖다놓아도 극장을 버리지는 못할 듯.

* 두번째 사족. 다음에 극장에서 볼 영화는 이라크 전쟁 영화 2탄. 허트로커(Hurt Locker).

 


Comments

Facebook Comments : Comment Moderation T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