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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2016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snowfrolic 2016. 12. 11. 02:11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2012) 이후에 뮤지컬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다. 뮤지컬 영화라면 우선 보기싫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뮤지컬은 아니면서 음악과 음악인들을 주제로 다루는 영화들이 계속 등장한다. 관객수 340만명으로 국내 흥행에 나름 성공했던 비긴 어게인(2013) 이 대표적. 비긴 어게인의 경우는 레미제라블로 다친 내 마음을 다소 위로해주기는 했다. 2014년에는 혜성같이 나타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음악 영화 위플래쉬가 많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국내 159만명). 지금은 후회가 되지만 이때도 사실 음악 영화라는게 걸려서 망설였었고 그러다 결국 보지 못했다. 


그리고 2016년. 라라랜드라는 제목의 영화가 상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올해 기대하고 있던 영화는 아니어서 어떤 영화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일단 제목에서 초현실주의 동화적 상상을 불러일으켜서 호감이 갔는데 내용을 잠시 보니 음악 영화도 아니고 무려 뮤지컬 영화(!)라고 한다. 고민을 좀 했다. DP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도 상당히 좋고 Rotten Tomato 신선도가 96% 이다. 최근에 회사 일로 많이 바빴고 여러가지로 지쳐서 극장에 한동안 안가고 있었는데... 혹시나 이 뮤지컬이 기분전환을 시켜줄 수 있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하며 보기로 결심했다. 


CGV IMAX에서 봐야한다는 말들을 본 것 같아 확인해보니 2.55:1 시네마스코프 영화이다[각주:1]. 영화 시작할 때 'CINEMASCOPE'라고 화면에 딱 등장. 사운드는 돌비 애트모스인데 음악영화에서 장점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눈이 피로해서 안경의 근시 도수를 낮춘 이후에 화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점이 조금 있기는 한데 그 문제인지 M2관의 포커스가 문제인지 촛점이 안맞는 느낌이다. 


영화의 오프닝. LA의 꽉 막힌 도로의 차 안에서 각자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 갑자가 한 여인이 허밍을 하며 노래를 부르더니 차례대로 내리는 다른 차의 사람들과 같이 차들과 고속도로를 무대로 노래를 부른다. "Another Day of the Sun". 군무가 폭발력이 있고 대중적인 멜로디가 매우 즐겁다. 헐리우드에서 영화배우를 꿈꾸는 미아(에마 스톤)와 재즈 카페를 여는 것이 꿈인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현재는 가진 것이 없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면서 각자 꿈에 도전하고 응원하면서 서로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 섬세한 감정표현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그 과정은 마법처럼 동화같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러나 이 영화는 동화나 마법을 그리는데만 그치지는 않는다. 마녀의 마법에는 댓가가 따르듯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치루어야 할 희생이 뒤따른다. 역시 어른들의 이야기. The End 시퀀스. 세바스찬이 피아노에 앉아 theme를 연주하기 시작한 순간 둘이 처음 만난 과거로 돌아간다. 플래시백인가했는데... 아... 이건. 꿈을 이룬 그가 이루지 못한 또 다른 꿈. 그리고 마지막 눈 맞춤과 미소. 억지부리지 않으면서 관객을 heart breaking으로 몰아가는 감독의 편집 솜씨는 대단하다. 역대로 손꼽을 만한 엔딩 시퀀스. 그래도 우리는 계속 가야한다. 어른이니까. "Let's go. One, Two, Three."


주인공들의 모든 사고와 결정과 행동은 본인의 꿈을 향해 이루어진다는 것. "몇 년을 해야할 지 모르는데 네가 좋아해야 하는 것 아냐?" 내가 중년이어서 더 감정이입이 컸을 지도 모르겠다. 지나온 내 시간들에 대한 회한인지 나도 이제 꿈을 가져도 되는건지 뭐 그런 생각들.... 안정된 미래의 보장을 위해 본인의 꿈과는 상관없이 누가 부여했는지 모를 의무감에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는 내 아이들 한국의 청년들을 떠올리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이 작품을 '꿈을 잃은 한국의 청년 아니 중년에게 바친다'는 말에 담기에는 너무나도 넘치는 영화다. 대사와 노래를 세련되게 연결하고 있으며 음악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아름다운 화면과 카메라 워킹. 와이드한 화면비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화면 구도. 단순한 이야기를 가지고 이렇게 강력한 호소력과 여운을 남기게 하는 각본과 연출. 그리고 처연하면서도 서정적이고 행복감을 안겨주는 음악. 다만 이 정도 퀄리티의 영화가 많은 장면에서 카메라 초점을 놓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내 근시나 상영관의 영사기 문제만은 아닌듯)


LA 야경을 배경으로 한 그리피스 공원에서의 탭댄스 장면도, 마지막 눈을 마주치며 짓는 미소 장면도 좋았지만, 

베스트는 플라네타리움 안에서 공중으로 붕 뜨면서 키스로 이어지는 시퀀스. 나도 모르게 환하게 웃었다.





2016년 12월 10일. 메가박스 영통 M2관. 22시55분편. I13. ★★★★★

CS, 돌비애트모스 상영



2016년 '이거다!'하는 영화가 없었는데... 어디있다 이제야 나온거냐.



※ 참고

  • 라라랜드의 '라라'는 영화의 무대인 LA를 단어로 발음한 것과 노래를 할 때 라라라~ 하고 부르는 것을 의미한다.

  • 감독인 데이미언 셔젤은 2006년에 각본을 완성하였으나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제작하지 못하였다. 2014년 위플래쉬의 성공 후에야 영화화할 수 있었다.

  • 세바스찬 역의 라이언 고슬링은 원래 피아노를 못치는데 수개월간 연습한 끝에 프로처럼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가능한가...?

  • 극 중 모든 노래는 현장 녹음이었다. 같은 현장 녹음이었던 레미제라블과 퀄리티가 왜 이렇게 다른지...

  • 그외 : [맥스무비] 꿈꾸고_노래하고_사랑하라 <라라랜드> |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사실 14




주인공의 테마곡인 셈인 "City of Star". 비긴 어게인의 "Lost Star"와 비슷한 풍인지만 더 처연하고 구슬프다.



영화 보는 내내 엠마 스톤 이름이 기억이 안나서... 엠마 톰슨? 엠마 왓슨? 아닌데 엠마 뭐더라... 하고 봤음. 그러고 보니 엠마로 시작하는 배우들이 다 좋네.


  1. 최근 시네마스코프 영화들이 대개 2.35:1 비율이므로 이들보다는 조금 더 와이드한 화면비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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