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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 최종화 - 청춘의 환영, 안녕 은하철도 999 본문

애니 만화

은하철도 999 최종화 - 청춘의 환영, 안녕 은하철도 999

snowfrolic 2008. 12. 22. 02:26

일요일 아침마다 EBS에서 은하철도 999를 재방송해주고 있는 것을 종종 보곤 했었다. 처음엔 민준이와 같이 보고 노래도 가르쳐 주고 했는데 내용이 민준이가 보기엔 다소 폭력적인 부분이 있어서 언젠가 부턴 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늘 아내와 민준이가 "벼랑위의 포뇨"를 보러 극장에 가고, 내가 보기로 했던 희준이는 잠이 들어, 시간이나 보낼 겸 TV를 틀었는데 은하철도 999 112화가 막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TV판은 총 113화). 앉은 자리에서 최종 113화 까지 주욱 봤는데... 


1982년 경. 당시에는 일요일 아침 9시마다 은하철도 999를 MBC에서 방영했었다. 동생과 나는 은하철도 999를 방영하는 일요일 아침이 정말 기다려지는 시간이었고 메텔과 철이의 모험담에 푹 빠져있었다. 우주 전사의 총이 우주에 몇개 있다느니, 우주에서 가장 세다느니 하는 얘기를 하기도 했었고 하록선장 이야기와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상상과 이야기들을 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본 마지막회는 너무나 충격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너무나 슬펐다. 마치 내가 사랑하던 연인과 이별을 한 것 처럼 가슴이 아팠다. 언제나 같이 할 것 같았던 메텔과 철이가 헤어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26년이 흘러 다시 본 은하철도 999는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SF적 설정은 말이 안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각 화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들은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의 본질과 소중히 해야할 가치들에 대한 것들이었으며, 철이는 기계인간의 시대에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서 가고 있는 메텔과의 여행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것들을 배우게 된다. 결국 최종화에서 철이는 목적지인 프로메슘 별에서 기계인간들의 삶이 옳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기계인간이 되는 것을 포기한다. 그리고 우주를 기계제국화 하려는 프로메슘 여왕을 무찌르고 전 정거장인 박쥐의 별에서 메텔과 이별한다. 메텔은 말한다. 철이가 혼자 일어서서 살아갈수 있을 때가 이별할 때임을 알고 있었다고. 은하철도 999는 또 다른 어머니로서의 메텔에 의해 철이가 성장하고 독립해가는 일종의 성장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은 "이별"이다. 이 이별은 독립이기도 하지만 연인간의 이별이기도 하다. 메텔은 지난 111화 내내 철이에게 강인한 보호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최종화에서는 자신의 어머니를 파괴해야하는 운명에 괴로워하며 오열하고 철이에게 남자로서 기대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욱이 마지막 이별 장면은 사랑했던 연인간의 이별 장면에 다름아니다. 적어도 내게는 어떤 love story도 이런 이별의 명장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서로 다른 Galaxy Express를 타고 마주 보며 멀어지는... 그래서 살아있으면서도 다시는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이별.





작품에선 마지막에 말한다. "철이는 생각한다. 철이의 여행은 처음부터 철이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었을까 하고. 메텔은 철이의 청춘과 함께한 신비한 여인. 우주에 사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속에 생겨났다가 또 사라져가는 내일을 향한 꿈."


그랬군... 어머니같기도 하고 연인같기도 했던 존재. 소년시절 가지고 있던 이상과 같은 존재. 부제처럼 청춘의 幻影이랄까. 메텔은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소년시절을 보냈음에도, 여전히 메텔을 떠나보내기가 안타까워지는 나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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