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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2011

머니볼 (Moneyball, 2011)

snowfrolic 2011. 12. 4. 02:05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인식하기. 구태를 깨고 변화를 도입하기. 반발하는 기존 세력에게 물러서지 않기. 자신도 결과를 확신할 수 없지만 주변에 확신을 심어주기. 가족들 안심시키기. 믿고 맡기다가 안되겠다 싶을 때 직접 개입하기.

회사나 사업 얘기를 하는 것 같은가? 영화 머니볼의 이야기이다.


이 사진 한장이 이 영화의 성격을 말해준다. 비즈니스. 영화 초반, 오클랜드의 단장인 Billy Beane (Brad Pitt 분)가 선수 트레이드를 위해 클리블랜드의 단장 사무실을 방문한다. 여기서 그는 Pete Brand라는 젊은 직원을 만나는데, "야구를 잘 못 바라고 보고 있다. 돈으로 선수를 사는 것이 아니고, 승리를 사야하는 것이다." Pete의 이 말이 그의 머리를 친다.

그는 지난 시즌(2001년) 오클랜드를 이끌었던 3인방, Jason Giambi, Jonny Damon, Jason Isringhausen을 각각 뉴욕 양키스, 보스톤, 세인트루이스에 빼앗기고는, 몸값이 비싼 좋은 선수를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돈 많은 구단을 이길 수 없다는 문제의 해답을 찾는데 골몰해 있던 상황이었다. 그는 바로 Pete를 부단장으로 영입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팀의 리빌딩에 들어간다. 영화는 이렇게 승리를 위해 몸부림치는 야구단의 기업(?) 활동을 보여준다.

야구 영화 팬들의 입장에서 시합의 승부를 연출해주지 않는 이런 도입 전개는 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머니볼도 야구를 다루는 영화. Billy의 그러한 노력들은 결국 시합에서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 2002년 시즌 8월, 디비전의 3위였던 오클랜드는 연승을 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20연승이라는 메이저리그의 대기록이 이루어진 9월 4일의 대역전극. 실은 이 한 게임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나 마찬가지. 마지막 Scott Hatteberg의 끝내기 홈런에 영화를 보고 있던 나조차 환호성을 질렀다.[각주:1]

결국 오클랜드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패하여 2년 연속 리그 챔피언십 진출에 실패하지만, Billy는 그가 추진했던 방법이 틀리지 않았음을 메이저리그의 야구인들에게 보여주었다.

오클랜드의 단장 Billy Beane을 연기한 Brad Pitt. 배우로서의 연기력과 작품을 선택하는 제작자로서의 능력이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내년도 아카데미 주연상을 노려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포츠 영화로서 시합의 승부를 좀 더 보여줘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오버하지 않으며 절제되고 잘 짜여진 드라마로 만들어낸 연출의 탁월함에도 박수를 보낸다.


팀이 연패하며 머니볼을 도입한 단장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을 때, Billy는 딸 Casey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무언가 치유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랑에 대한 노래이지만 그 가사가 현재 그의 심정과 공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I’m just a little girl lost in the moment.
I’m so scared but I don’t show it.
I can’t figure it out, it’s bringing me down.
I know I’ve got to let it go and just enjoy the show.

마지막 장면에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고이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Casey역의 Kerris Dorsey가 기타를 치며 부르는 노래는 Lenka의 "The Show". Lenka의 원곡도 좋지만 12살의 어린소녀가 부르는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티없이 맑은 순수함에 매료될 수 밖에 없다. http://youtu.be/xT1esMERSNA





극장에서 보는 야구 영화의 묘미는 강속구가 포수 미트에 꽂히는 소리와 그걸 쳐낼 때 나무배트의 강렬한 파열음을 듣는 것이다. 머니볼에서는 Scott Hatteberg의 홈런 장면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쩌엉~~"하며 심장을 울리는 그 소리. "내가 이래서 야구를 안좋아 할 수 없다니까."

주말이라고는 해도 심야상영에 좌석이 꽉 차는 걸 보고는 조금 놀랐다.

2011년 12월 3일 오후10시편. CGV오리 6관. 경두, 진상과 함께.
별 4개.



머니볼 (2011)

Moneyball 
8.1
감독
베넷 밀러
출연
브래드 피트, 요나 힐, 로빈 라이트,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케리스 도시
정보
드라마 | 미국 | 133 분 | 2011-11-17
글쓴이 평점  





  1. 영화에서는 단장의 개혁 조치에 포커스를 두기 위해 많은 장면이 새로 들여온 선수들에 할애가 되어 있지만, 실제 2002년 오클랜드를 이끌었던 영건 3인방, Barry Zito, Tim Hudson, Mark Mulder 와 그해 MVP인 Miguel Tejada 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해 Barry Zito는 23승 5패 방어율 2.75로 사이영상을 수상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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