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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속에 담긴 비밀

snowfrolic 2010. 6. 3. 23:16


여기저기 보관하고 있던 펌 글들을 한 곳에 정리함. 출처는 알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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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난 그를 만나러 가고 있다. 
제일 예쁜 옷을 입었다. 화장도 근사하게 했다.
잘 빗질한 내 머리카락이 가을 바람에 춤춘다.
꽃도 한 다발 샀다. 아마 제일 예쁜 꽃 일꺼다.
가장 예쁜 미소를 그에게 주고 싶다.
그런데 자꾸 눈물이 난다.
멈추지 않는 이 눈물  때문에 앞을 잘 볼 수는 없지만 그를 만난다는 기쁨에 난 계속 나아가고 있다.

일 년 전 오늘 난 그와 헤어졌다.
그는 편지 한 통만 나에게 건네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떠나 갔다.
그의 모습은 나로 인해 많은 갈등을 했는지, 정말 왜소해 보였다.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하고, 몸은 작아져 가을 바람에 떨고 있는 듯했다.
그는 그 편지를 백번 읽는 그날, 자기가 왜 날 떠났는지 알 꺼라는 무책임한 말만 남기고 네 곁을 떠났다.
난 그토록 사랑한 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는지 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 그를 잡지 못했다.
만약 우리 사이에 무슨 잘못이 있었다면, 난 용서를 빌며 그를 잡았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꽃집에 들렀다.
빨간 장미 한 다발을 사서 집으로 돌아 왔다. 난 집에서 그 장미를 쓰레기통에 넣고 말았다.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상에 앉아 전화기에 손을 올려 보았다.
눈물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겠다. 그냥 그 전화기를 쳐 다 보는 것 까지도 힘들다.
처음으로 편지를 읽었다. 우리의 헤어짐이 확실하다는 증명서 같은 그 편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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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에게

199X년 10월 30일

널 바라보기가 미안하다. 그래도 이 헤어짐은 너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닌
사람이 한번은 거쳐 가야 할 운명 같은 것이다. 난 변명도 하고 싶지 않지만 사
랑은 나에게도 많은 아픔을 주고 가는 구나..
해 맑은 널 보내고 나면 난 많이 슬프겠지~

이 슬픔은 시간이 너와 나를 또 다른 만남으로 안내 할 꺼야.

고마웠어
통나무 집이 있는 아름다운 가정을 꿈꾸던 우리였지만
이제 다 부질없어 졌군~

없애고 싶은 우리의 기억 있으면 오래 간직하고, 소중한 기억은 빨리 잊 
는 연습을 하도록 하자.

저녁 바람이 싸늘한 가을에 헤어지려니 너무 추울 것 같아 낮에 만나기로 했어.

세상이 널 힘들게 하면, 너도 무시해주는, 참 너답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런 
상상을 해. 넌 좀 여리기에 조금 힘들겠지만, 우린 많은 사랑을 나누지 못했기
에 참 다행스럽다.
서쪽 하늘에 해가 걸리는 것을 보며 잠시 우리의 과거를 회상해 본다..

널 만난지 일년이 되었지만 우린 서로를 다 알지 못하고,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기약 없는 헤어짐에 슬프지만, 난 마음 깊숙이 다시 널 만나지 않으리라는 무거운 
다짐을 하며 이 헤어짐을 준비하고 계획했으며, 이날이 오기를 손 꼽으며 기다
릴 수 밖에 없었다. 부모님과 친지들의 반대에는 난 너무 힘들었고, 특히 어머니 
께서 울며 반대하는 그 모습은 날 이 결론으로 몰고 가게 했다.

널 만나 보시지도 않고,  반대하시는 어머니가 안타깝지만 독자인 날 이해 해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지.
난 이제 정리 하려고 해..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미워 지겠지. 난 용이 주도하게도 오늘이 올 것을 알고 
간접적인 헤어짐에 관한 경험도 해 보았어.  
만나고 싶지 않은 또 다른 여자를 삼 개월동안 만나서 사랑한 후 그 시간만 
큼 아파해 보았지. 그때 얻은 결론은 우리도 일년만 아파하면 되지 않을까?

난 용서해 달라고는 하지 않을께?

행복하라고, 그리고 날 미워해도 좋다. 아니 저주해도 좋다.,
복수하겠다고 생각해도 괜찮다. 그러나 난 널 알고, 널 사귀어 보았고, 널 좋아 
했으므로 네가 아파 할 꺼라고 알고있다.
다시는 이런 바보 같은 사람 만나지 말고, 빨리 잊도록 노력해.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가끔은 주위 환경에 이루어 지지 못하는 게 바로 사 
랑이라고 생각해.
해가 완전히 서산 너머로 가 버렸고, 우리의 사랑도 그 산 너머로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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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의 편지의 전부였다.
난 그를 만났을 때는 내가 고아라는 사실이 이런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상상을 여러 번 했다.
그래도 그와 만나면 만날수록 난 이 사실을 잊고 살았었다.
그가 그 자그마한 결점 때문에 그런 헤어짐을 통보 할 꺼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나야 가족도 없으니 이런 일도 없어 좋다.
난 그를 이해 한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었다.
그의 사랑이 아직 남아 있다. 
마지막 그의 부탁인 그 편지를 25번을 읽었다. 
참 나를 배려해 주는 글이다.

다시 계절이 바뀌었다. 봄이 다시 온 것이다.
편지는 이제 50번을 읽었다. 조금 잔인한 감도 있는 편지이다.
서서히 그도 봄기운 속으로 사라져 간다.

다시 계절이 바뀌었다. 여름이 다가 온 것이다.
편지를 75번이나 읽어 주었다.
솔직히 이제 별로 읽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그냥 그래야만 하는 게 나의 작은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 편지에 담긴 의도는 잔인한 표현으로 나를 빨리 그로부터 해방되게 하려는 듯하다.
그는 이제 여름의 뜨거운 태양아래 잔인하게 내 버려 지고 있다.

다시 계절이 바뀌었다. 가을이다.
그와 헤어진지도 이제 일 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난 편지를 이제 99번을 읽었고, 내일쯤 100번을 읽고 난 후 태워 버릴 생각이다.
완전히 그를 잊었다.

오늘 난 그와 헤어진 지 딱 일년 하루 전이다.
그 때 그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이제 웃을 수 있다.
그런데 난 그 편지를 어디다 두었는지 찾을 수 없었다.
100번을 읽고 나서 훌~훌~  털고 싶었는데, 조금 찝찝하다.
그래도 뭐 어떠랴. 99번 읽으나 100번 읽으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난 외출하려고 책상으로 갔다.
책상 위에 공책이 놓여 있었고, 그 밑에는 찾던 편지가 조금 옆 부분만 보였다.
난 100번을 읽으려고 그 편지를 잡으려는 순간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그 편지에는 정말 엄청 난게 숨겨져 있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난 그 편지를 공책 밑에서 꺼내지도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쳐 다 만 보았다.
눈물이 흘렀다.
난 그의 편지를 이해 했다. 그의 말대로 백번째에….

난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작년 겨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아들이 나의 얘기를 참 많이 했다고, 그래서 아들의 마지막도 나와 함께하게 해 주고 싶었는데 아들이 극구 말렸단다.
어머니는 나의 얘기를 듣고 독자인 아들에게 꼬옥 나 같은 며느리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 하셨단다.

오늘은 난 그와 헤어진 지 딱 일년째 되는 날이다.
그의 무덤으로 가고있다. 무덤가에는 이름 모를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아주 힘들어 보이는 그 꽃은 날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그의 무덤 앞에서 활짝 웃었다. 
눈물이 났지만 난 지금 웃고 있다. 화장이 지워져 미워 보이면 안 되는데…
무덤 가에 앉았다.
   
어제 일을 생각했다. 
그의 참 된 사랑을 확인 할 수 있었던 그 편지를 생각하니, 또 기뻐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의 편지의 비밀은 공책에 가려져, 한 줄씩 첫 글자만 보였고,
각 행의 첫 글자를 연습장에 옮겨 적어 보았다. 한 글자씩 한 글자씩...
그곳에는

" 널 사랑해 이 고통이 없는 저 세상에서 널 기다릴께. 널 만난 시간 만큼 난 행복했다. 사랑해 "

라고 적혀 있었다.

가을 바람이 분다. 무덤에서 날 맞이하던 꽃은 그 바람을 타고 파란 하늘 위로 꽃잎을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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