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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실 오키스 끝 본문

미술 : 수채화 유화/화실 오키스

화실 오키스 끝

snowfrolic 2024. 7. 1. 00:49

한동안 화실 작업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지만 
화실은 계속 다니고 있었다.
 
거의 2년간은 작품을 그리기 보다는
소묘-수채화-유화 훈련 커리큘럼을 거치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올리고 싶은 글이 없었다.
 
달리 생각하면
훈련 과정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쓸거리들이 더 많지않겠냐 싶은데
시간은 이미 지났고 지나 간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동안 이런 것을 그렸습니다하고 보여줄만한 작품은 없지만
이제는 스스로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어서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COVID-19라는 전대미문의 시국을 맞아
2015년 9월부터 다니던 집 앞의 미술학원이 2020년 6월에 문을 닫았고
우연히 알게되어 그해 7월말 등록했던 화실 오키스는
2024년 6월 29일부로 영업을 종료했다. 
 
인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오랜 시간동안 고전 화법을 연구하셨던 작가님은
회원들을 마치 미술 아카데미 학생인 듯이 대하셨고 
자신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기 보다는
그리는 사람이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과 지적을 통해 수업을 이끄셨다.
그림이 완성되는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은 꽤나 시간이 걸리는 방법, 한마디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방법이었다. 
취미 미술로 생각하고 등록했던 이라면 회의감이 들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회화 실력을 키우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최고의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의외로 회원분들은 대부분 작가님의 방식을 선택하고 받아들였다. 
 
기초 커리큘럼을 마치고 반복해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보면
언젠가는 그럴듯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매주 문을 열고 들어갔던 곳.
사실은 고단했던 일주일을 보내고 난 후 
오롯이 실루엣과 색만을 보며 손이 이끄는 붓질의 시간에 빠져들어
또 다음 주를 살아갈 기력을 회복하던 충전소 같은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갑작스러운 화실 운영 종료를 맞게 되니 
해보고 싶었던 것 한 작품이라도 그냥 저냥 마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화실에서의 마지막 그림이다.
기초 커리큘럼을 마치고 작품 방향에 대해 괴로워하던 기간을 지나 (사실 아직도 고민 중),
상의 끝에 고전 초상화로 방향을 정하고 내가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원본으로 시도한 것이다. 
올해 2월부터 시작했고 이게 이렇게 오래 그릴 그림인가 싶기는 한데
매 시간 어찌할 줄 모르고 방황하는 내 붓끝과 작가님의 지적으로 고민하는 내 시선 탓이었다.
다음 그림을 시도한다면 방황과 고민의 시간은 조금 더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캔버스는 몇년전 이베이 프랑스에서 구입한 액자에 끼우려고 산 8F 린넨 캔버스로 (근데 액자에 안맞음 ㅠㅠ),
두 번의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1차 젯소칠(2회), 2차 오일 프라이머칠 작업이 된 것이다.
오일 건조가 어느 정도 되면 바니시 마감을 해 볼 예정이다.
 

 

Unkown Named Lady, Oil on Linen 8F, 2024
Unknown Named Lady, Oil on Linen 8F, 2024

 

 

앞으로는 어떻게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많은 취미 미술 학원이 있지만 유화 전공 선생님이 계시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고 이곳처럼 고전 회화를 기반으로 한 곳을 찾기는 더욱 어려운데, 거리도 멀지 않아야 한다. 

따로 작업실 없이 집에서 혼자 그리는 것(그것도 유화를)은 지속가능성이 매우 낮은 방법이다. 하지만 다음 방법이 정해질 때까지는 복습 겸 혼자 그려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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