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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2016

헤이트풀8 (The Hateful Eight, 2015)

snowfrolic 2016. 1. 10. 13:35

쿠엔틴 타란티노의 8번째 장편8. 증오의 8인이라고도 불리웠는데 한국 개봉명은 헤이트풀8로 정해졌다. SNS에서는 극혐8로 불리우기도 한다. 전전작이었던 바스터즈가 워낙 대단했었고 전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도 훌륭했는데, 이번 역시 티저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아우라가 대단했기 때문에 개봉을 기다려왔던터다. 


그리하여 지난 목요일에 개봉을 했으나.. 극장에 다녀온 일부 관람객들의 불평이 들린다. 아... 미처 몰랐던 것은 이 영화가 울트라 파나비전 70으로 제작되어 상영화면비가 2.73:1이며 배급사가 상영관 단독 계약을 해서 CGV에서만 상영한다는 사실. 게다가 CGV에서도 메인상영관에서는 안 걸리며 100석 규모 전후의 작은 상영관들에서 상영된다는 것. 이것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상영관이 1.85:1의 비스타비전 스크린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비추어볼때 그 작은 비스타비전 스크린에서 이 영화의 2.73:1 화면이 상하 잘린 레터박스 형태로 투사된다, 즉 화면이 너무 작게 보여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감독은 눈보라치는 와이오밍의 웨스턴 풍광을 광활한 70mm 와이드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싶은 의도였겠지만...


그 와중에서도 나름 큰 상영관을 찾아봤는데 서울경기권에서는 CGV영등포 스타리움 상영을 하므로 가능하다면 그곳에서 보는게 최적이다. 그 다음으로는 267석 규모의 CGV수원 5관이다. 작아도 그냥 가까운 CGV동수원(4관,7관)에서 볼까 했는데 무도 예능총회를 보느라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새벽에 수원 5관으로 가기로 했다. 


수원에 16년을 살았지만 CGV수원점은 한번도 가보지 못해했는데 이렇게 가게 된다. 시설에 대한 불만들이 많은 곳이었는데 최근 리모델링을 해서 시설에 대한 만족도는 많이 좋아진 편이다. 막상 5관에 들어서니 오.. 상당히 큰 상영관이다. 대략 눈대중으로 스크린의 가로 길이가 15~18M 정도는 되는 것 같고 대형 상영관에나 볼법한 곡면스크린이다. 예매할 때 최적자리라고 하는 지역의 가장 앞라인인 I열의 중앙 10번좌석에 앉아보았는데 음향은 적절한것 같은데 화면이 휘어보이는 것이 좀 거슬렸고 조금 작게 보인다. 



CGV수원5관 I10 좌석에서의 화면


좀 더 크게 보고 싶어서 두줄 앞 G10으로 이동하였다. 화면 크기는 만족했는데 휘어져 보이는건 여전하다. 가만 생각해보니 훨씬 뒷쪽으로 가야 스크린 수직면과 시선이 일치하여 덜 휘어 보이겠다 싶었다. 대신 화면은 더 작아보이겠지. 작지는 않은 스크린이지만 굳이 이정도 크기에 곡면 스크린을 사용할 필요가 있나 싶다.






상영시간 2시간 47분이 짧게 느껴진다. 타란티노의 직전작들에 비해 액션씬의 양은 현저히 적다. 그러나 캐릭터들과 이야기 전개가 전달하는 밀도감과 몰입감은 대단하다. 배경을 알 수 없는 인물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만나는 전반전과 갑자기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물처럼 변화하여 절정으로 치닫는 후반전. 이 모든 과정이 막강 내공의 배우들의 맛깔나는 대사들로 이끌어지는데, 마치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 해주셨던 적절한 효과음이 동반된 이야기처럼 빠져든다. 촬영도 촬영이지만 시나리오의 힘이 대단한 영화다. 마지막은 예상대로 타란티노 특유의 피칠갑인데 사실 시나리오 자체만으로도 완벽해서 이 영화에서 그런 과장된 액션 묘사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배경 공간인 미니의 잡화점에 모여든 인물들은 배경,출신이 제각각이다. 미국내 이념갈등이 최고에 치달았던 남북전쟁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북부군 출신 바운티헌터 두 명. 남부군 출신 보안관과 장군, 출신 상관없다는 형집행인,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는 카우보이. 그리고 의심스러운 멕시코인과 살인범 여자. 여전히 남부 출신들은 흑인들을 경멸하고 있고 멕시코 갱단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전반부까지 북부-남부, 흑인-백인간의 대립은 첨예하다. 그 절정은 마커스 워렌(사뮤엘 L 잭슨)과 샌디 스미더스 장군(브루스 던) 간의 총격전이다. 그러나 독약이 든 커피 사건을 계기로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진짜 악당을 찾아내기 위해 이념 대립은 접어둔다. 그 동인이 생존 때문이든 어쨌든. 그 남북 연합은 중대한 부상을 입기는 하지만 결국 범인을 찾아내고 멕시코 갱단을 처단한다. 워렌의 마지막 대사 "끝내주는 춤이었어"에 뒤이어 크리스 매닉스(월튼 고긴스)가 존 루스(커트 러셀)의 명언을 다시 읇는다."개자식만 교수형에 처해야 하고 개자식들은 몽땅 교수형에 처해야 해". 마지막 챕터의 제목은 'Black Man. And White Hell'. 정말 잘 지은 제목이다.




파나비전 70 카메라와 촬영감독 로버트 리차드슨. 킬빌 이후 타란티노와 같이하고 있다.


울트라 파나비전 70의 와이드스크린의 힘은 비주얼 전달 뿐만 아니라 추리물 같은 이 영화에서 긴장감 전달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포커스를 맞춘 중앙의 캐릭터 뿐 아니라 주변부에 보이는 인물들의 분위기, 움직임들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필름으로 촬영되어 그런지 화질이나 색감의 측면에서도 한층 깊이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필름촬영이지만 포커스는 대단히 선명하고 밝은 설원의 밝은 화면이나 잡화점 내부의 어두운 실내에서의 발색이 매우 훌륭하다. 화질 측면에서는 최근 몇 년간 가장 뛰어나지 않나 생각된다[각주:1]. 울트라 파나비전 70으로 촬영된 영화는 이전에도 10편밖에 없는데 1966년 이후로 헤이트풀8이 처음이다. 이 촬영을 위해 울트라 파나비전 카메라를 창고에서 꺼내어 새로 조립하고 디지털 장비들과 연결했다고 한다. 1959년 벤허, 1962년 바운티호의 반란이 이 포맷으로 촬영된 대표 영화들이고... 1965년의 발지대전투도 이 포맷인데 극장에 봤으면 대단했을 것 같다.




70mm 코닥 필름에 담겨진 헤이트풀8의 비주얼은 매우 인상적이다. 와이드스크린으로 보여지는 각 로케이션의 설경경이나 미니의 잡화점 내외부 등 배경도 훌륭하지만 각 캐릭터의 의상에도 눈을 뗄 수 없다. 특히 기병대 유니폼을 입은 마커스 워렌 역의 사뮤엘 L 잭슨은 그의 검은 피부색과 넥타이의 빨간색, 코트 내부의 노란색, 장갑의 백색 등 색조화가 정말 멋져서 화면에 그가 서있는 모습이 나오면 감탄이 나온다. 



70mm 상영본은 인터미션이 있는 3시간 7분 상영이라는데 20분이나 어떤 내용이 추가되는지 궁금하다.



2016년 1월 10일 CGV 수원 5관 오전 2시20분편. I20. ★★★★☆

267석 상영관에서 나 포함 관객 2명.





  1. 리들리 스코트 영화들도 좋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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