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gie's Blog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2014) 본문
15회 jiff에 가야하는데 너무 너무 바빴다. 올해는 포기해야 하나 하다가 5월 9일 그냥 나왔다. 올해 행사가 5월 1일부터 10일까지이니까 종료 하루 전에 온건데... 이럴수가. 시상식 끝났다고 완전 파장 분위기이다. 표사러 찾아간 지프광장도 문닫았고 한참 뒤돌아간 인포센터도 비어있고. 땀 뻘뻘흘리며 돌아다니다 결국 메가박스 전주에서 표를 샀다.
1. 공포의 역사 (History Of Fear, 2014) (메가박스 전주 8관, 10:30)
이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 이 상황이 발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 소리는 왜 나는 것인가.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수 없음에서 공포를 느낀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외곽의 한 마을. 마을 곳곳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무서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감독은 인간의 공포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본다. 답은 주지않는다.
공포의 역사 History Of Fear
경쟁부문 / 국제경쟁
감독 : 벤하민 나이스타트 Benjamin NAISHTAT
ARGENTINA, FRANCE, GERMANY, URUGUAY, QATAR 2014 79MIN DCP COLOR 장편 극영화 ASIAN PREMIERE
Review
사회학이나 철학책에 어울릴 것 같은 제목을 단 <공포의 역사>에서 벤하민 나이스타트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외곽 마을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의 에피소드를 엮어간다.
딱히 중심 서사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이 사회학적인 스릴러 영화의 질문은 한 가지이다. 현대인의 공포의 기원은 무엇인가? 대다수의 인간이 상실하고 싶지 않은 것들, 이를테면 가족, 건강, 재산, 권력 따위가 공포의 진원지가 된다. 내가 가진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공포.
이 영화가 내리는 또 하나의 결론은 공포의 대다수는 ‘보이지 않는 것들’로부터 연원한다는 것이다. 인식론의 차원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무지, 단절, 몰이해와 한 쌍을 이룬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불안한 것처럼 보이고, 공동체 안에는 알 수 없는 증오와 불신, 폭력이 만연해있다. 그러나 영화는 무엇이 작중인물들을 그토록 불안과 근심으로 내모는가를 명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이 인물들이 어떤 개성, 내면의 소유자인지도 측량할 길이 없다. 이와 같은 무지는 러닝 타임 내내 긴장을 조성한다.
무지의 공포와 관련하여 주목해서 볼 것은 ‘소리’이다. 요란한 헬리콥터 소리로 열리는 영화는 일체의 내재적 음악을 배제한 채 자연적인 소리들의 파노라마로 구성되어있다. 스코어를 통해 긴장을 만들어내는 공포영화의 클리셰에 의존하기보다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사운드의 활용이 뛰어나다. (장병원)
공포의 역사
History of Fear
0- 감독
- 벤자민 나이쉬타트
- 출연
- 조나단 데 로사, 타이타나 히메네스, 미렐라 파스쿠알, 클라우디아 칸테로
- 정보
- 미스터리, 스릴러 | 아르헨티나, 프랑스, 독일, 우루과이, 카타르 | 79 분 | -
2. 까사 그란데 (Casa Grande, 2014) (메가박스 전주 8관, 13;30)
리오데 자네이루의 대 저택에 살고 있는 한 소년. 겉보기에 남부러울 것없이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라왔지만 예쁜 동급생 소녀와의 이성교제, 젊은 하녀와의 관계, 그리고 따랐던 운전기사 아저씨의 해고 등의 사건을 통해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회의 다른 부분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살아왔던 기존의 환경과 어른들의 강요에서 무언가 부조리함을 느낀다. 어디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양극화의 문제를 한 소년의 눈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까사 그란데 Casa Grande
경쟁부문 / 국제경쟁
감독 : 펠리페 바르보사 Fellipe BARBOSA
BRAZIL 2014 112MIN DCP COLOR 장편 극영화 ASIAN PREMIERE
Review
장은 리우데자네이루의 대저택에 산다. 그는 부모 몰래 하녀의 방에 가 밤을 보내거나, 승용차 대신 버스로 통학하며 또래의 여자친구를 만나는 등 사춘기의 다양한 경험을 한다.
장의 경험의 폭이 넓어지면서 그는 계급적 차이를 실감하고 언어와 인종, 사회에 대한 차이를 깨달으면서 성숙하기 시작한다. 그와 맞물려 장의 집의 하인들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는 와중에 장의 여동생에 의해 장과 하녀의 관계가 들통이 나게 된다. 이는 사춘기의 장에게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이다. <까사 그란데>는 한 집안의 문제를 통해 브라질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면서 다양한 영역에 걸쳐있는 차이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후반부는 중요하다. 자신을 돌봐준 운전사를 찾아가 만나고, 자신이 성적 호기심을 보였던 하녀와 하룻밤을 보내는 후반의 사건들은 장의 직접적인 경험의 확장을 대변한다. 삶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부를 통해 얻거나 부르주아 사회의 교양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선과 시선이 만나고, 몸과 몸이 부딪히면서 얻어지는 차이의 부딪힘이다. 이것은 리우데자네이루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도시라면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인 단절돼버린 성장의 경험에 대한 감독의 항변이라고 할 수 있다.
장의 커다란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응시하는 것은 영화의 진정성을 향한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하녀와 함께 하룻밤을 보낸 후 세상을 내려다보는 장의 뒷모습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세계에서 거주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상용)
3. 두근대는 심장을 멈추고 (메가박스 전주 9관, 16:30)
다큐인줄 알았는데, 실은 다큐처럼 촬영한 페이크 다큐 영화이다. 목축을 하고 독실한 기독교 신앙이 유지되고 있는 미국 시골동네 한 가정의 10대 소녀들. 과연 저곳이 현대의 미국인가 싶을 정도로 강력한 가부장적 풍습 아래에서 욕망을 거세당한채 묵묵히 일만하는 소녀의 모습을 조용히 보여준다. 보는 내가 답답할 정도인데... 꿈많고 말많은 10대의 소녀에게는 얼마나 가혹하고 억압된 삶인가. 결국 이유없는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에게 어머니가 '네 문제가 뭐니?"라고 묻지만... '저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그런 그녀를 두고 어머니는 하느님께 기도를 올린다. '두근대는 심장을 멈추게 하시고...' 이렇게 조용한 영화가 주는 강력한 한방.
두근대는 심장을 멈추고 Stop The Pounding Heart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 스펙트럼
감독 : 로베르토 미네르비니 Roberto MINERVINI
USA, BELGIUM, ITALY 2013 101MIN HD COLOR 장편 극영화
Review
<두근대는 심장을 멈추고>는 핸드헬드 카메라와 자연광만을 사용해 찍은 시네마베리테 스타일의 심리 드라마이다.
영화는 농장의 소녀 사라가 염소젖을 짜고, 교리를 익히고, 동생을 돌보는 무료한 일상을 하염없이 보여준다. 사라는 ‘의무’에 해당하는 일만을 하며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다. 끝까지 영화를 보고 나서도 이 소녀의 마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추정하는 것은 난망하다.
사라가 접하는 가장 역동적인 이벤트란 카우보이 청년 콜비를 만나는 것 정도이다. 콜비는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이 동네에서 역동성을 가진 유일한 인물이다. 억눌린 상태의 사라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콜비의 만남은 별 다른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지만, 콜비를 통해 그녀의 정신적 상태가 조금씩 드러난다.
직설의 심리묘사를 의도적으로 기피하면서 ‘동물의 인간화’라는 경지에 도달하는 이 영화에서 억압적인 환경에 감싸여 끝없이 침잠해가는 사라의 두근거리는 심장은 그가 키우는 염소나 투우에 쓰이는 들소에 의해 형상화된다. (장병원)
고사동 영화의 거리. 전주시네마타운이 저렇게 변했다. 처음으로 서포터즈라운지도 가보고.
점심은 메가박스 근처 골목에 있는 새참국수. 매우 저렴한 가격의 괜찮은 국수다.
저녁은 한양소바의 콩국수. 즐겨찾는 곳이다.
15th jiff 공식 포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