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메가박스 말로는 세계최초로 빈 필의 신년음악회를 극장에서 생중계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직 온 가족이 갈 상황은 안되서 큰 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그동안 심야로만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메가박스 영통점에 항상 관객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 신년음악회는 만석이었다. 특히 나이드신 부부들이 많았고 아저씨 커플도 꽤 있었다. 클래식 애호가 분들이 아닐지.. 여자직원분의 공연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신년음악회 생중계가 시작되었다.

이 빈 필 신년음악회 공연 중계방송은 오스트리아 국영방송인 ORF에서 제작되는데, 매년 이 영상은 세계 각지의 TV로 생중계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빼고... 중계영상을 보니 각 위치의 무인카메라 및 공연장 천장부의 스카이캠을 사용하여 단원들의 연주모습과 관객들의 모습, 공연장 내부 전경 등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지휘자는 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이자 빈 국립오페라단 음악감독인 프란츠 벨저 뫼스트. 2012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신년음악회를 지휘하게 되었다.

첫 곡이 시작되는데... 극장의 스피커 시스템을 통해 울리는 대편성곡 사운드의 첫 느낌은.. 감동적이었다. 생중계되는 화면도 예상외로 선명하고 생동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연주가 계속되면서 역시 극장 사운드 시스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아마도 튜닝 문제일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영화의 사운드에 맞춰진 튜닝을 별도로 손을 보지 않은 듯.. 전체적으로 너무 볼륨이 크고 우퍼의 음량이 센편이어서 오케스트라의 디테일한 소리들이 다소 묻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볼륨이 크다보니 음악이 '쾅'하고 터져나올 때는 째지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도 많았다. 클래식 공연을 가본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현장에서의 볼륨이 어느정도인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공연 현장과 유사하게 사운드 튜닝을 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전 타임의 영화 상영이 종료된 후 짧은 여유 시간 내에 클래식 음악에 맞도록 사운드를 튜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사운드에 좀 아쉬움이 있다보니.. COEX M2관에서의 공연중계는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영통에서도 M2관에서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빈 필의 신년음악회 극장중계 상영은 만족스러웠다. 연주를 하는 빈 필 단원들의 생생한 모습과 지휘를 하는 뫼스트의 이마에 맻힌 땀방울까지 볼 수 있는 대화면의 현장감과 다소의 아쉬움에 불구하고 온 몸을 감싸는 웅장한 사운드 때문이다. 신년음악회라 거의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나 폴카곡으로 구성되어 있고 또한 바그너와 베르디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바그너와 베르디의 곡이 한 곡씩 들어가 있었다. 16번째 곡에서는 각 단원들의 솔로 연주 때마다 뫼스트가 어울리는 선물을 골라 그 단원에게 주는 이벤트를 하여 관객들을 즐겁게 하였으며 뒤이어 연주된 18번째 곡은 빈 필 신년음악회에 빠지지 않는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푸른 도나우" 왈츠. 아...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19번째 앵콜곡은 요한 스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지휘자가 관객에게 박수를 유도하면서 아주 경쾌하게 공연을 마무리 하였다. 뫼스트의 지휘 모습은 처음보았는데 .. 정말 오스트리아 사람같이 생긴데다 유모어가 있고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신년음악회는 처음 봐서 모든 지휘자들이 다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빈 필의 연주... 그들의 연주 솜씨는 잘한다 못한다를 떠나 단단하고 완고한 느낌이었다. 너무 훌륭했다.

현장의 관객들 만큼은 아니었지만 곡이 끝날때마다 극장의 관객들도 같이 박수치는 모습이 참 좋았다. 나도 아들과 같이 박수 막 쳤다. 마지막 라데츠키 때는 아들도 같이 막 박수... 박자도 못 맞추면서...

위성 중계 품질은 좋은 편이었다. 영상에서 잠깐 한 번, 소리에서 잠깐 한 번의 끊김이 있었다.

2013년 1월 1일 오후 7시 15분 ~ 9시 45분 (150분). 메가박스 영통 3관 E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