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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 (2023)

snowfrolic 2023. 12. 25. 19:33



2023년 크리스마스 아침. 이브 아침에도 오늘도 밤새 눈이 내렸다. 어제 하루 종일 차를 쓰지 않았더니 이틀 동안 차 위에 곱게 쌓인 눈은 대략 10 cm는 되어 보였다. 이렇게 충실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오랫만인 듯 하고 앞으로는 매년 이러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동네의 메가박스 영통점이 12월 31일까지만 영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 영업 종료 전에 Dolby Atmos관(구 MX관)을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어제 큰 권군과 지난 주에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를 보기로 얘기를 한 외출이었다. 

 

 

올해 갈 때 마다 한산했던 메가박스 영통점의 로비는 최고 흥행작 '서울의 봄' 상영과 '노량'의 개봉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맞아 꽤 많은 관객들로 북적였다. Dolby Atmos관의 자리를 선택할 때는 늘 G열을 선택했는데, 정가운데 자리인 14,15열의 자리가 없어서 J열을 선택했다. G열은 시야에 스크린이 적절히 가득차 보이는 장점이 있는데 사운드의 스윗 스팟은 I,J열 정도이고 스크린의 크기가 좀 줄어들기는 하나 시야각 측면에서는 시선과 잘 맞는 장점도 있다. 

 

지류 티켓

 

확실히 기술적으로 한국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에 뒤지지는 않는 수준이 된 것 같다. 연출자와 각본가, 촬영 등 미술과 문학 영역에서의 역량과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전작인 한산에서는 감독이 명량에서의 군더더기를 줄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였는데 노량에서는 한산에서보다 더 노력한 듯 하다. 그러다 보니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한 부연적인 에피소드가 아예 없어졌고 왜군 다이묘들 간의 밀당과 조명 연합군 내의 갈등 상황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극이 전투를 위해 필요한 직접적인 배경 설명과 1시간이 넘는 노량 전투 장면으로 단순하면서도 묵직하게 구성되어졌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완성도 높은 의상, 미술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 기술에 힘입어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이 만들어졌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스포일러를 향해 영화는 숨가쁘게 달려간다. 

 

그 와중에 의문이 몇 가지 들기는 했는데

 

김윤식 배우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으나, 당시의 이순신 장군의 얼굴이 그렇게 살찐 모습을 아니었을 것 같다는 사소한 생각. 이건 명량의 최민식 배우였을 때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노량 전투 초반을 보면 조선 수군은 판옥선의 함포와 신기전 등의 무기로 압도적인 사거리와 화력으로 왜군의 함선을 초토화시키는데, 이렇게 잘 준비된 무기 체계와 훈련 수준을 가지고 있는데 임란 초기에 왜군에게 일방적으로 밀린 이유가 뭔지 궁금해 지는 것이다. 역시 국가나 군대의 지휘 운영 체계가 지휘관의 역량이 차이에 의해 전력이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시절이었던건가 싶고. 

 

그런 압도적인 화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투 종반에 근접전을 시도하면서 왜군에게 유리한 함상 백병전으로 전투를 끌고갔던 이유가 뭘까 싶은 것이다. 조선 수군이 가진 화력과 훈련 수준의 장점을 전혀 발휘할 수 없고 그렇다고 평지에서의 진법 사용도 불가능한 인당 전투력으로 결정되는 상황이 아닌가 말이다. 관음포에 포위된 왜군 함선 라인의 허리를 끊기 위해 불가피했던 전술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 때문에 조선 수군은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0여명 이상의 장수들도 사망 그리고 통제사 이순신 장군도 사망하게 된다. 왜군들은 1만명 이상 죽었다. 

 

시마즈 요시히로는 어떻게 됐다는 건가. 북소리에 몹시 괴로워하며 구토하는 등 내상을 상당이 입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순신-이회의 내공이 실린 북치기 때문인지. 실데 역사에서는 시마즈는 살아서 왜국으로 돌아갔으며 그가 조선에서 약탈한 보물 중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있었고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그것이 이번에 영구 반환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있다. 

 

디테일에서 상상과 영화적 왜곡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실제 역사적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편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그리는 장면에서 힘을 뺐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것. 다른데서 너무 힘을 빼서 여기에서만큼은 뺄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는지 페이크 저격 장면이라던지 과도하게 슬로우한 묘사가 그 때까지 유지된 리듬을 깨버려서 많이 아쉬운 지점이었다. 

 

 

지난 12월 11일에 메가박스 앱에 영통점의 영업 종료를 알리는 공지가 떴다. 건물 계약기간이 23년까지라서 이후로 재계약이 안될 거라는 소문은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이 공지로 올게 왔구나 하는 생각이었고 이후에 롯데시네마로 변경되지 않겠냐는 예상에 대해서도 최근 롯데 시네마의 경영 상태를 볼때 과연 그렇게 될까 싶기는 했다. 역시나 얼마 후 지역 카페에서 그 자리에 49층 규모의 오피스텔 주상 복합 건물을 새로 건축한다는 12월 4일의 수원시 건축위원회 조건부 의결 얘기가 뜨거웠다. 그렇다는 건 영통역 사거리의 상징과도 같았던 초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방 스크린 스피커 10개

전방 우퍼 11개

좌우 서라운드 스피커 8×2열 = 16개

천정 서라운드 스피커 8×2열 = 16개

후방 서라운드 스피커 10개

방 서브우퍼 2개

마이어 스피커 총 65개로 구성된 Dolby Atmos 사운드 시스템

 

크리스티 4K 듀얼 프로젝터

그리고 가로 19미터 1.85:1비율 실버스크린

 

메가박스 영통 MX관 J14석에서의 시야. 가로 19미터의 실버스크린과 11개의 우퍼 스피커가 보인다.

 

가죽 소재에 장시간 앉아 보기에 충분히 넓고 헤드레스트가 적절해서 잠자기에도 편안한 458석의 초대형관

 

메가박스 영통 MX관의 458석 좌석

 

경기 남부권에서 이 정도 규모와 사양을 가진 상영관은 몇 개 없는데, 많이 아쉬운 결정이다. 

메가박스 영통에서의 마지막 관람으로 생각했지만 성격 상 폐점일까지 최대한 더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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