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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M시승기 : 시속 300㎞로 달려보셨나요? 본문
이글은 굿데이 이성철기자님의 'DTM시승기'의 내용입니다.
시속 300㎞로 달려보셨나요?
경주용 차를 타고 시속 300㎞로 달려보셨나요? 저는 달려봤습니다. 부러우시다고요? 아찔한 정도가 아니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부터 그 얘깁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주최한 '메르세데스-벤츠 Active Safety Experience 2003'. 저는 이번 행사에서 한국 기자로서는 최초로 베른트 슈나이더(40)가 직접 모는 DTM 투어링카에 동승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전체 참가자 중 추첨을 통해 단 1명을 뽑았는데 운 좋게 제가 동승자로 뽑힌 겁니다. 아는 사람은 아는 엄청난 행운입니다.
독일 최고의 DTM(독일 투어링카 챔피언십) 드라이버인 슈나이더는 DTM에서 시즌우승 기록(통산 4회)을 보유한 전설적인 존재입니다. 176㎝의 보통 체구지만 빠른 판단력과 민첩한 순발력, 드라이빙 기술로 DTM의 지존으로 군림하는 인물이죠. F1에 미하엘 슈마허가 있다면 투어링카에는 슈나이더가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주행 3분 전. 헬멧과 레이싱복으로 갈아입은 후 자동차에 올라타자 피트크루(자동차 정비요원)들이 안전벨트를 매줬습니다. 허리에 1개, 어깨와 다리에 각각 2개씩 총 5개의 안전벨트가 몸을 칭칭 감았습니다. 자동차 시트에 엿처럼 찰싹 붙어 옴짝달싹할 수가 없더군요. 너무 심한 거 아냐? 의문도 생겼지만 잠시 후 안전벨트로 동여맨 이유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콰아앙∼." 대포소리 같은 엔진 굉음이 터지더니 주행이 시작됐습니다. 차가 급출발하자 나도 모르게 "흡" 하는 신음이 나오면서 정신이 몽롱해졌습니다. 자동차 경주에서 초반 선두자리를 차지하는 데 꼭 필요한 '급출발'은 다섯살 때부터 레이싱을 해온 슈나이더는 일상이지만 난생 처음 겪는 기자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속도계 바늘이 쭉쭉 치솟더니 출발 후 30초도 지나지 않아 시속 270㎞를 가리켰습니다. 엔진 굉음과 차체 진동 때문에 청각은 멍해지고 귓속은 벌레가 들어간 것처럼 간질거렸습니다. 직선주로가 나타나고 계기판을 슬쩍 훔쳐봤습니다. 으악! 시속 300㎞.
앞을 쳐다보자니 착시현상이 일어나 몹시 어지러웠습니다. 시속 300㎞의 속도에서는 사람의 가시각도가 평소의 170도에서 90도 줄어든답니다. 손바닥으로 눈옆을 가린 채 앞만 보고 달리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슈나이더가 동승자를 배려해 평소보다 천천히 달렸다고 하더군요. 실제 경주에서는 380㎞까지 밟는다나요.
갑자기 150도로 굽은 급코너가 나타났습니다. 슈나이더는 민첩한 손놀림으로 핸드브레이크와 풋브레이크를 조작하더니 시속 120㎞로 급감속했습니다. 순간 몸과 내장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안전벨트 5개가 아니었더라면 앞유리에 머리를 박았을 겁니다. 3개의 직선주로와 15개의 코너를 지날 때마다 이런 느낌이 반복됐고 총구간 5,542m의 세팡 자동차경주장 두바퀴(1만1,084m)를 단 3분 만에 돌았습니다.
레이싱을 마치고 차에서 내리자 정신이 몽롱하고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습니다. 엄청난 속도를 견디기 위해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홍콩 스타TV의 기자가 다가와 묻더군요.
How was feeling?(기분이 어땠습니까?)
서툰 영어로 답을 했습니다.
Am I alive?(내가 살아있나요?).
*세계 3대 투어링카 챔피언십 DTM 이란?
독일의 DTM은 영국의 BTCC, 일본의 JGTC와 함께 세계 3대 투어링카 챔피언십이다. 투어링카는 일반인에게 연간 1만대 이상 판매된 양산차를 개조한 경주용 차량을 일컫는다. 이 때문에 차의 겉모습은 일반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
8기통 4.0ℓ 엔진을 장착하며 7,500rpm에서 최고출력 470마력으로 제한한다. 피스톤·베어링 등 엔진 주요부품의 크기와 무게를 규정했고, 경주차의 성능을 높이는 전자장비는 쓸 수 없다. 드라이버의 실력에 따라 승부가 좌우되는 셈이다. 엔진무게는 165㎏을 최소로 하며 차의 길이는 4,250∼4,800㎜이다. 앞바퀴 타이어의 너비는 235㎜, 뒷바퀴 타이어는 280㎜, 휠 사이즈는 18인치로 통일했다.
DTM 득점규정은 1위부터 6위까지 각각 10·6·4·3·2·1점씩을 부여한다. 이렇게 각 드라이버가 얻은 타이틀 점수는 그 드라이버가 속한 팀에게도 주어지고 팀들은 보유한 드라이버들의 합산점수를 따져 시즌 순위가 결정된다.
* 위에서 언급된 '메르체데스 벤츠 Safety Experience 2003' 행사에 대한 자동차생활 기사
http://www.carlife.net/bbs/board.php?bo_table=cl_2_1&wr_id=13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