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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2018) 본문

Drama

나의 아저씨 (2018)

snowfrolic 2020. 8. 18. 02:06

 

부제 후계동 사람들.

보지도 않았으면서 회사 후배에게 추천했다가 보고알려달라는 말에 뒤늦게 보았다. 뭐든지 때가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내가 10-20대였다면 느낌이 많이 달랐겠지.

욕망이 없는 만년부장 직장인. 아내와 소통이 없는 남편. 부모형제 동네친구들이 소중한 아들이자 친구. 그 세계 간의 갈등과 사건들을 온 몸으로 받아내느라 하루하루가 무기력한 존재. 40대후반 50대초 남성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비슷한 처지에 있지 않을까. 그들이 크게 공명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인 그런 박동훈의 인생에 20대초반의 어린 지안이 등장한다.
지안은 자신의 부채를 해결할 의도로 자신의 처지를 이용하여 그에게 접근하였다. 약점을 찾기 위해 그의 대화를 도청하게 되는데 오히려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고 도와주는 따뜻한 사람이고 그렇지만 그 또한 매우 힘든 가정사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갈수록 그가 좋아지고 그의 목소리 숨소리를 들으며 위안을 받는다. 지안은 기업의 정치싸움 속에서 이혼의 위기에서 박동훈을 지켜주기로 한다. 그리고 성공하지만 그녀는 도망다녀야 하고 그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큰 잘못이 두렵다.


모든 걸 알게된 박동훈은 도망다니는 지안을 찾는다. 그를 다시 만난 지안.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자신의 잘못에 아무것도 아니야, 고마워,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박동훈. 진짜 어른. 나의 아저씨.


흔한 로맨스물로 변질되지 않고 치유와 감사의 이야기로 끝까지 밀어붙여 마무리한 것이 인상 깊었고 출연진들의 연기도 흠잡을 수 없을만큼 훌륭했다. 특히 지안을 연기한 이지은 배우 (아이유) 말을 안할 수가 없다. 그의 첫 주연작인 최고다 이순신 때부터 봤는데, 가수 출신 치고는 나쁘지 않지만 배우로서의 비주얼, 피지컬이 좀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지안 역을 보면서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연기가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단점들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우는 연기에서는 그냥 눈물을 흘리는게 아니라 감정이 차올라가며 북받치는게 보여서 보고 있으면 그 감정에 푹 빠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기 위한 장면 낭비가 많지 않았나 하는 점과 후계동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해당 인물을 오래 보여주는데 그러다보니 내용에 비해 러닝타임이 필요이상으로 길어졌다. 두 인물의 감정 전달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기 때문이라면 이해 못할 건 아니다. 그러나 후계동 이야기는 지나치게 많았다고 생각한다. 박동훈 인물의 배경을 설명하고 지안이 따뜻함을 느낄 정도면 됐을텐데 정희의 사연이나 기훈의 로맨스, 후계축구회의 에피소드 등은 일일드라마의 리듬에서나 볼 것이었다. 심지어 이건 변형된 김수현 주말드라마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편당 20분 줄여서 60분 16부작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결국 연출 편집의 문제인데 그렇게 효과적이거나 세련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것들.
주요 무대인 삼안E&C라는 회사. 거긴 퇴근할 때 서랍장을 잠그지 않는다.
아무리 사내정치가 심해도 그렇지 중역들이 그렇게 대놓고 갈라져 싸우면 망조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휴대폰 잠금을 하지 않는다.

사소한 문제들이다. 행복했다.
2018년 본방 때 보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2020년 8월 14~17일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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