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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2013

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2013)

snowfrolic 2013. 6. 15. 03:17

 

감독이 '잭 스나이더'라는 걸 보았을 때 느꼈던 왠지 모를 불안감이 결국 현실이 되어 버렸다. 

 

 

 

 

 

 

크립톤 행성의 설정이 맘에 안든다. 전작들에 비해 크립톤 행성의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묘사하고 있지만, '나의 크립톤 행성은 이렇지 않아!'라고 외치고 싶은 구린 디자인 및 설정. 게다가 디자인 분위기도 어디선가 모방한 것 같다. 아바타를 보고 꼭 써먹어보고 싶었던 건지, 조엘(러셀 크로우)이 잠자리 날개를 가진 동물을 불러 올라탈 때는 한숨이... 수퍼맨이 지구인에게 '신'과 같은 존재라면 그의 고향 행성은 그에 걸맞는 분위기를 갖춰줘야 하는 것 아닌가? 

 

리차드 도너의 수퍼맨은 우아하고 로맨틱했다면 맨 오브 스틸은 수퍼맨 액션물. 땅에서 하늘로 날아올라가는 모습만 봐도 다르다. 그 클락 켄트와 이 클락 켄트의 성격이 다른 건지. 맨 오브 스틸에서는 클락 켄트와 로이스 레인(에미미 아담스)가 서로에게 호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많이 생략되어 있다. 그 장면에서 왜 키스를 해야 했는지 감정적으로 설득이 안된다. 시간을 아껴야 되니까.

 

평범한 인간과 다른 수퍼맨 이전의 클락 켄트. 감독이 그가 그 부분을 고뇌하고 있다는 걸 묘사하고 싶었다는 건 알겠다. 실제로 그가 고뇌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감독이 그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았다는 것도 알았다.[각주:1]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해야하는 힘겨운 고민을 하는 장면은 재난에서 사람들을 구해내는 씬과 잠뽕으로 엮어서 한꺼번에 처리해 버린다. 시간을 아껴야 되니까.

 

켄트 부부로 나오는 케빈 코스트너와 다이안 레인. 한참 영화 많이 볼 때,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들인데 저렇게 늙었구나 생각하니... 케빈 코스트너는 극장에서는 정말 오랫만에 봤고, 다이안 레인은 2002년 '언페이스풀'에서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거의 할머니가 된 모습. 조나단 켄트(케빈 코스트너)가 어째서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는 납득이 안되지만 케빈 코스트너의 존재감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액션.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수퍼맨 영화가 아니라 수퍼맨 액션 영화이다. 액션의 표현과 음향효과는 지구상에서 크립톤인의 스피드와 파워가 얼마가 강한지를 충분히 느끼게 한다. 수퍼맨이 땅에서 하늘로 솟아 올라갈 때의 굉음과 가속 비행 중에 발생하는 소닉 붐 소리만 들어도 몸이 ㄷㄷㄷ 떨린다. 조드 장군 일행과 도시에서 싸우는 액션씬도 파워풀하고 빌딩을 마치 격투기의 링 처럼 활용하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맷집을 느낄 수도 있다. 도심 빌딩 파괴 액션씬으로는 다른 영화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그런 장면들이 너무 반복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크립톤인들이 지구에서 강해진다고는 하나 그렇게 맞아도 어떻게 상처 하나 안나는 건지? 그런데도 수퍼맨이나 조드 일행이나 그렇게 들이받고 때리고 해서 어떻게 상대를 이기려고 했던 건지? 그렇게 전략이나 완급조절 없이 힘자랑만 계속 반복되니 시간이 지날 수록 지루해진다는 점. 어쨌든 제작진은 이 액션을 많이 보여주기 위해 다른 부분을 많이 희생했는데 결과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

 

슈트. 수퍼맨 슈트의 재질. 택시의 바닥 매트가 연상되어서 볼 때마다 거슬렸다.

 

돌비 애트모스. 이건 정말 오랫 동안 기다린 건데... 작년 말 호빗 개봉시 기대했던 영통 M2관의 돌비 애트모스는 지난 5월 스타트렉 다크니스 개봉시에야 적용이 시작되었다. 본편 상영 시작 전에 틀어줬던 Meyer Sound System 트레일러가 3D 돌비 애트모스 트레일러로 변경되었다. 확실히 음의 분리도와 입체감은 이전보다 뛰어남을 느낄 수 있었는데 맨 오브 스틸에서는 그런 체험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 영화 제작시 애트모스 적용을 결정하기는 했으나 입체 음향을 세심하게 설계한 것은 아닌 듯 하다. 역시 제대로 된 애트모스 체험을 위해서는 올 연말의 "호빗:스마우그의 폐허"를 기다리는 수 밖엔 없는건가? 아니면 7월 초의 "퍼시픽 림"에서?

 

OST. 한스 짐머는 음악의 호불호를 떠나 현재 OST 세계의 트렌드를 만들었다고 할만큼 이미 거장의 위치에 있고 그 스타일과 존재감이 뚜렷하다. 그래서 그런가 최근 영화들 보면 메인 테마들이 모두 비슷비슷하다. 맨 오브 스틸의 음악도 웅장하기는 한데 영화만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 테마가 확실하지 않다. 영화를 보고나서 오히려 아마도 10년 넘게 입으로 불러본 적이 없었을 존 윌리엄스의 수퍼맨 테마가 입에서 맴도는 현상이.

 

노키아. 미국에서 아이폰도 갤럭시도 아닌 노키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로이스 레인. 극장에서 듣는 "Nokia Tune"은 감동이었음. 아마도 PPL이었겠지만.

 

평점. 솔직히 드라마나 구성, 편집적인 부분에서 좋다고 하긴 힘들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데다 극장에서의 액션씬 체험이 좋았기 때문에 별 넷은 줄만하다. 몰입감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역부족. 리메이크작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리차드 도너의 수퍼맨의 위대함을 다시 일깨워주는 기회가 되었고, CF 출신 감독의 작품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2013년 6월 14일 12시 10분편. 메가박스 영통 M2관 F14.

 

 

 


맨 오브 스틸 (2013)

Man of Steel 
7.5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헨리 카빌, 에이미 아담스, 마이클 섀넌, 케빈 코스트너, 다이안 레인
정보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 143 분 | 2013-06-13
글쓴이 평점  

 

 

 

 

 

 

 

 

  1. 이게 각본의 영역인지 연출의 영역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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