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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 심야!톡!상영 기동전사 Z건담 극장판 3부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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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 심야!톡!상영 기동전사 Z건담 극장판 3부작

snowfrolic 2010. 7. 19. 00:00

이번 PiFan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건담 시리즈가 상영된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으나 가서 볼 생각은 애써 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런데 16일 오후 @mirugi_ 님의 트윗을 보고서는 갑자기 불타 올라서, 아내의 한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결행을 하고 말았다.[각주:1] 낮에 상영된 기동전사 건담 극장판 3부작은 상황이 어려웠고, 애초에 노렸던 건 밤새 하는 심야 상영이었다. 상영 작품도 25년간 좋아해 오고있는 Z건담의 극장판 3부작 연속 상영이라 금상첨화.

그런데 출발전 시간을 자세히 보니... 시작이 11시인데, 11시부터 본편 상영이 아니라 건담의 연출자인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이 12시20분까지 있고, 본편 상영은 1시부터 시작하여 각 편사이에 10분씩 휴식. 마지막편 종료는 다음날 6시 20분... 심야 상영정도가 아니라 미처 생각 못한 밤샘 상영을 경험하게 된 것.

집에서 출발한 것이 밤 10시. 상영관인 부천시청까지 네비의 예상 도착시간이 10시 55분이어서 겨우 도착하겠군 싶었으나... 목표지점 9 km을 남기고 교통사고 발생으로인한 정체로 결국 밤 11시 20분에 도착하였다. 현장에서 표를 구입하고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 중인 부천시청 대강당으로 입장하였다.




토미노 감독과의 대화는 미리 준비된 질문으로 통역을 해가며 이루어졌는데, 토미노 감독은 생각이 간결하며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말수가 적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말투는 젊은이들에게는 멋있게 보이는 법인데, 아닌게 아니라 도중에 청중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토미노 요시유키, 건담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대담 내용은...요약하자면 토미노 자신은 건담 시리즈의 팬이 아니며 전체 시리즈의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 건담은 애초에 제작사의 요청에 의해 제작된 결과물일 뿐이다. 하지만 프로페셔널로서 도중에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째 대담의 제목과는 살짝 위화감이 느껴지는 토미노의 대답들이었달까. 하지만 나를 포함한 수많은 매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건담의 창조자를 만나 볼 수 있었다는 것. 즐거웠다.

대담이 끝나고 경품 추첨 행사가 있었는데... 영화제의 이번 건담 상영 기획 당시 반다이와 많은 협의가 있었고 그런 배경에서 경품 일체를 반다이에서 제공받았다고 한다. 경품은 건프라 4~5박스 묶음과 만화책 세트 묶음으로 총 8개가 준비되어 있었다.(사진의 맨 오른쪽 커튼뒤가 경품의 모습) 어찌나 받고 싶던지... 경품으로 받은 건프라 박스를 들고 가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이 후 30분간 영화제 측에서 준비한 간식 시간을 보낸 후, 본편인 "기동전사 Z건담 극장판 New Translation" 상영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미 총 53편의 TV판과 극장판 3부작을 다 보았지만... 역시 같은 것이라도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상물은 차원이 다른 박력을 선사한다. 스크린의 크기도 크기이지만 역시 사운드 때문이다. 상영관이 디지털 음향을 전문적으로 처리해 줄수 있는 극장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상영본의 인코딩 상태가 그런것인지... 최근 영화들과 같은 섬세한 입체 음향을 들려주지는 못했지만, 전투씬에서의 사운드의 박력은 집에서 PC로 볼 때와는 천지차이를 넘어서 다른 영화로 느껴지게 까지 한다.



그러나 New Translation은 많은 부분에서 아쉬운 작품이다. 새 작화 부분이 대체 또는 추가된 것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전투씬이나 메카닉의 작화는 감동 그 자체인 반면 인물들의 작화는 구 작화보다 감정 표현 면에서 많이 떨어져 보인다. 발로 연기하는 가수 출신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또한 스토리의 압축이 다소 부자연스러운 점은 뭐 이해해준다고 쳐도, Z건담 최고의 히로인이자 최고의 에피소드인 포 무라사메의 이야기를 그토록 허망하게 처리해 버린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가장 최악인 것은 역시 카미유가 정신줄을 놓는 원작의 결말을 수퍼로봇물의 결말처럼 바꾸어 버린 것이다. 연출자로서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ZZ건담을 부정하고 싶었던 건지 알 수 없으나, TV판 20분*53편, 극장판으로는 100분*3편 동안 10대의 어린 카미유가 겪어온 고통과 울분, 그리고 시로코와의 최후의 전투에서 폭발시킨 사이킥 에너지를 감안한다면 그를 제 정신으로 마무리한다는 것은 마치 반전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이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Z건담을 극장에서 5시간동안이나 볼 수 있었는데. 그 사실만으로도 모든 허물은 용서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언제 또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알 수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면...

놀라운 것은 밤 11시에 부천시청 대강당을 거의 꽉 채운 수준의 관객들이 다음날 아침 6시 20분 상영종료까지 상당수 버티고 있었다는 것이다. 도중에 많이 자리를 비울 것으로 짐작했었는데... 역시 건덕후들의 집념은... 뭐.. 나는 Z건담만 보았지만 낮에 상영한 기동전사 건담 극장판3부작부터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ㅎㄷㄷㄷ (사실 나도 여건만 되었다면 그리 했을 것...)

불타오르게 해주신 @mirugi_ 님에게 감사드린다.



  1. 사실 아내에게 잔소리 들을만 했다. 많이 미안한 일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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