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gie's Blog

1980년대 말 천호동 구사거리 극장가 본문

Movies/2010

1980년대 말 천호동 구사거리 극장가

snowfrolic 2010. 3. 14. 01:57

최근 천호동 사거리 근처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포탈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도만 봐도 그 곳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87년경 부터 90년대 초까지 많은 영화를 보았던 그 곳의 추억들을 기억하기 위해 지금은 모두 사라진 그 극장들의 위치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몇 번의 인터넷 검색과 내 머리속의 기억, 지도 검색으로 찾아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새로본 문예 극장 : 가장 왼쪽에 있는 아이콘 위치. 그 건물의 4층인지 5층인지에 있었다. 아주 작은 소극장이어서 소위 수박밭 현상으로 뒤에 앉으면 화면의 아랫부분이 앞 사람 머리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제일 좋지 않은 극장이었지만 천녀유혼 12주(내 기억으로..) 연속 상영으로 대박을 터트렸던 극장이다. 당시 재개봉관에서 12주 연속 상영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천녀유혼 보러가면 포스터를 사은품으로 주었던 기억이 난다.


2. 천호 극장 : 왼쪽에서 두번째 아이콘 위치. 극장 자체 건물을 가지고 있었고 구사거리 길가에 위치하여 길에서 영화 간판이 바로 보이는 극장이었다. 나름 규모가 있었던 곳이다. 천녀유혼을 처음 본 극장이고 많은 홍콩영화를 보았으며, 나중에 군에서 휴가나와서 터미네이터2를 보았던 곳이다.

 


3. 문화 극장 : 왼쪽에서 세번째 아이콘 위치. 많이 애용했던 극장이다. 구사거리 길에서 안쪽으로 좀 걸어 들어가야 간판이 보였다. 역시 자체 건물을 가지고 있었고 규모가 좀 있는 편이라 나름 쾌적한 곳이었다. 영웅본색을 처음 본 극장이다. 영웅본색을 4번째 볼 때 또 이 극장에서 봤는데 동시상영이 영웅본색2여서 대박이었던 기억도 난다.


4. 진덕 예술 극장 : 가장 오른쪽 아이콘 위치. 87년인지 88년인지 저 위치에 진덕스토아라는 건물이 생기고 건물 내에 오픈한 극장인데 비교적 나중에 생긴 곳이라 시설도 좋은 곳이었다. 극장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었다. 여기서 스필버그의 후크를 보았다.


5. 동서울 극장 : 가장 위쪽의 아이콘 위치. 구사거리 길에서는 좀 떨어져 있었는데 저 동네에서는 가장 큰 극장이었다. 자체 건물을 가진 극장이었고, 관객석이 2층으로 되어있던 극장은 이 중에서는 유일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동생들과 크리스마스에 백투 더 퓨쳐를 보았던 곳이다. 



지도에는 보이지 않지만 현 천호대로의 이마트 건너편에 한일 시네마 라는 극장도 있다. 지도 상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아직도 영업을 하는 것 같다. 이 극장도 위의 극장들에 비하면 나중에 생긴 곳이어서 시설이 괜찮은 곳이었다. 다만 좀 떨어져 있어서 영화를 고르러 돌아다니기에는 좀 불편했다.


천호동 사거리의 현재 이마트는 애초에 유니버스 백화점으로 세워진 건물이었다. 당시에는 천호동에 백화점이 생긴다는 것에 많이들 좋아했지만 몇 년 후 부도가 나서 다른 백화점으로 바뀌었다가 또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이마트로 운영되고 있다. 군대에서 만난 한 고참이 그 유니버스 백화점 사장 아들이었다는...


옛 새로본 문예 극장 위치의 길 건너 대우한강 베네시티 자리에는 나이트클럽 건물이 있었다. 네온사인 간판이 있던 그 곳을 지날때 마다 나중에 성인이 되면 쇼를 보러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성인이 된 후에도 가보지는 못했다.


천호 구사거리의 재개봉관 외에도 광진구 화양동 (당시에는 화양리라고 불렀음)의 화양극장에도 몇 번 갔었다. 세종대 앞에서 내려서 육교로 길을 건너 조금 걸어가면 화양동 주택가 안 골목에서 보였던 극장이다. 그 동네는 주택가 골목에 극장이 있는 것도 특이했지만 바로 옆에 홍등가도 같이 있어서 어린 나이에 지나가기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 주연의 프레데터를 이 극장에서 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재개봉관 위주로 소개를 했지만, 사실 그 당시 서울 중심에 있었던 개봉관들도 지금까지 남아있는 곳은 별로 없다. 세종로에 있던 국제극장은 아주 오래전에 사라졌고, 명동의 코리아, 명동극장. 홍콩영화만 전문으로 상영하던 화양(서대문), 대지(미아동), 명화극장(영등포). 종로의 파고다 극장, 코아아트홀. 세운상가 근처에 있던 아세아 극장. 을지로의 국도, 스카라, 피카소 극장. 강남역에 ZOO002 극장을 거쳐 CGV로 바뀐 동아극장 등 모두 사라졌다. 종로3가의 단성사, 피카디리 극장과 을지로 서울시네마, 명보극장과 충무로 대한극장이 리모델링을 거쳐 멀티플렉스로 아직 명맥을 이어가고 있고 종로2가 허리우드 극장은 시네마테크 상영관으로 예술영화나 특별전을 상영하고 있다. 경제논리에 의한 것이겠지만, 아니 실제로도 경영이 어려웠을 것이고, 딱 한 편만을 상영하는 단관 극장은 이제 서울에서는 모두 사라졌다. 커다란 영화 간판 아래 유리문으로 되어 있는 극장 입구에서 표를 내고 들어가는 모습은 이제 기억속에서만 남아있을 뿐이다.



Comments

Facebook Comments : Comment Moderation T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