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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2016

자객 섭은낭 (刺客聶隱娘, 2015)

snowfrolic 2016. 2. 7. 01:28

개봉을 기대했던 영화인데... 아무래도 빨리 보지 않으면 극장에서 못볼것 같은 분위기라 얼른 다녀왔다. 상영관이 극히 적다. CGV 아트하우스관 중에서도 경기도권에서는 CGV오리 정도에서만 상영중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을 보니 대충 영화의 분위기를 알 것 같아서 염두에 두고 보았다.  

 

 

2016년 2월 6일 CGV오리 8관(아트하우스) 21시 40분편. F9. ★★★★


그래도 예상보다는 재밌게 보았다.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섭은낭의 이야기는 단순하게 다루어진다. 전체적으로 대사의 양이 매우 적은 편이고 일부 등장인물들의 일부 대화만을 통해 인물관계나 전후사정을 파악할 수 있다. 섭은낭(서기)의 목소리 듣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럼 106분의 러닝타임은 뭘로 채우나? 우선, 이 질문은 전에도 하지 않았던가? 맞다. '레버넌트'에서 했다. 그런 영화다. 다만 '레버넌트'는 과정의 디테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면 이 영화는 극도로 정적이면서도 서사와는 상관없어 보이는[각주:1] 풍경을 보여주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영화는 콘트라스트가 강한 영상을 주로 사용하여 풍경을 보여줄 때는 마치 수묵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감독, 촬영감독이 기울인 노력이 헛되지 않게, 35mm 코닥필름으로 촬영된 풍경들은 절로 감탄이 나온다. 음악은 극히 절제되어 있고 새소리나 강물 소리, 바람 소리 등을 강조하여 들려준다. 또한 궁이나 저택 장면 그리고 의상에서 보여지는 구도나 색채도 아주 정교하며 무척 아름답다. 감독은 이를 위하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2.35:1 화면비를 사용하지 않고 1.41:1 화면비를 주로 사용한다 (가성공주가 거문고를 타는 한 장면에서 1.85:1 화면). 많은 정보를 주기보다는 전달에 필요한 화면만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레버넌트'에서도 그랬지만, 눈이 호강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각주:2].


그런데 그런 화면들은 정말 서사와 관계가 없는 것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감독이 언급한 부분은 흑백화면은 과거, 컬러화면은 현재를 담고 있는 것이며 컬러화면이지만 노이즈가 두드러지는 장면(가성공주가 거문고를 타는 장면 등)은 섭은낭의 회상 장면이라는 것 정도이다. 내 개인적으로 느낀 부분은... 그 장면들은 섭은낭이 느끼는 감정의 무게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섭은낭은 거의 13년간을 자객으로서 훈련받은 인물이다. 10살때 집과 부모를 떠나 도사(가신공주) 문하에서 무예를 배웠다. 훈련의 결과인지 그의 표정은 변화가 없으며 겉으로는 감정의 기복도 거의 없다. 섭은낭은 극중에서 대적할 자가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가졌지만 경우에 따라서 목표를 죽이지 못하는 결함(?)을 가진 자객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부는 옛 정혼자인 사촌 오빠 전계안(장첸)을 죽이라고 명한다. 13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섭은낭은 어머니로부터 자신을 아꼈던 가성공주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전계안과의 어릴적 추억 등을 떠올리기도 한다. 전계안을 죽이러 가는 과정에서 몇 개의 사건을 거치면서 섭은낭은 자객이 되기를 포기한다. 대사나 표정으로 설명해주지 않는 그녀의 변화는 중간 중간의 장면들이 보여주는 시간의 여백이 없으면 감정적으로 설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가 된다.


사부는 말한다. "검은 무정하니 성인군자의 고민과 번뇌와는 다른 것"


섭은낭은 자객이 되기에는 그릇이 큰 인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자객 섭은낭의 원작은 당나라 배형이 지은 '전기(傳奇)'에 있는 섭은낭 고사인데, 여기에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만 씌여 있다고 한다. 이것과 역사적 상황을 기반으로 한 영화의 배경에 대한 설명은 이곳 사이트에 상세히 씌여있다: <자객 섭은낭> - [특별부록] 시대적 배경, 줄거리 따라잡기!

이와 더불어 인물관계도를 알면 영화보는데 도움이 된다. 다음을 참고.






  1. 정말 상관이 없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본문으로]
  2. 뉘앙스는 조금 다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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