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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gie's Blog
천녀유혼 재개봉 (倩女幽魂, 1987) 본문
DP에서 천녀유혼 재개봉 상영한 것을 보았다는 글을 보고서는 얼른 상영관을 찾았고, 서울 압구정의 조이앤시네마라는 처음 들어본 곳에서 아직 상영 중인 것을 알게 되었다. 주말을 기다렸다가 오늘 다녀왔다.
조이앤시네마 라는 극장이 어떻게 세워졌고 운영되고 있는지는 찾아봐야 겠지만, 일단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신사중학교 길 건너편의 한블럭 안쪽에서 찾으면 되는데 간판이 일반 극장처럼 눈에 띄게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초행길이라면 스타벅스 가로수길점을 찾고 그 맞은편을 보면 찾기 쉽겠다.
그렇다. 예상할 수 없었던 극장 간판.
위 사진에 보이는 왼편 건물 입구로 들어가서 지하2층으로 내려가면 극장입구이다. 영화시작 20분전에 도착했으나 문이 잠겨 있어서 여기가 입구가 아닌가하고 계단을 서성였다. 그때 직원이 후다닥 지나쳐 내려가더니 문을 열고 극장 영업 시작. 안으로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영화포스터 타일이 장식되어 있다.
손님을 맞이하는 8편의 영화 포스터
상영관은 단관 59석 규모이다. 대기실은 단촐하다. 보이는 의자 바로 뒷편이 상영관 출입구.
Box Office는 매점과 같이 운영되고 있는데 직원 1분이 상영기사까지 3역을 모두 담당.
혹시나 싶어서 예매를 했는데 역시 관객은 나 포함 5명.
상영관 규모를 몰라서 자리선정에 고심했는데... 실제 가보니 좌석은 총 다섯열이고 가운데 통로가 있으며 가장 뒷열에는 소박한 테이블이 있어서 음식을 올려 놓고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좌석예약은 A열 6번이었으나 C열 6번 좌석이 가장 좋은 위치로 생각된다. C7도 마찬가지. 그러나 이 극장이 좌석 경사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A열에 다른 관객이 앉아 있을 경우 머리가 화면을 가릴지 어떨지 모르겠다. 또한 영사실과 관객석과의 높이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관객이 조금만 몸을 일으켜도 영사되는 화면을 가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여러모로 고등학교 시절 천호동 구사거리의 빌딩의 한층을 개조하여 운영했던 새로본문예극장이 생각나는 환경이다. 천녀유혼을 가장 많이 보았던 극장도 새로본문예극장이다.
천녀유혼은 1987년 12월 5일에 당시 세운상가 근처의 아세아 극장에서 개봉했는데 개봉당시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당시 TV에서 광고 예고편을 보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개봉관을 찾아갈 생각까진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개봉관에서 우연히 보고와서는 정말 훌륭했다고 감탄을 연발하는 반 친구녀석의 후기를 듣고서는 다른 친구와 같이 재개봉관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 당시의 신문 광고. 1
찾아간 곳은 천호동 구사거리의 천호극장. 당시 재개봉관들은 다른 영화와 번갈아면서 상영을 하였는데 천녀유혼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내츄럴과 동시상영중이었다. 천녀유혼을 먼저 보았는데.... 이건 뭐... 한참 감수성 돋을 나이에 여러모로 감동의 도가니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어차피 좌석 지정도 아니니 이어서 동시상영 영화 내츄럴 보고 그 다음 천녀유혼 상영까지 한 번 더 보고야 말았다. 그 시기를 시작으로 천녀유혼의 신드롬이 시작되는데 아까 말한 그 동네의 새로본문예극장에서는 내 기억으로는 12주 연속 상영을 하기도 했다.
오리지널 포스터
이 포스터 이미지의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이 이미지의 대형 포스터를 위에서 말한 천호동 새로본문예극장에서
장기 상영 특전으로 관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나도 가지고 있었는데... 어디 갔는지 없어졌음.
당시 그렇게 좋아했었고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영화지만 그때 이후로 극장에서 다시 볼 기회는 없었다. 늘 그렇듯 VHS, DVD로 다시 보거나 TV에서 방영해주는 것을 다시 보는 거였다. 그렇게 28년이 지났는데 특별한 이벤트도 없이 뜬금없이 재개봉을 하다니. 재개봉 날짜는 3월 19일.
기쁜 마음으로 다시 보러 가기는 했지만, 내심 실망하면 어쩌나하는 생각도 있었다. 28년이라는 세월 동안 영화는 얼마나 많이 발전했던가. 천녀유혼만 해도 그 사이에 서극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고 유역비 주연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으며 TV시리즈가 나오기도 했다. 그 28년 동안 나도 변하지 않았겠는가. 영화를 고르는 안목도 취향도 변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좌석에 앉아 있는데 그 유명했던 시네마시티의 붉은 트레일러영상이 나타나며 영화는 시작되었다. 오... 미처 몰랐는데 1.85:1 화면비라 스크린에 화면이 꽉 찬다.
재개봉 포스터. 이게 뭔가...
네 가지 장면에서 울컥했다. 28년 전과 비슷하지만 살짝 포인트가 다르기도 하다.
1. 통성명 씬 : 영채신을 그윽히 쳐다보며 묻는 섭소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영채신" "소저는?" "섭소천" 아 왜지? 왜 이 장면에서 갑자기 그랬던 거지? 왕조현과 장국영의 가장 아름다었던 시절의 모습이 가장 아릅답게 보여지고 있어서 인지 영채신과 섭소천의 썸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어서 그랬는지... 이 장면에서는 처음이었다.
2. 정자에서의 러브 씬 : 이 장면의 백미는 엽천문이 부른 삽입곡 여명불요래. 이곡은 천녀유혼의 러브테마 처럼 사용된다.
3. 객잔에서 : 금탑을 가져와 섭소천을 불러낸 다음 고향에 묻어주기 전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낸다. 영채신이 좋아하는 섭소천의 그림에 시를 한구절씩 번갈아 쓰는데 마치 혼례식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장면이다.
十里平湖霜滿天 (십리평호상만천) : 십리 호수 하늘에 서리가 가득 찼고
寸寸靑絲愁華年 (촌촌청사수화연) : 화려한 청춘 근심이 서렸구나
對月形單望相護 (대월형단망상호) : 달을 벗 삼고 서로 감싸주길 바라니
只羨鴛鴦不羨仙 (지선원앙불선선) : 원앙은 부러우나 신선은 부럽지 않네
4. 이별 씬 : 햇빛을 막아주느라고 영채신은 섭소천의 얼굴을 보지 못한채 헤어진다. "소천, 좋은 사람이 되시오. 영원히 당신을 기억하겠소." 다시 여명불요래.
우려는 우려였을 뿐. 여전히 내게는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이다. 내러티브가 거칠어도 SFX가 촌스러워도 애절한 러브스토리와 절정미모의 두 주연 및 우직한 조연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몽환적 분위기와 그것을 배가시켜주는 OST가 있다. 그리고 홍콩 영화와 그 스타들에게 열광하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도 함께.
이 영화에서 하후형 역할의 임위가 참 괜찮았다는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첫 등장에서 영채신에게 찐빵을 던져주며 먹으라고 고개짓하는 표정이...
2015년 4월 11일 조이앤시네마 11:00편 C6
참고 :
천녀유혼 트릴로지 블루레이 박스셋 (포츈스타01) http://snowfrolic.tistory.com/519
천녀유혼 철저 대해부 http://snowfrolic.tistory.com/187
- 예고편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흑산대왕의 부하와 연적하가 대결하는 장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