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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2024

스타쉽 트루퍼스 (Starship Troopers, 1997)

snowfrolic 2024. 10. 27. 23:46

 
한국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헐리웃명 폴 버호벤, 모국명 파울 페르후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한 그의 영화를 상영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라 다녀왔다.

여러번 봤지만 극장에서 볼 기회는 없었던 스타쉽 트루퍼스. 상영 후 프로그래머 분과 SF소설을 쓰시는 이서영 작가님의 토크가 있었다.




스타쉽 트루퍼스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난 책은 안읽었다, 원작의 팬들은 영화를 매우 싫어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소설에서 지구 연방군이 자랑하는 기동보병의 강화슈트가 영화에서는 생략되어 버린 것. 그래서 소설과는 달리 영화에서 기동보병은 그 거미벌레들에게 힘없이 잘리고 썰리고 뚫려버린다. 그럼에도 미련하게 기동보병은 라이플 하나들고 중공군처럼 인해전술로 벌레들에게 달려나가고 그보다 더한 인해전술로 맞서는 벌레들에게 또 썰려나가는 장면이 반복되는 것.

그런식이라 다른 여러 장치들과 함께 영화 속 지구 연방군과 거미벌레군의 전쟁은 소설의 뉘앙스와는 꽤나 다르게 블랙 코미디의 모습을 가지게 되는데, 이건 아마도 2차 대전 중 독일군의 점령 시절을 겪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그 형식에 파시즘에 대한 조롱의 감정을 담은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참 웃긴게, 거대자본의 투자를 받아서 아주 정성스럽게 본인 감정을 실은 B급 영화를 만들어버린 건데, 이것을 허락한 프로덕션도 대단한 사람들이고. 그럼에도 극 내부의 상황이나 인물의 대사들은 아주 매우 진지해서, 여친 때문에 철없이 입대하여 기동보병으로 복무하는 남주가 여러 전투를 거치며 진정한(?) 남자로 거듭난다는 배달의 기수 같은 전개를 보고 역시 사람 만들려면 군대가 최고다라며 오독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 감독님 슬프게도. 게다가 흥행도 망해서, 쇼걸 - 스타쉽 트루퍼스 뒤이은 할로우맨까지 3연패로 그는 헐리웃 생활을 접게 된다.

극장에서 보다보니 전에 못느꼈던 사소한게 찝히는데. 극에 등장하는 모든 지구인들의 생각의 전개나 의사 결정, 대화를 보면 잠시라도 고민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모든게 즉각적으로 결정되고 전환되는데, 주인공 리오가 그를 짝사랑하는 디지에게 거리를 두고 있는 중에 라첵 어르신이 '중요한 것은 놓치지 마라'라는 충고 한마디를 하자 갑자기 그의 감정이 연애 상태로 전환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쯤되면 프로그래밍된 것 같은 지구인이나 거미벌레들이나 다른게 뭔가 싶고 더구나 거미벌레들은 지능이 있다는 것 까지 밝혀진바 차이라고는 거미벌레들이 지구인 관점에서 혐오스럽게 생긴 외모를 가졌다는 점이랄까.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전쟁의 발단이 되는 벌레 행성의 대지구 운석 공격이란 것은 조작된 것으로 미국의 월남전 이라크전 참전을 빗댄 것 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네 혐오스러운 외모가 너무 싫어서 명분을 조작해서라도 존재를 말살시키겠다는 이 저주스러운 의도는 인류 현대사에서 이미 많이 보아온 바이다.

인물들이 잠시도 고민하지 않는 다는 점은 폴 버호벤의 연출 스타일일 수도 있다. 2006년 연출작 블랙북을 보니 140분 동안 매우 빠른 호흡으로 엄청난 양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 사람이라면 36부작 여명의 눈동자도 한편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점은 그의 다른 영화를 더 보고 판단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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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페르후번 특별전
스타쉽 트루퍼스 + 시네토크 (이서영 작가)

파울 페르후번 특별전 > 프로그램 아카이브 - (사)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서울아트시네마)

 

파울 페르후번 특별전 > 프로그램 아카이브 - (사)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서울아트시네마)

서울아트시네마는 주한네덜란드대사관과 함께 10월 16일(수)부터 11월 3일(일)까지 “파울 페르후번 특별전”을 진행합니다. 우리에겐 ‘폴 버호벤’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네덜란드 출신의 파

www.cinematheque.seoul.kr

 

 

2024년 10월 27일 서울아트시네마 14:00 E11
시네마스코프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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