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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英雄本色 (A Better Tomorrow) - 재개봉 본문
8월 8일에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뻤는지...
재개봉 포스터한국 개봉 포스터
오늘(정확히 어제 10일) 압구정 CGV 4관 밤 9시 40분 편을 보았다. 원래 서대문 드림시네마(구 화양극장)과 종로2가 허리우드에서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일부 CGV에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남권에서는 압구정 CGV에서만 상영... 그것도 하루에 1회.. ㅡㅡ;;; 하여간 종로까지 나가기에는 부담스러워 밤이지만 압구정 CGV로 달려갔다.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한국이 중국을 물리치는 장면을 본 후 바로 gogo.
1987년 겨울에 처음으로 봤으니 22년만에 극장에서 보는 건가... 세월은 많이도 흘렀고 변한 것도 많다. 장국영은 2003년 4월 1일에 자살로 목숨을 끊었고, 주윤발은 헐리우드에 진출했지만 메이저급은 되지 못했으며, 적룡은 가끔 영화에 출연하시는데 많이도 늙으신 모습... 하지만 영화속의 그들은 그대로이다.
또 변한게 있다면.. 바로 나다. 영웅본색 이후에 수 없이 많은 영화를 보아 왔고, 그 영화들 역시 세월에 따라 계속 변해왔다. 당시에는 영웅본색의 이야기는 상당히 박진감 넘치고 빠른 전개였다. 하지만 지금 느끼는 그 이야기는 최근의 영화에 비하면 액션 영화류의 전개가 아니라 드라마의 그것이다. 당시에는 그 박진감이 좋았지만 지금은 드라마여서 오히려 더 좋다.
이번 재개봉편은 1987년 개봉판과 다른 점이 있다. 1987년판은 북경어 더빙판이었던 반면 이번은 광동어 원본판이다. 북경어 더빙판을 너무도 많이 봐서 익숙해져 있는 내게 광동어 버전은 좀 낮설게 느껴진다. 영화의 포인트에 해당되는 느낌들이 있는데 거기에는 음악이나 대사가 함께하게 된다. 그런데 그 포인트의 대사 느낌이 달라져 버리니 분위기를 깬다고나 할까... 예를들면 아걸이 "아걸이라 부르지마! 경관이라 불러!"라고 송자호에게 말하자.. 송자호가 울분을 삭히며 뜸들였다가 하는 대사는 "찡관" 이었는데... 광동어는 짧은 발음의 "??". 또 송자호가 3년만에 소마를 만나 처음 부르는 장면에서도 "쇼마"하고 느리게 말하는 투였는데... 짧게 "마크". ㅡㅡ;;; 그래도 입모양과 동일한 배우들의 원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점은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하나의 차이점은 1987년판과 자막 번역이 약간 다르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북경어 더빙판을 번역해서 그랬는지 자막의 내용이 약간 달랐다. 내가 중국말은 모르지만 이번 번역이 좀 더 충실한 것같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그래서인지 당시에는 몰랐던 내용을 알게된 부분들이 있었다.
자막 탓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 다시 보게되어 그런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여러가지 것들이 눈에 보이고 이해가 된다. 그러고 보니 오우삼 감독은 참 섬세한 연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구조하며,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배경인물들의 시선처리까지도...
지금까지 알고있었던 것과 달리 새로 이해하게 된 사실들.
# 극중 인물의 명칭이 다르다. 홍콩식 영어이름을 사용함.
송자호(아호) - 동일
송자걸(아걸) - 키트
마극례(소마) - 마크
소기 - 재키
# 초반에 송자호가 마크와 같이 외국인들과 위조지폐 거래를 하는 장면. 북경어판에 비해 마크의 영어 실력이 정확하게 드러난다. "Sure.","Of course"의 반복.
# 초반의 술집에서 아성에게 마크가 경험담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노래. 구창모의 희나리인데... 1987년판은 북경어 노래. 이번것은 광동어 노래. 여기에서 마크는 첫거래 후 다시는 누구든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지 못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자신의 최후에 대한 암시였던 것 같다.
# 대만에 거래를 하러 간 것은 송자호와 아성이었지만, 마크도 대만에 같이 가기는 했다는 사실. 송자호가 체포된 다음날 아침에 대만에서 마크는 조간 신문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며, 원래 송자호의 거래 대상이었던 송선생을 만나 배신자(송선생의 친조카)의 위치를 알게된다. 당연히 복수를 하게 되는 장소인 풍림각도 대만에 있으며, 오우삼이 분한 경찰간부도 대만경찰이었던 것이다.
# 대만 송선생의 말에 의하면 아성은 홍콩의 신흥조직을 이끌고 있으며 송자호가 모시고 있는 요선생과 손을 잡고 송자호를 제거하기로 한 것임. 송선생의 친조카도 아성과 손을 잡고 송자호 제거에 나섰다가 마크에게 처절하게 복수 당하게 된다. 대신 마크의 한 쪽 다리를 가져가면서...
# 출소 후 동생을 처음만나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소리를 들은 후... 항구의 한편에 걸터앉아 먼 곳을 바라보는 송자호의 모습... 메인테마곡을 하모니카 연주로 변주한 "호의 테마"가 울리며... 예전과 달리 왜 그 장면이 그렇게도 절절히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나이 탓인 듯.
# 출소 후 송자호가 마크와 처음 만나는 장면. 예전에는 그 장면이 그렇게 가슴 뭉클하고 목이 메었었는데... 지금은 아닌 듯. 광동어 탓인가... 오히려 송자호가 스스로 수갑을 채우며 우린 길이 달랐었다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이 뭉클했다.
# 아성이 출소후의 송자호에게 다시 접근하여 조직에 끌어들이려고 하는 이유는 송자호가 보스였던 시절의 거래선들과 다시 거래를 하기 위해서이다. 아마 그 거래선들이 자신과는 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했었던 듯.
# 아성의 오른팔로 나오는 험한 인상의 조직원. 성규안이다. 영웅본색 당시에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지만 이 후 홍콩 느와르 류의 영화에 셀 수도 없이 출연하게 된다.
# 출소 후의 송자호는 조직세계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다시는 그 세계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려 하며 자신이 변한 모습을 동생에게 인정받고자 한다. 마크는 비록 다리를 잃어서 예전같지는 않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것들에게 자신이 무시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그것이 그가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다. 그는 그것을 위해 모멸과 천시를 참아가면 3년동안 송자호를 기다렸다.
# 송자호는 변하고자하는 자신때문에 고통을 받는 동생과 친구를 보며 결국 원칙을 포기하고 만다. 아성의 조직을 무너뜨리고 한 몫 챙겨서 떠나자는 마크의 계획에 동참한다. 하지만 사실은 다른 방법으로 원칙을 지키려고 한 것일 뿐이다. 마크를 먼저 보내고 자신은 동생에게 체포되기를 원했던 것. 결국 의리와 우애를 모두 지켰다.
# 마크는 자신이 무시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는 돈을 가지고 떠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의리를 선택한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마크의 테마"와 함께 보트를 돌리는 명장면!!!
재개봉이라하지만 워낙 오래된 영화라 요즘 영화들에 비해 화질도 않좋고, 사운드도 별로다. 하지만 그들이 엮어내는 이야기 속에 그런건 이내 잊혀진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영웅본색 OST의 힘은 영화의 절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홍콩영화 가운데 최고의 OST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 구할 수 없다는게 아쉬울 따름.
다시 봤지만 여전한 감동과 여운.(느낌은 살짝 다르긴 했다.) 난 항상 영웅본색은 별 다섯이다.
오리지널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