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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콩코드를 보내다

snowfrolic 2004. 11. 12. 23:02

1990년 1월부터 2004년까지 거의 15년간 우리 가족과 함께 했던 콩코드가 어제 폐차장으로 갔다.
그 동안 계속 부모님 소유였다가 작년 4월에 내가 인수하여 지금까지 사용해 왔었다. 에어콘 컴프레서의 고장으로 여름에 좀 고생스러웠고... 2000 RPM 이상에서 엔진진동 소리가 좀 들리는 문제가 있었지만 외관은 상당히 양호했었고 무난하게 움직여줬었다.

우리집이 가장 처음에 소유했던 차는 대우의 월드카 르망이었다. 르망이 출시된 첫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1986년. 백색 르망이었다. 에어콘이 없어서 여름에 많이 더웠지만 그래도 우리 다섯 가족 데리고 이리저리 많이 다녔었다.

아버지의 장성 진급이 확정되었던 1989년말 4년동안 몰았던 르망을 팔고 중형차 구입을 추진했다. 당시 장군들에게 최고의 인기차는 단연 대우의 로얄 프린스. 특히 검정색 로얄 프린스는 주위를 압도하는 중후한 외모로 장성들의 대표차종이라 할만했었다. 그러나 잔고장이 많고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소문에 후보에서 탈락.
전통적으로 현대차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소나타(현재 소나타 시리즈의 원형) 탈락.
최종 선택은 기아 콩코드에게 돌아갔다.

콩코드는 일본 MAZDA다사의 Capella(1979~1995)를 베이스로 하여 1987년 첫 생산된 기아의 첫 중형 세단. 당시 콩코드의 최고급 모델은 DGT로 알루미늄 휠에 크롬 몰딩,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크루즈 콘트롤 등의 사양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한 단계 아래 모델인 GTX를 선택했다. 색은 쥐색(왜 검정색을 안했는지...).
1990년은 기아가 아산공장에서 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해였다. 때문에 주문한 차가 나오질 않아서 한때 로얄프린스로 변경을 검토하기까지 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기아 영업사원이 아산공장까지 가서 직접 차를 가져오게 되었고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산공장 1호차라는 소리를 들었었다.

아버지께서 장성이 되신 이후로 이제 완전히 국방부를 떠나게 되시기까지...
내 소유가 되어 약 일년반동안...

그리고 새차를 구입하게 되어 떠나보내야 했던 순간...
폐차를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차의 상태도 그렇고 정도 많이 들었고...
그래서 원하는 사람에게 그냥 주려고 회사 장터에 매물로 올리기도 했었다.(만원에...)
가져가겠다는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다시 내 손으로 폐차하기로 맘을 먹었다.

그 동안 고민했던 마음, 콩코드를 보내는 의식으로 충분하리라고 본다.

지하 주차당에서 안개등을 켠 모습. 안개등은 콩코드의 포스를 몇 갑절 더해준다.

외관 상태는 썩 나쁘지 않다.

옥외 주차장에 세워놓은 콩코드의 마지막 모습. 운전대를 잡으면서 마음이 착찹했다.


권진상 ::: 폐차 시킨거야? 아.. 마음이 아프네.. 추억이 많이 담긴 차였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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