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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gie's Blog
옛날에 본 영화 목록이나 정리해봐야 겠다...Screen Cine Diary 본문
최근에는 영화 봐도 기록도 잘 안하지만 어릴 때는 하다 못해 제목이라도 기록을 했었다. 그 기록을 해 둔 노트를 찾았는데... 바로 이거다. 1988년 1월 월간 스크린 신년특집부록 "SCREEN CINE DIARY"
이 때의 제니퍼 코넬리는 정말 이뻤는데... 70년생이니까 지금은 많이 나이 드셨음. 뭐 그래도 미모가 어디 가지는 않지만... 나머지 사진은 찍기도 귀찮고 대부분 남자 배우들이라 넘어간다.
내용을 넘겨보니 첫 페이지에 적힌 영화가 1988년 2월에 본 허관걸 주연의 홍콩영화 천리구차파. 요금 1,500원. 추격전이 볼만했다...라고 씌여있다. 동년 7월에 영웅본색2편 국내 개봉시에 첫 방문한 주윤발, 적룡을 보기 위해 영등포 명화극장까지 찾아 갔던 내용도 있는데 (당시 울집은 강동구 고덕동), 여학생 극성팬들 때문에 싸인회 취소되고 영화 상영시 장국영 나올때 마다 플래시가 터지는 걸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노트에서 최고의 평점을 준 영화는 미션이고 두번째는 시네마 천국, 그 뒤로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마지막 황제, 빅, 태양의 제국, 애정의 조건 등이 뒤따른다. 지금 봤으면 또 다를 영화 들에 대한 글들이 유치하면서도 순수하게 영화 그 자체만을 보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이 노트의 모든 영화를 정리 할 수는 없고 ... 처음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 시작한 1984년부터 1987년까지만 정리해본다.
1984년 상반기
취권, 약속한 여자 - 수색극장 동시상영. 취권이야 그 후로도 자꾸 봐서 잘 아는 영화지만 약속한 여자는 도대체 뭔지 기억이 안난다. 동시상영이어서 그냥 본 모양인데 기억이 안나는 걸로 보아 야한 영화는 아니었던듯. 이 둘 말고 무협영화 한편이 더 있었는데 제목이 기억이 안난다. 기록에는 용형마교로 적혀있는데 그건 아니었던 듯. 지금은 없어진 수색극장. 그 시절 그 동네가 그리워진다.
챔프 - 무지개 극장. 학교에서 단체 관람으로 봤던 영화. 담임선생님이 슬픈 영화이니 손수건 준비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극장에서 펑펑 울지는 않았지만 터질 듯한 목을 억지로 참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본다면 바로 눈물 나올 듯 싶다. 당시 인기 있었던 시트콤 "아빠는 멋쟁이 (Silver Spoons)"에 출연하는 리키 슈로더의 어릴 때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984년 하반기
지옥의 특전대 - 무지개 극장. 역시 학교에서 단체 관람으로 봤던 영화. 얼핏 단편적이 장면들만 기억이 나서 어떤 영화였는지 잘 모르겠다. 주인공이었던 리처드 버튼과 로저무어가 엄청 멋졌던 것 같다.
고스트 버스터즈 - 허리우드 극장. 이건 어머니와 동생과 같이 개봉할 때 본 것이다. 신나는 주제 음악과 SF, 코미디가 아주 즐거운 영화였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이때를 생각하며 고스트 버스터즈2를 보았을 때의 실망감은 너무도 컸다. 당시에 개봉 경쟁작이 테미네이터 1편이었는데... 이 영화를 본 선배들이 "그건 남자의 영화다"라고 말해서 좀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1985년 상반기
라스트 찬스 - 무지개 극장. 또 역시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본 영화. 그 학교에선 학기마다 한번씩 갔기 때문에 계속 나온다. 지금 생각해보니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이 영화를 좋아하셨던 듯... 하여튼 이 영화는 안소니 퀸이 악역으로 코믹하게 나왔으며 꽤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라스트 찬스 (1981)
High Risk
- 감독
- 스튜어트 래필
- 출연
- 제임스 브롤린, 앤소니 퀸, 린지 와그너, 제임스 코번, 어니스트 보그나인
- 정보
- 액션, 코미디 | 미국, 멕시코, 영국 | 90 분 | 1981-07-17
킬링 필드 - 대한극장. 이건 뭐 기억하시는 분들 많겠지만 그 때는 의무 관람 영화였다. 영화 자체로는 나쁘지 않았다. 좋아하는 배우 존 말코비치를 영화에서 처음 보게 되었다.
1985년 하반기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 무지개 극장. 역시 단체 관람. 처음 본 007 시리즈. 로저 무어의 능글맞은 제임스 본드 역할이 참 재미있었고 악역으로 등장하는 "죠스" 캐릭터도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그냥 추격 장면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핵잠수함에 핵무기까지 스케일이 커진다. 007 시리즈 중에서는 꽤 괜찮은 작품이다. 선생님들하고 같이 보고 있는데 제임스 본드의 베드신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1986년 상반기
특전 U보트 - 무지개 극장. 역시 단체 관람. 단체 관람 영화 중 두번째로 인상 깊었던 영화이다. 볼프강 피터젠 감독의 독일 영화로 2차대전 당시 유명했던 잠수함 U보트와 그 승무원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멋진 음악과 함께 파도를 넘어가는 U보트의 장면과, 해저에 침몰하여 다시 부상할 때까지의 긴장감, 그리고 마지막 연합군 전투기의 폭격으로 침몰하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부시맨 - 문화극장. 지금은 사라진 천호동 구사거리의 문화극장이다. 이것도 단체 관람으로 보았는데 무슨 건 수였는지(아마도 시험 종료 후였던 듯) 갑자기 보게 되었다. 부시맨은 먼저 비디오로 본 상태였는데 비디오로 볼 때도 많이 웃었던 영화였다. 극장에서 볼 때는 내용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배꼽잡고 웃느라 극장에서 나올 때는 기운이 다 빠졌던 기억이 난다.
부시맨 (1983)
The Gods Must Be Crazy
- 감독
- 제이미 우이스
- 출연
- 마리우스 웨이어스, 산드라 프린슬루, 니카우, 로우 버웨이, 마이클 타이스
- 정보
- 코미디, 액션 |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 109 분 | 1983-11-03
인도로 가는 길 - 호암아트홀. 여름방학에 가족이 모두 함께 봤던 영화. 당시에는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1986년 하반기
이장호의 외인구단 - 피카디리. 큰외삼촌이 동생과 내게 보여 주었던 영화. 만화방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영화화한 것인데, 어린 나이였지만 영화 속의 야구 장면은 맘에 안들었었다. 정수라氏의 노래만 좋았던 영화.
엑스칼리버 - 무지개 극장. 마지막 단체 관람 영화다. 마지막에 정말 진한 영화를 봤다. 역시 선생님들과 같이 보는 자리에서 란슬롯과 기네비어의 전라 애정씬이 나와서 많이 긴장(?)했었는데... 야하고 잔인하고 암울했을지라도 환상적인 신검신화의 판타지에는 넋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내츄럴 - 대한 극장. 겨울방학에 어머니, 동생과 함께 본 영화. 로버트 레드포드의 멋진 연기. 야구 영화란 이런 것이란 걸 보여주었다. 극장에서 처음 본 야구 영화이다. 마지막 홈런 장면에서 모든 사람이 울었다.
1987년 상반기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 애마부인2 - 새로본 문예 극장 동시상영. 천호동 구사거리 극장 중에서 가장 작았던 극장. 친구와 함께 보았는데 원래 크로커다일 던디를 보려다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보게된 영화이다.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는 미국 리메이크판이 아닌 원작 프랑스 영화이다. 애마부인2는 당시 보면 안되는 영화였지만... 솔직히 보고나서 남는게 없었다.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는 꽤 좋았지만... 그냥 던디나 볼껄 하는 후회를 했던 건이었다.
영웅본색, 대야망 - 문화 극장 동시상영. 여름방학때 친구와 같이 장난아닌 홍콩영화가 있다더라는 소문을 듣고 보러 간 건이다. 이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영화 보고나서 연습장에 주윤발 그림만 계속 그렸다. 성룡이 아닌 홍콩 영화에 대한 눈을 뜨게 해준 영화이다. 동시상영이었던 전영록氏의 대야망은 다행히도(!) 먼저 상영되었다.
플래툰 - 호암아트홀. 여름방학에 가족들이 모두 같이 본 영화. 전쟁의 광기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느끼게 해 준 영화이다. 영화를 본 후 월남전을 겪으신 아버지의 말씀이 기억난다. "전쟁 때는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윌리엄 대포와 톰 베린저의 존재감이 하늘을 찌르는 영화.
1987년 하반기
코브라 - 새로본 문예 극장. 친구하고 본 영화인데 동시상영 기록이 없다. 안봤을리가 없는데... 하여간 당시까지는 람보로만 기억되던 실베스터 스탤런이 레이밴 선글래스를 낀 간지 폭풍 스타일로 새롭게 나타난 영화. 당시 흥행이 어땠는지 몰라도 정말 재밌게 본 영화이다.
영환도사, 영웅본색 - 새로본 문예 극장 동시상영. 영환도사를 보고 싶었다기 보다는 영웅본색을 다시 보고 싶어서 보러 간 건이다. 당시 강시 영화가 인기가 좀 있었다.
프레데터, 무릎과 무릎사이 - 화양극장 동시상영. 친구와 프레데터를 보러갔는데 동시 상영이 뜻밖의 수확(?)... 그 때는 단속도 안했는지 걸린적이 없었단 말야... 어쨋든 프레데터는 존 맥티어넌이라는 감독의 존재를 깨닫게 해준 액션 영화의 걸작이다. 그 공포감과 긴장감, 긴박감은 거의 공포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무릎과 무릎사이는 제목만 그렇지 내용은 기억도 안난다. 그러고 보니 이장호 감독 영화를 극장에서 두개나 보았네...
백 투 더 퓨쳐, 호소자 - 동서울 극장 동시상영. 동서울 극장은 천호동 구사거리 바로 옆에 좀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규모는 꽤 컸었다. 크리스마스 당일. 이유는 모르겠으나 부모님은 안계셨고 두 동생들과 집을 지키다 내가 데리고 나가서 극장으로 향했다. 백 투 더 퓨처는 재미로는 말이 필요없는 영화. 마지막 장면의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호소자는 거의 기억이 안난다.
요즘 처럼 극장이 많지 않았고 지방이나 동네에 재개봉관이 있었던 시절. 그런 시절치고는 학생 신분에 극장에서 많은 영화를 보았던 것 같다. 비디오까지 치면 더 많았고, 1988년 이후로도 많았고 1990년에 최고치에 달했다. 한참 후 지금 아내와 결혼 전 연애할 때도 영화 참 많이 봤지만, 순수하게 그저 영화가 좋아서 연달아 비디오 빌려보고 버스타고 극장에 다녔던 그 시절. 많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