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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 (Pacific Rim, 2013) 본문
구구절절한 내용은 다음 사이트를 정독하도록 한다 : 엔하위키 미러 - 퍼시픽 림
키가 100미터에 육박하는 거대로봇과 괴수와의 육탄전. 조종사는 2명이어서 서로 기억을 동기화해야 하고, 거대 로봇의 조종석은 머리에 있는데 조종사를 태운 머리는 긴 통로를 낙하해서 몸체와 웅장하게 결합한다. 결전 무기로 플라즈마 펀치나 엘보우 로켓을 사용하고, 가슴이 열리며 발사되는 미사일, 심지어 양 어께 위에 캐논포가 달려있기도 하다.
이 영화의 정서는 일본의 수퍼계 로봇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의 그것과 연결되어 있다. 구구절절하거나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디테일한 스토리텔링은 과감히 포기하고 브리치(Breach) 파괴 작전 하나에만 촛점을 맞춘다. 마치 50부작 TV 애니메이션에서 47편은 하일라이트 처리하고 마지막 3편 정도만 보여주는 셈이다. 때문에 관객은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쓸 필요가 없고 눈과 귀로 온몸으로 예거와 카이주의 결전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간혹 내용 상에 '그 얘긴 어디갔지?' 하거나 '왜 저렇게 하지?'라는 의문이 들만한 부분들이 있는데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
영화의 절반 정도는 카이주와의 전투 장면인데 거의 밤에 바다에서 싸우는 장면이라 싸우는 장면을 눈으로 따라가기가 힘든 점이 있다. 예거의 육중한 펀치가 카이주의 안면을 강타하거나 플라즈마 펀치를 복부에 연타하는 장면 등에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하는게 이 영화의 존재의 이유인데, 어두운데다 비에 파도에 정신없이 몰아치니 어..어.. 하다보면 그런 장면들을 놓치게 된다. 처절한 분위기를 의도하고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경이 어떻든 안면 강타와 같은 장면들은 좀 더 합을 맞춰서 명확하게 보여줬다면 훨씬 느낌이 살아났을 것이다. 그랬다면 완전 소름 돋았을 텐데... 이런건 안노 히데야키가 확실히 잘한다. 영화 상의 예거들은 괴수 카이주와 대등하거나 열세로 싸우는데 보통 동일한 크기의 개체라면 금속과 기계로 만들어지고 각 관절 부위에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고 있는 예거 쪽이 훨씬 강력한 파워를 가져야 되는 것 아닌지. 생체라고는 하지만 카이주 쪽도 병기로 설계되어진 개체라 그렇다라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1
전투 장면의 백미는 홍콩 시내에서의 육탄전이다. 집시 데인저가 육상에 올라설 때의 육중한 울림과 더불어 컨테이너선을 흉기(?)로 휘두르면서 두 덩치가 치고 받는 싸움은 꼭 극장에서 봐야하는 명장면이다. 이 씬이 너무 멋지게 연출되는 바람에 마지막 브리치 파괴 씬이 비교적 싱거워져 버렸다. 최종 폭발 장면이 특히.
주연 기체인 집시 데인저의 부조종사, 여주인공 '모리 마코'역의 키쿠치 린코가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나름의 매력이 보여서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그녀의 어린 시절의 회상 장면이 꽤 인상적이었고 그래서 '마코'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였을까. 그 도쿄 시내의 회상 장면은 쉰들러 리스트의 소녀 장면을 연상시킬만큼 훌륭한 연출이었다.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코'의 표정이 좀 더 풍부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좀 있다. 기타 인물들의 연기도 뛰어났다라고 하긴 어렵지만 눈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캐릭터들이 만화적이어서... '스태커 펜테코스트' 장군은 알고보니 프로메테우스의 함장.
영화상의 메카닉이나 홍콩 섀터돔 기지의 질감 표현이나 웨더링은 매우 뛰어나다. 정말 저정도일까 싶을 정도로... 기지의 인테리어 분위기는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머린이 등장하는 트레일러 영상 분위기와 흡사하다. 어느정도까지가 CG인지는 모르겠는데 ILM에서 담당한 CG 결과물은 더이상 표현의 한계가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이 영화는 압도하는 비주얼과 사운드의 체험이 절대적이므로 극장에서 봐야 의미가 있다. 1.85:1 비스타비전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영통 M2관의 19M 화면에 꽉 차게 상영된다. 확실히 시네마스코프 화면과는 다른 체험을 준다. 3D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연출은 별로 없지만 입체감은 나쁘지 않다. 원래 델 토로 감독은 화면이 작아보이기 때문에 3D 제작을 반대했다고 한다. 영화의 사운드 프로세싱은 상당히 잘되어 있기는 하지만 Dolby ATMOS의 입체감을 느낄 부분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ATMOS 트레일러 영상이 3D효과나 음향감이 제일 좋은 듯.
마치 한편의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을 본 듯 하다. 일제 괴수물 특촬물에 애정이 많았던 사람은 감회가 색다를 수 있겠고 감독님이 덕후라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일 수 있다. 최소한 일본 로봇물 애니메이션에 애정이 있는 관객이어야 이 영화의 정서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박력은 넘치고 체험은 훌륭하지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메커니즘은 좀 아쉽다. 그래도 돈 주고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어트랙션으로서는 충분히 체험해볼만 하다. 이야기야 어차피 의미 없으니 다시 본다고 심심해질 것도 아니고 극장이 아니면 안되므로 내리기 전에 다시 봐주는 것도 좋겠다.
메가박스 영통 M2관, 2013년 7월 14일 1시 5분편 F16. 돌비 애트모스.
- 3D로 봐서 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을 듯.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