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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2012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2012)

snowfrolic 2012. 5. 3. 00:55

2004년, 2005년, 2008년에 가지 못한 것을 계산하면, 1회인 2000년도 이래 통산 10번째 방문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이다. 아침 7시 15분에 아내와 함께 집을 나와서 대략 9시 50분쯤 고사동 오거리공영주차장에 주차를 마쳤다. 그리고 예매한 표를 찾기 위해 티켓부스로 직행. 온라인으로 매진되었던 2회 상영편인 "라자르 선생님"의 표가 남아 있었다. 대신 예매했던 "방황하는 소녀들"은 환불. 첫 영화시작까지는 1시간 넘게 남은 상황이다. 올해는 특이하게도 티켓부스에서 오렌지주스나 커피 같은 음료수를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다. 덕분에 기분 좋게 영화제를 시작한다.







1. 로테와 문스톤의 비밀 (Lotte and the Moonstone secret, 2011, Estonia, Latvia) (메가박스 5관, 11:00)



발명가의 딸인 로테는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은 강아지 소녀이다. 달에 대해 궁금해하던 로테는 클라우스 삼촌이 가지고 있던 마름모꼴의 돌(문스톤)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고 세가지 모양의 돌을 모으기 위해 클라우스와 모험을 떠난다. 이 돌은 원래 달에서 내려온 달토끼들이 달로 되돌아 가기 위해 사용하는 열쇠인데, 달토끼들이 지구에 내려왔을 때 우연히 클라우스에게 돌을 도난당하게 되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 달토끼들은 두 명을 보내어 문스톤을 찾기위해 클라우스 일행을 미행한다.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에스토니아/라트비아의 애니메이션이다. 소재가 특별할 것은 없으나 애니메이션 영상의 아름다운 색채와 귀여운 상상력이 기분을 즐겁게 한다. 돌비로 재생되는 섬세한 사운드는 이야기 몰입 효과를 더해준다.


로테와 문스톤의 비밀 Lotte and the Moonstone secret

시네마페스트 ⁄ 애니페스트

헤이키 에르니츠 Heiki Ernits, 야노 폴드마 Janno Põldma

ESTONIA, LATVIA ⁄ 2011 ⁄ 73MIN ⁄ HD ⁄ COLOR ⁄ 장편 ⁄ 애니메이션

Overview 비밀의 사원에 갔다가 신비한 돌을 가져온 클라우스와 친구들. 달에서 온 토끼들이 집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신비한 돌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Review 가족들이 함께 보기 좋은 ‘어린이들을 위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특히 파스텔톤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배경 표현은 소녀취향의 어른들에게도 무척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을 줄 작품이다. 지구에 남겨진 달 토끼들이 잃어버린 문스톤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주축이지만 그 과정은 영민한 강아지 로테와 클라우스 아저씨의 모험으로 이루어져 있다. 에피소드마다 펼쳐지는 탁월한 상상력의 세계는, 익숙하고 보편적인 원형들과 결코 어른들의 것이 아닌 기발한 어린이적 창의력으로 이루어져있다. “신데렐라”나“콩쥐”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신발의 주인을 찾는 이야기의 시작이라던가“재크와 콩나무”를 떠오르게 하는 우주 나무는 인류 보편의 신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장면으로 보인다.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달토끼들은 유명한 E.T의 장면들은 패러디하는 듯도 하다. 또 잠을 자는 친구는 꿈속으로 찾아가 만난다거나 팬케이크를 물속에서 낚아서 먹는 평범하지 않은 세계, 빗속에서 지도를 보고 빗속을 미로처럼 통과하는 장면들은 이야기적 재미에 유쾌함을 더해 준다. 악당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선량하고 착한 이들 사이의 오해와 화해의 과정을 시종일관 부드럽게 이어나가는 이야기꾼의 솜씨는 또 다른 볼거리이다. (김윤아)




상영시간이 70분으로 짧은 영화라 비교적 여유있게 점심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래봐야 고사동 안에서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이지만... 맛 집찾아 거리를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은 안된다. 그런 여행은 따로 와야지.


음식점에서 찍은 영화표 인증샷




2. 라자르 선생님 (Monsieur Lazhar, 2011, Canada) (CGV 2관, 14:00)



인터넷으로 매진되어 현장에서 표를 구해서 보았다. 캐나다 퀘벡 주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임 선생이 목을 매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반의 학생인 시몽과 앨리스가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이 둘은 물론 전체의 학생이 충격을 받은 학급은 심리상담사의 치료를 받게 된다. 공석이 된 이 반의 후임 선생님으로 라자르가 지원을 한다. 알제리에서 15년간 교직생활을 했다는(?) 그는 학생들을 다소 엄격하게 통제하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어 충격 이후의 학급을 잘 이끌어간다. 어른인 학교의 선생님들은 자살한 선생님에 대한 언급조차 하기를 조심스러워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라자르는 그것을 건드려서 아이들이 선생님의 죽음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놓게 한다. 어른들은 죽음이라는 것이 지니는 폭력성이 아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두려워하고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지만 정작 그것과 직면하지 않고서는 마음은 진정으로 치유될 수 없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K.331 이 아름답게 울린다.

 

라자르 선생님 Monsieur Lazhar

시네마페스트 ⁄ 영화궁전

필립 팔라르도 Philippe Falardeau

CANADA ⁄ 2011 ⁄ 94MIN ⁄ DCP ⁄ COLOR ⁄ 장편 ⁄ 극영화

Overview 캐나다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자살한 선생님을 목격한 아이들은 정신적 충격과 상실감에 시달리는데. 후임으로 들어온 알제리 이민자 출신 라자르는 아이들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애정이 어린 시선과 공감으로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Review 소통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다. 평온한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갑작스런 자살로 학교는 충격에 빠진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학교는 교실 벽의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심리상담사를 고용하지만, 선생님의 자살에 대해 함구하는 것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라 믿는다. 아이들과의 어떠한 신체접촉도 금지하는 학교 규율처럼, 어른들은 아이들의 내면의 슬픔과 고통 또한 건드리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생님의 죽음에 대해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혼란과 오해의 감정들만이 서서히 폭발한다. 한편 아무도 오지 않으려는 대체 선생님 자리에 알제리 난민‘라자르’선생님이 부임한다. 라자르 선생 역시 테러로 가족을 잃은 슬픔과 망명자의 지위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힘든 상황 속 에 처해있지만, 선생님의 자살이 가져온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의 슬픔과 상처를 발견하고 치유 하려 애쓴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들을 이해하려는 라자르 선생님을 통해 내면의 고통을 분출하고 상처를 보듬는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학교를 떠나야만 하는 라자르 선생은 아이들에게 똑같은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이별을 위한 마지막 수업을 요청한다. <라자르 선생님>은 알제리 난민 선생님과 선생님의 죽음을 목도한 아이들을 통해 슬픔과 상처는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보듬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는 감동적인 영화다. (이현진)




3. 문과 창을 열어라 (Back to Stay, 2011, Argentina, Switzerland) (CGV 2관, 17:00)



참 독특한 영화인데… 상영시간 내내 등장인물이라고는 총 7명인데, 그 중 주요인물은 4명일 뿐이다. 이들이 등장하는 장소는 살고 있는 집이 전부. 마치 연극 같은 공간연출인데, 게다가 이야기 전개는 상황설명에 대한 대사 없이 아주 평범하면서도 디테일한 에피소드들의 나열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면서도 연출자의 의도가 전달이 되고 있다니... 한 저택에 3자매, 마리나, 비올레타, 소피아가 살고 있다. 마리나는 직장생활을 하며 다소 까탈스럽게 이들의 생활을 꾸려가고 있고, 비올레타는 아무 일하는 것 없이 집안에서 속옷만 입고 뒹굴거리고 있으며, 막내 소피아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들은 서로 우애돋는 자매라기 보다는 뭔가 서로 어긋나서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사이이다. 여러가지 장면들을 통해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하나씩 드러나는데…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난 후 할머니의 저택에서 키워진 이 3자매는,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다소의 공황상태인 상황이다. 설명은 없지만 둘째인 비올레타가 가장 심한 상태인 듯하고 막내 소피아는 경멸스러운 태도로 그런 그녀를 대한다. 그러던 어느날 비올레타가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다. 마리나는 충격을 받게 되지만 곧 막내 소피아와 전면적인 싸움에 돌입하게 된다. 그렇게 파국으로 치닫는 듯한 세자매이지만… 어느날 비올레타가 이메일로 보내온 그녀의 자작곡을 들으며 그들 자매 셋은 또다시 그렇게 이전처럼 그 자리에 모여있다.


문과 창을 열어라 Back to Stay

시네마스케이프 ⁄ 월드시네마

밀라그로스 무멘탈러 Milagros Mumenthaler

ARGENTINA, SWITZERLAND ⁄ 2011 ⁄ 98MIN ⁄ 35MM ⁄ COLOR ⁄ 장편 ⁄ 극영화

Overview 할머니의 손에 커온 세 자매 마리나, 소피아, 비올레타. 할머니의 죽음 이후 티격태격하며 감정의 날을 세우던 어느 날 비올레타가 집을 나간다. 자매는 현실을 인지하고 새로운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Review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어느 고풍스런 주택에 함께 살고 있는 세 명의 여학생 마리나, 소피아, 비올레타. 룸메이트 같이 보이지만 실은 자신들을 키워준 할머니를 이제 막 떠나 보낸 세 자매들이다. 이들은 여름날의 더위를 탓하기에는 너무 민감하고 신경질적이기까지 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주는 복합적인 감정의 연쇄와 파열음은 흔히 사춘기 소녀들이 가지는 감정적 혼란이나 불안정함과는 다르다. 이들은 감정을 드러내는 언어보다 감추려는 언어를 사용하고 자매가 가진 공통의 추억보다는 공생 관계의 일상성에 집중한다. 무멘탈러 감독은 집이라는 특정 공간 안에 카메라를 가둬놓고 세 자매가 각자 상실의 슬픔에 연막을 친 채 일상을 영위하는 모습을 가깝고 밀도 높게 포착한다. 인물과 공간의 관계는 소피아 코폴라 영화를 연상시키는데 감독은 그녀보다 카메라를 더 엄격하게 제한하여 공간감을 강조함으로써 인물들이 드러내지 않으려는 감정의 실체를 형상화한다.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할머니의 물건들처럼 자매간의 해묵은 감정도 처분되지 못한 채 관계 안에서 떠돌고, 그들이 단절되는 만큼 그들이 존재하는 공간도 분열된다. 그러나 어느새 자매는 또다시 같은 공간 안에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족이란 그런 거다. (한송이)




4. 나나 (Nana, 2011, France) (CGV 2관, 20:00) (GV)



이 역시 시선이 특이한 작품이다. 대사가 있는 등장인물이라고는 4명 정도이다. 하지만 영화 내내 거의 대사가 없는 편인데 주인공인 한 5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아이가 혼자 살아가는 모습만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계속 보여주기만 하기 때문이다. 실제의 돼지 도축장면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도입부로 영화는 시작하는데, 나나를 데리고 숲 속의 오두막집으로 집을 나간 엄마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어린 나나의 혼자만의 생활이 시작된다. 평소 보아왔던 어른들의 생활을 모방하는 수준이지만 그녀는 매우 진지하고 부지런하다. 



상영이 끝나고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GV)에서 valérie massadian 감독은 죽음을 대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어린나이에도 자립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실제 촬영은 사전에 작성된 간단한 대본만을 가지고 현장에서 배우(아이)의 모습을 그냥 지켜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도입부에 돼지를 잡는 나나의 할아버지는 실제 감독이 잘 아는 농부라고..(어째 돼지 잡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 느꼈다). 본인을 포함한 3~4명 정도의 소규모 팀에서 지인을 캐스팅하여 영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두번째 영화라고 했다. 몹시도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그리고 말이 많은 (수다스럽다고 할지) 분이었다. 자세히는 몰라도 유럽 쪽의 독립영화 제작 여건은 우리나라하고는 자금 마련부터 제작까지 많이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11회 때의 GV 때도 느꼈던 바). 감독은 관객에 답변시 반농담으로 헐리웃 영화에 중독되는 것은 위험하고 빠져나오지 못한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정말 다르다. 매년 영화제에서 3~4편씩 영화를 보다보니 나 스스로 헐리웃 영화의 영화전개에는 살짝 위화감을 느끼는 단계에 이르렀다고나 할까.

 

나나 Nana

시네마스케이프 ⁄ 월드시네마

발레리 마사디앙 Valerie Massadian

FRANCE ⁄ 2011 ⁄ 68MIN ⁄ DCP ⁄ COLOR ⁄ 장편 ⁄ 극영화

ASIAN PREMIERE

Overview 돼지 도축 장면으로 시작하는 범상치 않은 오프닝. 카메라는 네살배기 나나의 일상을 좇으며 단조롭고 평화로운 일상에서 발견되는 삶의 다양한 모순들을 양가적으로 비춘다.

Review 숲 속의 오두막집에 홀로 남은 네 살짜리 소녀 나나의 이야기다. 자크 드와이용의 <뽀네뜨>의 여주인공과 동일한 나이다. 이 어린 소녀는 자연주의 소설의 한 문단처럼 강렬하게 존재한다. 할아버지의 농장 변두리에 살면서 돼지를 죽이는 과정을 지켜보지만 죽음을 인식하지 못한다. 심지어 참을성 없는 엄마는 그녀를 남겨두고 떠나버린다. 그러자 나나는 태연하게 그림 퍼즐도 맞추고 책도 읽으면서 하루하루를 즐긴다. 클로즈업으로 포착된 소녀는 쉬지 않고 중얼거린다. 그녀의 말이 모놀로그(독백)가 아니라 다이얼로그(대화)로 들린다면 당신은 이미 소녀의 매력에 빠져든 거다. 감정이입! 이 영화의 전략이다. “영화는 지적이기 전에 육체적이고 감정적인 존재”라고 말하는 발레리 마사디앙 감독은 나나의 눈높이로 어른들의 세상을 바라본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어린 소녀에게 설명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감독은 나나를 위해 세상을 열어준다. 스크린에는 아이의 시간이 흐른다. 즉 정적인 카메라로 거리를 둔 영화의 시선은 상처받기 쉬운 소녀의 일상(금지된 장난)을 좇는다. 놀라운 것은 사진작가 출신의 감독이 나나와 돼지들의 삶을 동시에 포착한다는 점이다. 그녀에게 나나와 자연은 동등한 캐릭터다. 자신의 영화에는 어떤 경계도 없다는 듯이 유연하게 교차 편집을 선택한다. 이런 의외의 리듬감은 관객을 단순히 슬픔으로 이끌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긴장을 서서히 불러일으킨다. 샐리 만의 자연성보다는 낸 골딘의 내밀함이 떠오른다. (전종혁)




마지막 영화를 보고 CGV를 나서면서 찍은 샷. 

 



 그러고 보니 2011년 영화들만 보았네... 기타 다른 사진들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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