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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 성난 황소,분노의 주먹 (Raging Bull, 198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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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 성난 황소,분노의 주먹 (Raging Bull, 1980)

snowfrolic 2010. 1. 7. 01:34

안개가 끼인 듯 아무도 없는 링 위의 한 구석에서 천천히 새도우 복싱을 하고 있는 한 사람. 그리고 느리고 조용히 시작되는 음악. 링의 바깥에서 인물을 보고 있는 그 장면은 마치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이야기할 사람의 인생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지독히도 고독하고 고집스럽고 하지만 어딘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하는... 그런 인생.

영화 사상 가장 아름다운 타이틀 시퀀스로 꼽히는,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1980년 작품 성난 황소의 오프닝 장면이다. 영화 전체가 흑백으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이 장면 역시 흑백이고 그래서 효과는 극대화 된다. 음악은 너무도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Mascagni / Cavalleria Rusticana Intermission) 이다. 솔직히 이 오페라를 본 적은 없고 이 음악 역시 이 영화를 통해 듣게 되었다.

성난 황소는 마틴 스콜세지의 11번째 장편이자 로버트 드 니로와의 네 번째 공동 작품이다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뉴욕 뉴욕). 그의 영화 전 편을 보지는 못했지만 대부분 그의 영화는 소외된 계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미국의 어두운 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초기의 그의 작품들에서 그런 인물을 연기하기에 로버드 드 니로와는 코드가 잘 맞았던 것 같다. 성난 황소에서 드 니로는 23 kg의 살을 찌웠다가 빼는 투혼을 보이며 제이크 라모타의 일대기를 연기한다. 그의 제이크 라모타는 정말 폭력적이고 고집세고 시끄럽고 의심많고 탐욕스럽고... 본능대로 사는 야생 그 자체의 인물 (실제 제이크 라모타가 망나니였다고는 하는데 영화처럼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주인공이지만 보는 내내 감정이입이 정말 쉽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제이크 라모타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뭔지 모를 연민을 느끼게 된다는 것. 야생성으로 최고의 미들급 챔피언을 이루어내고 또 그로 인해 몰락하게되는 그의 인생에 의도된 악이 보이지 않아서 일까? 드 니로의 열연은 그에게 첫번째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주게 되지만, 미국 아카데미는 이 스콜세지 최고의 걸작에 감독상, 작품상을 주지는 않는다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보통사람들'에게 감독상, 작품상 수여).




* '분노의 주먹'은 1990년 국내 비디오 출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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