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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2015

해바라기 (I Girasoli, 1970)

snowfrolic 2015. 11. 8. 01:30


지난주 알라딘 3일장 특가로 나와 구입한 해바라기(1970) 블루레이를 보았다. 고등학교 때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에서 자주 들었던 OST로 익숙한 영화인데 미국의 영화음악 작곡가 헨리 맨시니가 작곡한 메인 타이틀은 오랫동안 영화음악의 명곡으로 꼽혀왔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별이라는 시놉시스를 알게되고 난 후에 더욱 보고싶어 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가 제작된 1970년 시점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별과 비극적 재회라는 소재는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당시였기에 무리수를 두지 않는 담백한 전개와 사실적인 결말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이건 다시 말하면 시나리오적으로는 특별할게 없는데 연출과 배우들의 명연기로 군더더기 없는 영화가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인 시기의 이탈리아. 영화에 정확한 년도나 나이가 나오지 않아서 궁금하게 보았는데 역사의 연도와 비교해서 추측을 해보자. 추축국으로서 러시아 침공에 참전하게 된 시기이니 1942년 중반쯤으로 보인다. 20대 후반의 지오바나와 34살의 안토니오는 결혼을 한다. 결혼으로 12일의 휴가를 얻었으나 귀대시기가 다가오자 안토니오는 참전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 하지만 꼼수는 들통이 나고 안토니오는 러시아 전선으로 투입된다. 1943년 1월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추축국 군대는 처참한 패배를 당하고 혹독한 추위 속에 돈 강 부근으로 후퇴를 하던 안토니오는 부상으로 쓰러져 행방불명이 된다. 사망자 명단에 이름이 없으니 반드시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는 지오바나. 때를 기다리며 긴 세월을 기다린 지오바나는 1960년대 말 (이탈리아 개봉이 1970년 3월이니 소련 지역 촬영 시기는 1969년 일 것)에 안토니오를 찾아 소련으로 간다. 이때 지오바나의 나이는 50대 초반일 것이다. 안토니오를 찾아 도시를 헤매는 지오바나의 모습 뒤로 모스크바의 도시 풍경이 보인다. 수만의 관중이 열광하는 축구장,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핵발전소 시설 (체르노빌은 아니다) 등... 소련이 최초로 서방에 촬영을 허용한 영화이니 만큼 발전된 모스크바의 모습을 잔뜩 보여준다. 하지만 말도 안통하는 낯선 곳에서 사진 한장으로 사람을 찾는다는게 가능한 일인가. 여기저기 헤매다 전쟁 난민들이 모여산다는 우크라이나 지역에 도달하게 되고 이곳에서 주민의 도움으로 안토니오를 찾게된다. 그러나...


그런데 나이가 안맞는다. 지오바나가 모스크바로 간 년도를 1955년 즈음으로 해야될 것 같다 (스탈린이 53년에 사망이니. 모스크바가 55년에 그 정도로 발전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럼 지오바나의 나이가 40대 초반이 된다. 소련에서 안토니오를 찾고 좌절한 그녀는 이탈리아로 돌아와 한동안 방황하다가 밀라노에서 새살림을 차리고 아기도 낳게 되므로... 그럴려면 이 정도 나이가 맞을 것 같다. 안토니오의 어머니 나이도 고려하면 그게 맞을 듯.


영화의 이별 장소로는 최고로 꼽을 기차역 플랫폼. 그 중에서도 이 영화의 지오바나와 안토니오의 이별씬이 감히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차안에서 가만히 선 채 지오바나를 쳐다보는 안토니오의 표정과 기차가 떠난 후 오열하는 지오바나의 모습이 가져다주는 슬픔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헨리 맨시니의 메인 테마가 그 슬픔을 더해준다.







소련에 정착한 안토니오의 아내 역으로 나오는 여배우가 전형적인 러시아 미인인데, 러시아판 '전쟁과 평화'(1966)에서 나타샤로 출연했던 류드밀라 사벨리에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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