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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패밀리의 원작(?) 소설 "인간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 1975) 본문
최근 재밌게 보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로열패밀리. 이 드라마의 원작이라는 소설을 아내가 구입하였는데 제목이 "인간의 증명"이다. 이 책을 오늘 후다닥 읽어 버렸는데... 워낙 흡입력이 강해서 한번 쥐면 놓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왜냐하면 추리소설이기 때문. 로열패밀리의 원작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원작이라기 보단 주 소재를 빌려썼다는 것이 맞을 듯 하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동일할런지는 로열패밀리가 끝나봐야 알수 있을 것 같고.
작가는 모리무라 세이치. 1975년 이 소설을 쓰고 3회 가도카와 소설상을 받았다. 그래서 소설의 배경은 70년대 중반의 일본 동경이다. 이 무렵의 일본인들에게는 패전후 미군정 당시 패전국민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아픈 기억들이 강하게 남아있던 것 같다. 주인공인 동경 경시청의 무에스네 고이치로도 그런 사람이다. 어린시절 주둔군인 미군 수 명이 성폭행하려던 젊은 여인을 구해주려 나선 아버지가 심하게 폭행당하고 모욕당하는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는 이 사건 이후 부자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 아버지 덕에 성폭행 위기를 넘기고도 아무말 없이 사라져 버린 젊은 여인, 폭행당하는 아버지를 보고서도 구경만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기억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매우 냉소적인 시선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나게 된다.
작가는 벌여놓은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기가막히게 마지막 이야기로 귀결시키는데... 소설의 마지막. 이런 무에스네 형사가 한 혼혈 흑인 남자 살해 사건을 추적하면서 마침내 찾아낸 용의자에게, 남아있을지 모르는 한가닥 인간성, 그 중에서도 가장 고결하다고 할 수 있는 모성에 기대를 걸고 범행 자백을 받아내는 부분은 이 소설의 제목이 왜 인간의 증명인지 확실하게 외치고 있는 명장면이다.
소설에는 사건 해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이조 야소의 시가 나온다. 어릴적 잃어버린 밀짚모자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머니를 그리는 아련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시는 실제로 작가가 대학시절 기리즈미 온천을 방문했을 때 온천 도시락의 포장지에서 처음보고 감명을 받았던 시라고 한다.
내 모자 - 사이조 야소 (1892 - 1970)
어머니, 내 그 모자 어찌되었을까요?
그래요, 여름날 우스이에서 기리즈미로 가는 길에,
골짜기에 떨어뜨린 그 밀짚모자 말이에요.
어머니, 그것은 아끼던 모자였어요.
그래서 나는 그 때 꽤 분했어요.
하지만,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니-
어머니, 그 때 저쪽에서 젊은 약장사가 왔었지요.
남색 각반에 토시를 끼고서-
그리고 주워주려고 꽤 애썼지요.
하지만, 결국 헛일이었어요.
워낙 깊은 골짜기인데다
더구나 풀이 한길이나 자라있었으니까요.
어머니, 정말 그 모자 어찌되었을까요?
그 때 그 옆에 곱게 피었던 수레백합꽃은
벌써 오래전에 시들었겠죠.
그리고 가을에는 회색안개가 그 언덕을 가들 메우고
그 모자 밑에서 밤마다 여치가 울었을지도 모르잖아요.
어머니, 그리고 틀림없이 지금쯤은-
오늘 밤 같은 날엔 그 골짜기에 조용히
눈만 쌓여가고 있겠지요.
옛날, 아름답게 반짝이던 그 이탈리아 밀짚모자와
그 안쪽에 내가 쓴 Y.S라는 머리글짜를 묻어버리듯
조용히 쓸쓸하게.
ぼくの帽子 - 西條八十 (さいじょうやそ, 1892 - 1970)
母さん.......
僕のあの帽子、 どうしたんでせうね?
ええ、
夏、 碓氷(うすひ)から霧積(きりずみ)へいくみちで、 渓谷へ落としたあの麦藁(むぎわら)帽子ですよ。
母さん、
あれは好きな帽子でしたよ。
ぼくはあのときずいぶんくやしかった。
だけど、いきなり風が吹いてきたもんだから。
母さん、
あのとき向こふから若い薬売りが来ましたっけね。
紺の脚絆に手甲をした。
そして拾はうとしてずいぶん骨折ってくれましたっけね。
だけどたうたうだめだった。
なにしろ深い谷で、それに草が背丈ぐらい伸びていたんですもの。
母さん、
ほんとにあの帽子どうなったでせう?
そのとき旁(かたわら)で咲いていた車百合(くるまゆり)の花は、もう枯れちゃったでせうね、
そして、秋には、灰色の霧があの丘(おか)をこめ、あの帽子の下で毎晩きりぎりすが啼いたかもしれませんよ。
母さん、
そしてきっといまごろは
今晩あたりは、あの谷間に、静かに霧が降りつもっているでせう。
昔、つやつや光ったあの伊太利麦の帽子と
その裏にぼくが書いたY・Sといふ頭文字を埋(うず)めるやうに、静かに寂しく。
인간의 증명은 일본에서 여러차례 드라마로 제작되었는데, 가장 최근 작품이 2004년 후지TV에서 방영된 9부작이다. 로열패밀리는 소설을 그대로 영상화한 것은 아니라서... 실제로 어떻게 연출이 되었는지 이 드라마가 보고 싶어진다.
로열패밀리가 어떻게 이야기를 끝낼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 소설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전혀). 굳이 연관짓지 않고도 좋은 추리소설로 읽어 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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