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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62화(최종) - 왕은 외롭다 본문

Drama

선덕여왕 62화(최종) - 왕은 외롭다

snowfrolic 2009. 12. 22. 23:58
대단한 몰입도를 보여준 최종화였지만, 뭔가 납득이 가지 않는 비담의 최후 장면이 상당히 아쉬웠다. 일단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던 반란군의 명월산성 방어가 너무도 허술하게 무너지는 것에 실소가 터졌고, 그 이후 죽음까지 길게 이어지는 비담의 여정이 그러했다. 등장인물의 행동이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자 하는 행위에 공감을 하고 감동을 받을 텐데... 그런 것 없이 너무 감동을 쥐어짜려는 연출에만 신경을 쓴게 드러나 버린다. 거의 생방 수준의 촬영과 편집이 이어지니 그럴 수 밖에라며 위로하기에는 이 정도로 대규모 물량과 호화 배역들을 투입하고 7개월여을 이어가는 드라마라면... 완성도에 좀 더 신경을 써주지 하는 아쉬움이 크다. 비담역 김남길의 열연은 돋보였지만 그 연기의 결과가 극대화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선덕의 F4 였던 유신 엄태웅氏, 알천 이승효氏, 월야 주상욱氏 그리고 비담 김남길氏. 유신역의 엄태웅씨는 참 말이 많았었다. 너무 나이들어 보인다,표정과 감정의 표현이 너무 없다 등등... 하지만 작가들이 원하는 돌같이 우직한 김유신이라면 엄태웅만한 연기자도 없었을 듯 싶다. 후에 삼한일통의 주역일텐데 극 후반의 비중에 아쉬움이 컸다.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극의 최대 수혜자는 알천 이승효. 거의 신인급 연기자인데 알천이라는 상당한 비중의 배역을 맡아 참 멋지게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역사에서도 알천은 그 덕망으로 왕으로 추대까지 받았던 훌륭한 귀족이었다. 월야 주상욱은 유신-덕만 세력의 캐스팅보드로서 정권 획득과 왕권 안정에 역할을 하는 사건의 주역이었다. 워낙 미남에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여인네들이 너무 좋아했었던 듯. 그리고 극 후반부 또 하나의 주인공이었던 비담. 뭔가 불안하고 변덕스럽고 이질적인 배역을 만화같이 연기한 김남길.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고 최고의 연기였다라고 하기엔 좀 몇% 부족했다. 아마 대본 탓이었을 수도... 그러나 우월한 비주얼로 여인네들을 사로잡아 버렸다. 연기하는 자신도 싫었을 것 같은 팔랑귀 비담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연민이 가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고나 할까. 덕만까지 20보, 덕만까지 10보... 가까운 거리를 그리 힘들게 갈수 밖에 없었던 비담의 마지막 길. 폐하께 드릴 말이 있다고 하면서 부탁을 했으면 안되는 것이었는지. 그런식으로 몸을 내던져서 연모라는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이도저도 납득되지도 설명해주지도 않는 최후. 어차피 신파로 가려고 작정했으면 더 슬프고 애절하게 만들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많이 아쉽다. 아마 애초 기획과 다르게 캐릭터가 변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인 듯 싶다.
("저기에 폐하가 계시는가..." 란 대사에서 비담이 부상으로 눈앞이 흐려지면서 선덕쪽으로 나아가는 장면을 연상했는데... 기대보다 실망이었음.)



미생 역의 정웅인氏. 그 특유의 "에헤헤헤헤헤헤"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거의 모든 갈등에 참여하면서 선덕여왕 전편에 걸쳐 꾸준한 활약을 해 준 숨은 공로자이다. 최종화에서도 비담에게 회한을 토로하고 자신이 살아온 삶은 대장부로서 그래도 재미있었다며 멋진 연기로 역을 마무리 해주었다. 비담에게 마지막에 "형종아~"라고 외친 것은 애드립이었다는 소문이...



선덕 역의 이요원氏. 참 어려운 역할인데 무난하게 잘 해낸것 같다. 아역에서 넘어온 직후 어색함을 지적하는 건이 많았으나 초기의 귀엽고 천진한 성격에서 출생의 비밀에 부침을 겪고 최대의 정적과 싸워나가며 군주로서 자신을 한정해야하는 많은 변화를 연기할 마스크로는 적절했었던 것 같다. 단 미실이 죽고 난 후 여왕으로서의 연기가 여러면에서 미실의 그것을 닮아가는 것 같아 좀 아쉬웠고, 캐릭터 자체도 애매해졌던 것 같다. 작가들이 미실 사후 끝어갈 이야기가 없었는지 비담과의 연애담으로 마무리를 지어갔는데, 차라리 미실과 나누었던 정치적 토론에서 밝혔던 자신의 정치관을 어떻게 이루어갔는지를 보여주는게 좋지 않았을지 싶다.

그러나 유일하게 자신을 왕이 아닌 여인으로 생각해 주는 비담과의 엇갈린 연모를 두고 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입장과 운명을 많이도 가슴 아파했을 듯. 비담-덕만의 로맨스 라인을 찬양하는 무리들에게는, 어쩔 수 없지만 나름 최고의 결말이었을 듯 싶다.

선덕의 유신과의 마지막 대화씬과 꿈에서 어린 덕만과 만나는 씬에서 선덕이 하고 싶었던 말은 너무 외로웠다는 말.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최후의 결정권을 지닌 지존의 자리는 늘 외로운 법이다. 천성이 어질었던 여인으로서는 견디기 쉽지 않았던 세월이었을 것이다. 지나온 그 세월을 생각하면 어린 덕만을 만나고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겠지... 힘내라고 꼭 안아주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겠지만... 극에서는 너무 이상적인 왕을 그리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많이 힘들거야,그리고 이제 많이 아플거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게될 것이고 너무 외로울거야. 사막보다 훨씬 메마르고 삭막할거야.
모든 것을 다 가지는 것 같지만 실은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할거야."
"그래도 견뎌..견뎌내.."







어째됐던 그래도 지금까지의 MBC 퓨전사극에 비해서는 상당한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감사드리고, 나로서는 62화 전편을 본방사수하면서 그 시간동안 많이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 무슨 낙으로 살지...





선덕여왕

정보
MBC | 월, 화 21시 55분 | 2009-05-25 ~ 2009-12-22
출연
이요원, 고현정, 박예진, 엄태웅, 조민기
소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임금인 선덕여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이다. 덕만공주가 온갖 시련과 시험을 거쳐 우리나라 최초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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