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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2010

인셉션 (Inception, 2010)

snowfrolic 2010. 8. 10. 00:32


크리스토퍼 놀란 각본, 감독의 올 화제작. 인셉션. 주위의 호평이 자자 하길래... 아내의 자비로움 아래 홀로 지난 토요일 심야 상영을 감행하였다. 꿈이 어쩐다는 것 외에는 전혀 모르고 영화를 봤는데... 정말... 복잡하게도 만들어 놓았다. 집중하지 않으면 내용을 따라가기도 벅찰정도이다. 이렇게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각본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훌륭하게 연출해 낸 놀란 감독에게는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영화 안 보신 분은 여기서 Backspace)


그러나 난 그렇다. 감성이 부족한 영화는 기술적으로 아무리 뛰어나도 좋은 평가를 주지 않는다. 이야기 중 한 줄기인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아내 맬(마리온 코틸라르 분)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 좀 더 감동적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것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치워져야 할 장애물 처럼 여겨지고 만다. 코브가 아내의 죽음으로 얼마나 괴로워 했는지 오죽하면 자신의 무의식 속에 기억의 액자를 만들어 놓았는지에 대한 감정 전달이 전혀 되지 않는다. 자신의 무의식에 무단 칩입한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 분)에게 해주는 코브의 친절한 설명만 있을 뿐. 왜냐하면 이 복잡한 설정의 구조를 보여주는 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가 꾸는 꿈을 플랫폼으로 공유하여 같이 접속한 사람들과 같이 논다(?)는 설정.. 아니 아이디어는 참으로 참신하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면 전적으로 사적인 공간인 꿈을 공유한다는게 가능할까? 내가 꾸는 꿈에는 항상 내가 나오던가? 어차피 가상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설정에서 떠오르는 이런 의문들은 이 영화가 SF 장르라 치더라도 reality가 떨어져 보이게 한다. 극영화가 reality가 떨어지면 허접해 보이기 마련이다. 차라리 토탈 리콜에 나오는 것 처럼 가상세계 접속 장치였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물론 그랬다면 꿈속의 꿈과 무의식을 다루기는 쉽지않았겠지만.


영화의 마지막 씬. 비행기 안의 코브는 도착지점인 LA공항에 착륙하기 전 꿈에서 깨어난다. 그를 보며 미소 짓는 아서(조셉 고든 레빗 분), 아리아드네. 그리고 같이 잠에서 깨어나는 사이토(와타나베 켄 분). 그리고 사이토는 무언가 생각난 듯 급히 어딘가 전화를 한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장인인 마일 교수(마이클 케인 분)가 마중나와 있다. 집에 도착한 코브는 그렇게도 만나고 싶어하던 두 아이를 안아보게 된다. 그런데 그의 토템은 계속 돌고 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 결말은 현실이어야 되는데? 그런데 토템이 안 넘어진다. 그럼 결말도 꿈인가? 이에 대해 소위 "열린 결말"이라고 해서 많은 해석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 결말이 현실이 아닐 경우의 근거는 너무 빈약하다. 딱 이거다라고 말하지 않았을 뿐 정황상 현실이어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라고 해버린다면 이건 좀 평범한 영화가 아닌가?[각주:1] 차라리 마지막 토템의 상태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인셉션에 대해 실망스러운 내용만을 썼으나 분명 재미있게 볼만하고 기술적으로 훌륭한 영화이다. 많은 설명을 요구하는 복잡한 설정과 숨겨진 암호들은 이미 추종자들의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각주:2]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적어도 내게는 감동을 주지 못하는 그냥 그런 영화에 그치고 말았다. 이 영화 인셉션을 보면서 느꼈던 쾌감이란 것은 복잡한 퍼즐을 맞추어 가며 느끼는 그것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2010년 8월 8일 0시 25분. 메가박스 영통 M관. 별 세개 반.




인셉션 (2010)

Inception 
8.7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와타나베 켄, 조셉 고든-레빗, 마리옹 꼬띠아르, 엘렌 페이지
정보
SF, 액션 | 미국, 영국 | 147 분 | 2010-07-21
글쓴이 평점  






  1. 난 그래서 실망했다. [본문으로]
  2. 그렇게 호기심 어린 세계관은 아니기에 뒤따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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