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gie's Blog
어쩔수가없다 (2025) 본문

9월에 근무를 너무 많이 했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월 한계까지 남은 근무시간이 10시간 이내이면 회사 입문이 차단된고 그 달의 남은 근무일은 강제 휴가 처리된다. 일반적 페이스대로 이날 종일 근무를 하게된다면 다음날부터 3일을 차단 휴가를 보낼 상황이었고 참여중인 과제 상황 상 하루라도 더 근무를 하려면 잔여 근무시간을 10시간 이상 남긴채 이날 일찍 퇴근하고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사유로 오후 1시에 퇴근했고 집에서 잠시 누워있다가 박찬욱 감독의 신작을 보러 극장으로 향했다. 음향이 좋은 상영관을 추천한다는 글을 본 터라 돌비관을 찾았는데 상영시간에 맞는 곳이 CGV 신세계경기점이었다. 여기 돌비애트모스관은 처음이었는데 300석 규모로 꽤 스크린이 큰 편이고 스크린 비율이 2.35:1로 영화와 딱 맞는 곳이라 만족스러웠다.
며칠 전 스마트폰의 사진첩을 뒤지다가 9월초 부산행 SRT에서 찍은 대전역 플랫폼에서의 일출 사진을 보았는데. 문득 조용필이 부른 '대전 부르스'가 생각이 났고 유튜브를 뒤서 그 노래를 여러번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좋아했던 노래였고 신디사이저 음향의 유니크한 인트로부터 가사의 정서와 가수의 창법이 절묘해서 다시 들어도 크 역시 명곡이다 싶었다. 김만준의 '모모', 사월과 오월의 '장미'와 함께 역시 조용필의 '촛불'이 당시 나의 최애곡이었던 것도 기억해냈다.
박찬욱 영화를 볼 때는 박찬욱 모드로 감상하게 된 것 같다. 무슨말이냐면 미스테리 서사나 사회성 등의 맥락적인 부분보다는 정성스럽게 고민한 구도, 색감, 조명, 로케이션, 촬영, 음향으로 빚어낸 결과물과 그에서 묻어나는 감독의 취향같은 것을 즐기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박찬욱 감독이 한국에서 최고라고 생각하고 적어도 '아가씨'와 '헤어질 결심'에서 꽃을 피운 그 취향은 이 영화에서도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살인을 다룬 것 치고 이야기는 단순하며 비약이 지나친 점이 있고, 처한 상황에서 변해가는 유만수(이병헌 배우)의 모습을 그리고자하는 연출도 불친절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연이은 세 번의 살인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운(?) 것인데, 그것은 마치 세 편의 단막극처럼 그 자체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고 첫번째 막의 구범모(이성민 배우)의 집에서 이루어진 사건의 장면은 조용필의 명곡 '고추잠자리'를 배경으로 한 마치 한편의 오페라 같은 모습이었다. 오디오와 클래식 애호가 아니랄까봐. '헤어질 결심'의 기도수처럼 구범모는 멋진 집 2층에 고가의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었는데, 극중의 오디오에서 재생되는 노래로 그들이 주인공인 오페라를 만들다니. 블랙코미디라는 감독의 말을 비웃듯이 많은 후기에서 웃었던 지점이 없었다고들 말하지만, 이 장면에서 나도 내 주변도 많이 웃었다.
배우들이 워낙 쟁쟁한 분들이라 연기와 앙상블은 흠잡을 데 없었다. 이성민 배우의 울부짖음에 감탄했다. 다만 나는 배우 특유의 연기톤이 강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서 연기력과는 별개로 이병헌 배우의 연기를 모두 좋아하지는 않는다. 유만수라는 인물에 이병헌 배우가 최적이었을까.
입체 음향이 의미가 있을 정도의 서스펜스가 있는 연출이 없기 때문에 돌비애트모스가 아니어도 별 상관이 없다. 다만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를 돌비비전/애트모스로 마스터링했고 이것은 사소할지라도 영상과 음향에 차이를 주고 싶었던 그의 의지였을 것이다. 실제로 입체감이 너무 뛰어나서 깜짝 놀랄 때가 종종 있었고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부터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김창완의 '그래 걷자', 배따라기의 '불 좀 켜주세요'를 거쳐 마레의 '르 바디나주'까지 이어지는 고운 OST들을 아름답게 듣기 위해서는 돌비애트모스관을 추천한다. '고추잠자리'는 조용필 3집 앨범에 수록된 곡을 그대로 사용했다. 다시말하면 이 음반의 곡을 이런 음향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이 영화의 극장 상영이 유일하다는 얘기다.
다음이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조용필 콘서트에 가봐야한다. 몇년전 데뷔 50주년 전국 투어 생각만하다가 결국 못갔다. 마찬가지로 주현미 콘서트도 가봐야한다.
2025년 9월 25일 CGV 신세계경기 돌비애트모스관 오후 3시 40분 G10
시네마스코프 스크린 시네마스코프 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