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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계절 (1982)

snowfrolic 2018. 10. 31. 23:59

1984년. 학교 합창단 음악선생님은 빈 소년 합창단을 벤치마킹하여 천사의 소리, 가성으로 노래하는 중학 합창단을 원했다. 나는 테스트에서 삑사리를 냈음에도 소프라노 파트에 선발되었다. 반강제로 거의 매일 방과 후 시청각실에 모여 연습을 했다. 연습했던 주 레파토리는 슈만의 '유랑의 무리'와 가곡인 '고향의 노래'였다. 연습 중 심심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가요를 연습시키고는 했다. 

 

여름 쯤이었나. 명칭은 기억 안나지만 강남 지역 합창 예선 대회가 숙명여고(요즘 시끄러운 거기) 강당에서 있었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팀은 전부 여중 합창단이었고 선생님은 참가는 하지만 합창대회에서 여자들 못이긴다며 약을 쳤다. 우리 팀은 '고향의 노래'를 불렀다. 나는 1절 클라이맥스 초고음 부분 "꽃등불이 타아아~ 게엤네~"에서 살짝 음이탈이 났고 그 소리를 들은 내 옆 친구는 이후 웃느라 노래를 제대로 못했다. 모든 팀의 노래가 끝났고 심사 시간이 되자 진행자가 갑자기 우리더러 무대로 나오라고 했다. 우리들은 뭐지 하며 쭈뼛쭈뼛 무대로 다시 섰다. 그리고 음악선생님이 피아노에 앉아 반주를 시작하는데... 띵 띵띵띵 띵띵띵띵띵 띵디리리리링... 이건? 우리들은 선생님을 쳐다보며 "아이잉~" 반항을 했고 선생님은 돌아보며 "야!" 낮게 소리쳤다.

'잊혀진 계절', 연습시간에 심심풀이로 불렀던 곡.

 

우리는 당연하게도 탈락을 했고. 그건 나 때문은 아니었다. 그리고 심사시간에 불렀던 또 다른 곡은 최진희의 '그대는 나의 인생'.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여중팀 앞에서 가요 두 곡을 부른 것에 신나했지만 탈락에 기분이 상해있는 승부사도 있었다. 그리고 일년을 연습했던 '유랑의 무리'는 한번도 공연하지 못했다.

 

'잊혀진 계절'은 10월 마지막 밤이라는 가사로 많이 회자되는 노래이지만, 1982년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 조용필의 연속 가수왕을 막은 이용의 불후의 명곡이다. 그러고 이 시절 나는 지금도 도입부의 피아노 전주만 들어도 합창단 선생님의 반주가 기억나는 인셉션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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