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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중전기 엘가임 (重戦機エルガイム, 1984)

snowfrolic 2012. 12. 30. 01:52

엘가임 54편 완료. "아만다라는 이로서 야만에 대한 복수를 완성했다".






토미노 요시유키 연출의 1984년 54부작 "중전기 엘가임". 전작인 이데온(1980), 자붕글(1982), 단바인(1983)의 뒤를 이은 것으로 기동전사 건담(1979)의 후속작 Z건담(1985)을 준비하느라 후반부에는 신경을 거의 안썼다라고 공공연히 얘기했던 작품이다. 기획 당시부터 젊은 애니메이터들을 대거 기용하여 육성한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시작되었고 20대 초반의 키타즈메 히로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 나가노 마모루 등이 스탶으로 대거 기용되었다. 특히 나가노 마모루는 캐릭터 디자인과 메카닉 디자인을 동시에 맡는 파격적인 발탁이었다. 단바인에 바로 뒤이은 것임에도 이전 작품들에 비해 캐릭터 디자인이나 메카닉 디자인에서 그리고 작화의 퀄리티에서 점프라고 할 만큼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진보는 뒤이은 Z건담으로 계승되고 있다. 이는 토미노 요시유키가 제작을 젊은 스탶들에게 대폭 양보(?)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또 그 젊은 스탶들로서도 벅찬 마음으로 열정을 바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각주:1]. 기본적으로 출생의 비밀을 가진 주인공과 여동생의 존재, 그리고 거대한 제국과의 전쟁에 휘말린다는 전개와 빔샤벨 등의 무기 설정 등 엘가임의 구성은 스타워즈의 그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 역력하지만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세련되고 정교한 디자인의 헤비메탈이라는 로봇의 설정과 펜타고나 월드라는 거대한 세계관의 등장은 충분히 환호할 만한 것이었다. 이 세계관의 설정도 사실상 나가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데 그는 자신이 설계한 펜타고나 월드를 엘가임에서 더 자세히 보여주고 싶어했으나 이 의도는 연출자(토미노)에 의해 상당히 생략되어 버리게 된다. 이게 불만족스러웠던 나가노는 자기버전의 엘가임 설정집을 만들었고 이후 이 세계관을 더욱 확장하여 fss를 뉴타입에 연재하게 된다.




나가노 마모루(좌), 키타즈메 히로유키(우)의 엘가임 일러스트



연출자가 스스로 신경을 못 쓴 작품이라고는 했지만, 전편을 다 보고나서는 Z건담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팬심이 흐려질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각주:2]. 엘가임 마크2의 360도 전방위 스크린이라던지 버스터런쳐의 등장과 사용 방식, 랜드부스터 같은 플라잉 아머의 존재의 등장, 항공모함처럼 구성되는 전함과 헤비메탈의 활용법, 목표를 궤멸시키기 위해 운석과 같은 우주의 천체를 낙하시키는 공격법 등이 그렇다. 나는 미니 백과사전 류를 통해 1986년에 Z건담을 가장 먼저 알게되었고 팬이 되었고 가장 먼저 TV시리즈를 보았다. 나중에야 1979년작 기동전사 건담 전편을 보고나서 Z건담은 심하게 말하면 아류작에 불과하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메카닉적인 설정이나 이야기 구성 상의 디테일의 우수함은 여전히 인정하고 싶었다. 그런데 엘가임을 보고나서 그런 설정 등도 많은 부분이 엘가임의 것들을 사용한 것임을 느끼고 나니... 이것 참... 그러고 보면 엘가임이나 Z건담이나 메카닉 설정의 많은 부분을 나가노가 이루어 냈는데 나의 팬심은 결국 나가노에게 빠져있던 것과 다름아니었던 건가?







엘가임 대사전의 "헤비메탈 계보"를 바탕으로 만든 것. fss에서도 볼 수 있는 낯익은 디자인과 이름이 많다. 블러드 템플과 오리지널 오제는 오리지널 헤비메탈이다. 그 성능은 엘가임에 주로 등장하는 대부분의 A급, B급 헤비메탈을 압도한다. 오리지널 오제는 마지막화에 등장하여 그 압도적 파워를 보여주지만 블러드 템플은 과거 성전에서 템플 나이트가 사용하였다던 설정으로만 존재할 뿐 극 중에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설정 상의 블러드 템플의 모습은 fss의 레드 미라지와 거의 동일하다. (위 그림을 가만보니.. 엘가임 대사전을 보고 한 것이긴 한데... 스택이 디저드에서 발전한 것이라는 건 틀린 것 같다. 화살표는 블러드 템플에서 스택으로 이어져야 맞을 듯. 다시 정리하면, 디저드는 엘가임을 바탕으로 반란군이 개발한 것이고, 무기상 포세이달이 야만계 디저드와 포세이달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형으로 개발한 것이 스택이다. 마크2는 스택을 훔쳐와서 주워온 블러드 템플의 머리를 이식하고 일부 야만계 기술을 추가하여 완성한 것.)


작화에 상당히 공을 들인 마지막화의 오리지널 오제




54화 오리지널 오제의 머리와 53화 마크2의 머리에서 보이는 여자 모습의 실루엣. fss의 파티마의 외형을 가지고 있다. 엘가임에는 '클로소', 마크2에는 '티타'가 타고 있다는 설정이 나가노판 엘가임에 언급되고 있는데 이는 후에 추가된 설정일 뿐, 애초의 헤비메탈 설정에서 파티마의 존재는 나가노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1987년 쯤인가 미니백과사전 시리즈의 한 편으로 "칼라판 엘가임 대사전"을 사보고서는 Z건담 못지않게 팬이 되었던 한 사람으로서 25년이 지나서야 전편을 다 보게 된게 미안하기도 하고 괜한 의무감을 털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왜 이제야 보았을까 싶을만큼 펜타고나의 설정과 이야기는 좋았다. 아마 fss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겠다. 









  1. 키타즈메나 오오모리의 인터뷰에서도 언급한바 있음. 캐릭터,메카닉 디자인에서의 나가노의 활약이나 작화에서의 키타즈메의 활약은 대단한 것이었다. [본문으로]
  2. 물론 요즘 애니에 비하면 설정 상에 앞뒤가 안맞는 오류들이 있기는 하다. 그건 세월을 감안하여 그러려니 하는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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