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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2024

리볼버 (Revolver, 2024)

snowfrolic 2024. 8. 8. 22:53

 

8월 첫번째 수요일 홈런데이. 오후 5시반 쯤 퇴근 준비를 하다가 X에서 듀나님이 쓰신 '리볼버' 후기(이거)를 읽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여름이 그렇듯 6시 즈음이었지만 버스 정거장에서의 햇빛은 여전히 따가웠다. 13-1번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인계동 시네타운에서 내렸다. 

 

감독의 전작 '무뢰한'은 해외 출장 이동 중 비행기에서 봤던 것 같다. 꽤나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있고 전반적으로 배우들이 열연을 했음에도 전도연 배우의 아우라가 지배하던 영화였다. 하지만 이 '리볼버'가 동일 감독의 영화인것은 미처 알지 못했다. 제목만으로 보지 말아야할 영화로 머리 속에 표시해 놓았던 영화였다. 

 

영화 속의 사건은 꽤나 복잡하고 길다. 2시간이 채 안되는 러닝타임으로는 전부 그려내기 어렵다. 그래서 몇 인물의 몇 차례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말과 함께 사건은 대사로 설명된다. 그것을 이끌어내는 것은 전직 경찰 출소자인 하수영(전도연)의 집념의 끈질긴 수사 아니 조사이며, 그녀는 내내 무표정한 얼굴과 건조한 대사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간다. (전도연 배우는 이 연기가 지루했다고 말한다, 시사위크 인터뷰, 24.8.7)

 

얼핏 장면의 연출이나 컷의 연결이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전도연 배우를 비롯 출연진이 워낙 좋다보니 배우들의 연기는 서로 불을 뿜었고, 음악은 그 자체로는 좋았지만 뭔가 생뚱맞게 들리는 듯 했다. 각자 그렇게 뚱땅거리는 것 같은데 그걸 합쳐 놓으니 희안하게도 나름대로 독특한 분위기를 내버리는 것이 뭔가 나쁘지는 않네? 나름 매력적이네 생각이 들었다. '무뢰한'에서도 느낀 감독 특유의 그 영화 톤인데 이렇게 만들어 내는 것도 능력이려니 싶다.

 

서사의 밀도가 깊지는 않았다. 그래서 뻔한 이야기라고 비난하는 관객들이 많다. 제목에서 기대되는 '존윅' 류의 화끈한 총격 액션 그런 것도 없다. 삼단봉으로 때리기 몇 차례와 스미스 앤 웨슨 M60 한 발. 그래서 관객들은 더 화가 났다. 작중에서도 아무 의미없는 설정이 몇 있더니만 이 제목 자체가 맥거핀이다. 

 

장르를 느와르라고 말할 수 밖에는 없겠으나 사실 극의 정서는 주인공 하수영의 공허감이다. 2년간의 복역으로 기대했던 보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연인이었던 사람은 죽었고 의지할 가족도 머물 곳도 살아갈 돈도 없다. 분노와 집착이 그를 이끌었겠으나 그 아래에는 나에겐 아무것도 없다는 진한 허무감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서사도 액션도 그 정도인 것이다. 주인공이 아니니까. 다만 관객으로서는 서사를 따라가기에 바빠서 그 정서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농도를 조금만 더 높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무뢰한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

 

등장 인물의 꽤 많은데 전부 대사로 한꺼번에 등장하고는 해서 꽤나 집중해 듣지 않으면 맥락을 놓칠 수가 있다. 발음이 뭉개져 대사가 잘 안들리는 문제도 좀 있었다. 

 

임석용(이정재)을 쏜 건 누구일까. 처음엔 대령 출신 이스턴 프라미스 본부장(김종수)라고 생각했으나, 조사장(정만식)의 휴대폰을 정확히 맞추는 걸 보고 나선 신동호(김준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재 배우 등장에 살짝 놀라긴 했고, 애콜라이트에서도 그랬지만 죽으며 쓰러지는 연기는 잘한다. 

 

보고 나니 개봉일이었다.

 

2024년 8월 7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CGV 동수원 5관 G7

비스타비전 돌비디지털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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