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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ive, 2001) 본문

Movies/2017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ive, 2001)

snowfrolic 2017. 10. 9. 22:21

 

 

 

이해는 안되는데 장악력이 뛰어나서 몹시 몰입되게 하며, 단짝인 안젤로 바달라멘티의 음악이 그 효과를 더한다. 영화를 보면서 전후 관계를 바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난해한 건 아니기 때문에 자꾸 해석해보려는 욕심이 들게 한다. 얼핏 생각나는 대로 촬영한 것 같지만 다양한 은유와 소품으로 주어지는 힌트들을 보면 매우 치밀하게 계획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전후반이 극명하게 달라보이는 베티/다이앤을 연기한 나오미 왓츠의 열연도 굉장하고 리타/카밀라를 연기한 로라 해링의 아우라도 좋았다.

 

2017년 10월 9일. CGV오리 8관. 오후4시25분편. J3. ★★★★☆

돌비디지털 비스타비전 상영

 

 

 

감독도 해석을 하지 않는 영화라 정설은 없으나 가장 그럴 듯한 분석 글이 있어 인용한다. 사라진 엔키노의 원글을 퍼온 글이라 다시 퍼왔음.

 

멀홀랜드 드라이브 완벽분석.. - 엔키노에서 퍼왔슴.. (원문 링크)

 

이 영화를 이제야 봤네요.

줄거리 생략하고 내가 본 멀홀랜드 드라이브... 바로 집중분석 들어갑니다 ^^

 

영화의 구성은 환상(전반부 두시간)과 현실(후반부 30분정도)으로 나뉘고

현실은 다시 현재와 과거로 교차편집됩니다.

맨처음 스윙댄스 우승장면이 잠깐 나온 다음 약에 취해 베개에 얼굴을 묻자마자(다이안의 시선으로 처리) 곧 다이안과 관객들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로의 환상여행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환상은 다이안이 실제 겪었던 일들을 환각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상황으로 재구성한 세계가 됩니다.

구체적으로, 카밀라의 전화를 받고 파티로 가는 드라이브장면부터 시작해서 배신과 분노를 느꼈던 파티장면, 그리고 킬러와 거래(카밀라살인청부로 추정)하는 시각까지 그녀의 눈에 들어왔던 일련의 상황들이 환상속에서 다시 나타납니다.

 

잠깐! 여기서 주목할 것은 현실에선 그냥 지나쳐 가는 인물이나 사소한 일들이 환상에선 무작위로 섞인 다음 다시 기가 막히게 끼워 맞쳐져 보다 비중있게 표현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해서 다이안은 마치 잘짜여진 한편의 새로운 영화처럼 자신의 환상을 완성시켜 갑니다.

 

린치 감독은 갖가지 소품들과 여러 단서들을 카메라로 비추며 계속적으로 관객들에게 힌트를 주는데요 저는 현실과 환상 순으로 바꿔 보여 드리겠습니다,

 

1. 현실: 기다린다며 파티에 오라는 카밀라의 전화를 받는 다이안(빨간전등,검은 전화기,꽁초가 많은 모자이크 무늬의 재털이가 보임) ->

환상 : 의자에 앉아 있는 사장이 교통사고 후 여자(리타)행방이 묘연하다"고 부하인 듯한 뒷통수만 나오는 사람에게 전화하고 이 사람이 다시 노란 전화기로 전화해 "The same"이란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고 그 전화를 받은 팔만 보이는 사람이 다시 어딘가로 전화하자 울리는 전화는 바로 현실에서 나왔던 배경(빨간 전등, 검은전화,재털이)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환상과 현실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장면인데요 여기서 same이란 말은 다이안이 안 나타나 파티장 사람들이 식사도 못한 채 기다리고 있는 현실 상황과 환상속에 돈 뭉치를 들고 어디론가 향하던 리타를 교통사고후 아직 못찾은 상황이 유사하다는 의미도 되고 더 나아가, 이런 식으로 현실과 환상은 모습은 다르나 이어져 있고 동일인물(다이안)이 겪었던 일이 환상으로 다시 전개되는 것이라는 암시가 담긴 말이라 생각됩니다.

 

 

2. 현실: 감독의 엄마 코코, 파티에 다이안이 늦었다고 투덜되고 어떤 경위로 배우가 되고 카멜라를 만난는지 물어대는 ->

환상: 개똥치우라고 투덜, 리타처리하라고 간섭하는 아파트 관리인으로 등장

 

3. 현실:파티에서 감독 아담캐셔와 카밀라의 히히덕거리는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던 다이안이 감정을 억누르며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 눈이 마주쳤던 사람->

환상: 감독에게 주연배우 캐스팅 압력을 넣으며 에스프레소를 사정없이 뱉어버려 여러사람 떨게 했던 아저씨로 등장 (파티에서 열받아서 마시던 에스프레소 맛이 좋을리 없죠. 그 때 느꼈던 감정을 환상에선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을까요..)

 

4. 파티에서 카밀라와 키스해서 다이안눈에 불통튀게 한 여자 ->

환상: 감독맘엔 들지도 않는데 빽으로 주연배우자리를 꿰차는 카밀라 로즈 (특히, 파티장면이 중요한데요 다이안이 가장 큰 배신감과 모욕감을 느꼈던 상황인 만큼 단서도 많이 등장)

 

5. 카밀라와 키스하던 여자가 나가는 모습을 분노에 찬 눈으로 볼 때 다이안 눈에 들어온 기냥 일없이 지나가던 카우보이 복장의 남자 ->

환상: 현실을 일깨우는 비중있는 메신저 역할의 카우보이로 둔갑합니다. (환상을 헤매던 다이안을 깨우기도 하고, 감독에게 캐스팅하라는 데로 하는 게 신상에 좋은 것이라는 압력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6. 형사 둘이 다녀갔다는 옆집여자의 이야기(카멜라가 죽은 후 주변인물조사차 나온게 아닌지 추정) ->

환:교통사고를 조사하던 두 형사로 등장

 

7. 현: 다이안이 스윙댄스 경연에서 우승하고 박수갈채 받을 때 양쪽에 있던 노인들(경연대회 심사위원이나 주최측 인물로 추정) ->

 환:베티가 배우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탄 L.A행 비행기에 동승했던 다정하고 친절한 노부부(오는 도중 베티가 배우가 되려고 한다는 이야기등을 나눈 것으로 보임) :

현실에선 그녀가 바라던 바를 성취하던 순간에 축하해 주는, 환상에선 꿈을 성취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옆에서 격려해주는 인물들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노인들은 차가운 현실은 알지 못한 채 앞날에 대한 핑크빛 희망에 부풀어있었던 꿈많고 순진했던 시절, 그녀의 순수함 등을 상징한다고 봅니다.

 

마지막 자살직전 이 노인들에게 쫓기게 되는데요. 순수함을 잃은 채 살인청부까지 하는 등 변해버린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장치가 되죠.

 

8. 파티장으로 가다 갑자기 차를 세우고 쓸데없이 팔을 뻗치던 운전자 ->

환:리타를 태우고 가다 역시 같은 자세로 그러나, 이번엔 총을 들고 위협.

(현실에서 팔을 뻗칠 때 무슨 위협인 줄 알고 놀랬던 기억이 환상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남)

 

9. 파티장에서 아담캐셔 감독이 자기는 풀장이 있고 카밀라는 풀장청소부가 있다면서 환상적인 커플이라는 듯 다이안 앞에서 카밀라랑 킬킬거림 ->

환: 감독 마누라가 풀장청소부랑 바람나서 까불던 감독 코피 터지게 만듦--; 게다가 캐스팅 압력을 받는 무기력한 감독으로 전락시킵니다.

실제 영화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감독의 비판 의도가 보이는 데 그런 의도는 이외에도 영화전반에 걸쳐 나옴)

 

10.킬러와 커피숍에서 거래할 때 다이안과 눈이 마주쳤던 뭔가 불안해 보이는 듯한 카운터 옆에 눈썹 진한 남자 ->

환: 초반부에 꿈에서 무서운 걸 봤다고 확인하러 왔다 심장마비 일으켜 죽어 버리는 남자 (이 때는 나쁜 일을 꾸미는 상황에서 눈이 마주친 이사람에 대한 찜찜함을 환상속에서 이렇게 해결하는 듯)

 

11. 킬러와 거래시 다이안이 보여주는 한다발의 돈뭉치 ->

환상에선 리타의 지갑속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러개의 돈다발로 늘어나 의문을 일으키는 영화적 요소로 부풀려짐

 

12. 다이안이 누구에게나 알려진 배우 카밀라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사람보는 데서 함부로 꺼내지 말라고 제딴에는 신중한 듯 말하는 킬러에 대한 못미더움이 환상에선 실수로 사람 여럿 잡는 어벙한 킬러모습으로 표현.

 

13. 킬러가 일끝나면 보게 될거라는 평범하게 생긴 파란 열쇠를 다이안이 뭘 여는데 쓰이냐고 묻는데 킬러는 대답없이 웃기만 하고 다음 뒷골목 부랑자(마약파는 사람일수도 있고 다이안의 악의를 상징할 수도..)가 파란상자를 떨어뜨리는 장면이 바로 이어짐(파란열쇠가 파란상자가 관련있음을 암시) ->

 

환상속에선 파란 상자를 여는 범상치 않은 모양의 파란 열쇠 등장 (현실에서 정확하게 무얼 여는지 알려지지 않는 파란 열쇠의 모호함이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통로가 되는 파란 상자의 열쇠로 이어진 걸로 보임. 이 열쇠는 거사가 끝났음,

즉 카밀라의 죽음을 암시하고 아만다의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죠.)

 

 

이외에도 더 있는데요... 현실과 환상분석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논의로 넘어가볼까요?^^

 

현실의 다이안과 카밀라가 환상속의 베티와 리타 그대로인가? 아님, 바뀌어서 금발의 다이안이 환상속에선 갈색머리의 리타로, 카밀라가 금발의 베티로 바뀐걸까?

 

여기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한 것 같은데 글쎄요.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보통은 전자로 해석하고 또 독특하게 후자로 해석하는 분도 계신데요.

후자로 본다면 한차원 높은 인상적인 스토리가 되겠죠. 대신 안그래도 혼란스런 영화인데 너무 이야기가 꼬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전자로 딱 나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말하자면, 실제 다이안이 환상에서 단순히 좀 나은 모습의 베티로 변한 것이 아니라 환상속의 베티는 현실의 다이안이 바라는 이상적 자아상

(여러 사람들한테 뛰어난 연기를 인정받고 연인에게 사랑받고 또 의지가 되어줄 수 있는.. )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환상속 리타도 단순히 카밀라가 바뀐게 아니라 다이안이 바라는 이상적 연인상이 되는 거구요. 추상적 이상형의 구체적 발현이라고 할까요? --;

 

이렇게 되면 환상속엔 현실과 다른 정체성을 지닌 이상형들만 등장하고 실제의 다이안과 카밀라는 환상에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죠.

정확히 현실의 누가 환상 속 누구인가의 구별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인물들의 모호함은 장면 곳곳에 나옵니다.

 

1. 현실에선 다이안이 킬러와 거래시 차를 나르던 웨이트리스의 명찰을 유심히 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명찰에 찍힌 이름은 베티입니다.

(나중에 다이안이 환상에 빠질 때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의 금발머리 웨이트리스의 이름을 기억해내고 환상속의 자아상에 적용하게 되는거죠.)

/ 환상에서 베티와 리타가 커피샵에서 봤던 웨이트리스의 이름은 반대로 다이안입니다. (이것은 리타와 베티 중 누가 실제 다이안인지를 구별해주는 단서라기 보단 다이안 자신이 만든 환상속에 실제 자신의 이름을 등장시켜 환상 속 주인공들인 베티와 리타에게 스토리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이상적 연인상인 리타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는 장치라고 보여집니다.)

 

2. 실렌씨오 클럽에서 모든 것은 현실이 아니라 녹음된 것이고 전부 환상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원맨쇼하던 남자가 눈에 힘주고 손을 치켜들고 천둥소리가 나자 이 때 리타가 아닌 베티가 온 몸을 흔들며 경련을 일으키는데요 이것은 진실을 말해주는 남자의 말에 환상속의 이상적인 자아(베티)와 현실의 자아(다이안)가 혼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3. 클럽에서 집으로 돌아와 리타가 파란상자를 열어보려는 중대한 순간 베티가 사라지죠. 어디로 갔을까요? 파란상자는 환상에서 현실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는데요 이것을 열기 직전 이상적 자아가 사라진다는 것은 곧이어 현실의 자아가 드러날 것임을 암시하는 거라 봅니다.

 

4.베티와 리타가 옆집 여자에게 다이안 쉘윈에 대해 묻자 방을 바꿨다며 며칠째 안보이더라는 말을 하는 데 자세히 보면 대답은 베티에게 하지만 말을 하는 대부분 이웃집 여자의 눈은 리타에게 못마땅한 듯 향해 있습니다.

 

리타를 째려본 이유는?

 

그녀의 얼굴을 알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카밀라가 다이안의 집소파에서 반나체로 누워있는 장면이라든가 문가에서 싸우는 장면, 두문불출할 때 이웃집여자가 3주가 다 됐다는 둥 말하는 걸로 미루어 볼 때 이웃집여자는 다이안의 집을 드나든 카밀라의 얼굴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상에서도 리타의 얼굴를 다이안쉘윈의 애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거죠. 들락거릴 때는 언제고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 기가 차서 못마땅한 얼굴로 보는 겁니다.

 

그리고, 다이안을 두문불출하게 만든 원인이 리타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듯 보입니다.또, 현실에선 다이안의 이웃인 그녀가 환상에선 같은 얼굴의 베티를 낯선 사람 대하듯 질문에만 퉁명하게 대답하는데 여기서도 현실의 다이안이 단순히 환상의 베티로 바뀐 게 아니란 걸 보여줍니다.

 

베티는 먼저 언급했듯이 다이안도 카밀라도 아닌 다이안이 만들어 낸 이상적 자아상, 환상속 실마리를 추적해서 적극적으로 풀어가는 또다른 정체성을 지닌 존재란 말씀이죠.

 

다음은 베티와 리타가 침대위의 여자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환상에선 그 시체가 며칠간 안보이던 그 집주인 다이안 셀윈으로 나오는데요.

이 때의 다이안 셀윈을 현실의 다이안으로 바로 연결시킬 순 없습니다.

환상에서 빽으로 주인공이 된 여자가 현실속 카밀라의 이름만 따온 카밀라 로즈인것처럼 말이죠.

환상 속 다이안 셀윈과 현실의 다이안은 죽음과 관련있다는 점, 그리고 환상 속 카밀라 로즈와 현실의 카밀라는 실력보다 든든한 배경을(카밀라로즈는 알 수 없는 빽으로,카밀라는 감독에게 잘보여서) 지닌 인물이라는 각각 하나씩의 유사점만 부여된 다른 인물이죠.

 

다이안과 다이안 셀윈, 카밀라와 카밀라 로즈... 이렇게 뒤에 셀윈과 로즈라는 성이 하나씩 더 붙은 건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침대위 시체의 왼쪽 손목을 자세히 보면 시계같은 걸 차고 있는데요 현실속 다이안은 아무것도 차고 있지 않습니다.

다이안은 회색 가운을 걸치고 죽었지만 죽은 시체는 슬립차림입니다. 자살한 다이안이 환상 속 시체일 수 없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환상을 다이안이 약에 취에 침대에 누울 때부터 이웃집 여자에 의해 깰때까지로 본다면 실제 자살은 환상에서 깬 뒤 일어나기 때문이죠.

자살하기 전 환상에서 죽은 자기 모습을 볼 순 없으니까요.그럼 시체는 왜 등장했을까요? 이 때 환상속의 시체는 환상에서 깬 후에 일어날 다이안의 자살이라는 실제상황의 복선이 됩니다.

 

다이안의 죽음을 암시하기 위해 다이안 셀윈이란 인물을 빌린거라 볼 수 있습니다. 다이안의 자살이 그런 환상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죠.

 

복선은 카우보이가 깨우는 장면에서 한번 더 나옵니다. 카우보이가 "Hey, pretty girl! Time to wake up!"하자 솜이 틑어진 침대위에 다리색이 푸르스름한 죽은 여자의 모습이 보이고 굳은 얼굴의 카우보이가 문을 닫고 나가면 검은화면(환상과 현실,과거와 현재를 넘나들 때 나옴)후 옆집여자의 노크소리에 같은 자세로 누워있던 다이안이 환상에서 깨어나는 현실모습이 이어집니다.

 

이 장면 역시 곧 일어날 다이안의 죽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사실 시체가 상징하는 의미가 중요한 것이지 누가 누구인지의 구분은 불필요할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지금껏 봐왔듯이, 일대일 대응이 안되도록 만들어졌으니까요.

 

현실과 환상이 철저히 인과구도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현실속 인물들을 가져다가 다른 정체성을 부여한 후 이리저리 섞어 재등장시키고 현실보다 극적 요소를 가미하여 한편의 영화같은 새로운 환상이 만들어집니다.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었던 다이안은 자신이 만든 환상속 영화에 배우가 아닌 주인이자 감독이 되어 그 환상을 통해 자신의 좌절,실망,모욕감,죄책감 등을 해소하고자 하나 그런 무의식의 시도는 무위로 끝나 버립니다.

 

카우보이의 깨움(실제,이웃집여자의 노크소리)으로 환상에서 깨어나 다시 감당하기 버거운 현실과 마주하게 되고 결국엔 죽음을 택합니다.

마지막으로, 관객의 이해를 가장 방해했던 시간적 순서를 살펴볼까요?^^ 환상과 현실순으로만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이해하기 쉬웠겠지만 린치감독이 그렇게 둘 리가 없죠.

 

실제로 일어났던 현실장면인 후반 30분을 다시 현재와 과거시점으로 나누어 교차편집하는데요. 현재(옆집여자 노크에 환상에서 깨어남) -> 과거(카밀라와의 소파씬)-> 더 과거(아담캐셔감독이 연기지도 하다 카밀라랑 눈맞는 장면) -> 다시 과거(소파씬 다음 시점. 관계를 청산하자는 말에 분개한 듯 이런식으로 끝내지 말자는 카밀라에게 고함지르면서 문닫아 버리고 흐느끼며 자위) -> 이후 청부살인 결심의 계기가 되는 파티 시점-> 킬러와의 커피샵 거래 -> 다시 현재(자살) 이런 순으로 현재와 과거를 나누고 과거를 다시 여러개의 과거로 나누어 정신없이 섞어 버려 관객들로 하여금 충격과 혼란을 겪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다행이도 린치감독은 소품을 이용해 시점을 알려줍니다. 현실속 현재와 과거의 구분 단서는 이웃집 여자의 소유인 피아노모양의 재털이, 테이블 위에 놓인 파란열쇠와 꿈에서 깬 다이안이 끊인 커피가 담긴 황토색커피잔입니다.

 

파란열쇠는 킬러가 일을 치운뒤(아마도 카밀라의 죽음이겠죠)임을 암시, 테이블위에 피아노모양의 재털이가 보이는 건 이웃집 여자가 자기 물건 찾아가기 전 시점을 (카밀라가 죽기전 시점. 카밀라와 다이안이 반나체로 소파에 있는 씬에서 보임)을 암시.

 

다이안의 황토색커피잔은 환상에서 깨어난 후 자살직전의 현재시점을 가리킵니다. 이런 소품을 눈여겨 보면 앞에서 말한 시간구도가 보입니다. 이 영화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겉으론 모호한 듯 하나 실은 상당히 치밀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구요.

 

총 런타임 두시간 반 중 거의 두시간 가까이나 도대체가 무슨 일인지 궁금하기만 하고 알 수는 없게 만들어 놓고 또 그러면서도 관객의 눈을 끝까지 붙잡는 이 영화의 힘은 대단하다고 봅니다.

 

보고 바로 잊혀지는 영화가 아니라 좋든 싫든 관객들을 계속 생각하게 만들죠. 린치감독은 이 영화에서 꿈과 현실의 갭, 성취와 좌절의 잔상들에서부터 헐리우드의 이면적 속성에 대한 비판까지 골고루 버무린 내용을 일반적 구조보다 심도있게 환상과 현실의 공간적 구분,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구분이라는 중첩적인 형식을 통해 모호하고도 매력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스토리이해를 위해 나름대로 이렇게 해부해보긴 했지만 감독의 명성만큼이나 묘한 영화인지라 무언가를 분명히 가려내려기보다 그저 멀홀랜드 드라이브로의 독특한 환상 여행에 짓궂은 린치감독이 인도하는대로 relax하게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색다른 경험이 될테니까요... 많이 이해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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