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실 : 서른번째 수업
2021년 1월 23일 오전10시
글레이징을 배웠다.
밑그림을 러프하게 올린 상태로는 안되고 매끄럽게 다듬은 후에 건조된 상태에서 그 위에 유화물감을 투명하게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투명하게 한다고 해서 수채화처럼 오일로 희석하는게 아니라 물감 자체의 투명도를 사용해야 색이 올라간다. 비슷한 계열의 색을 올리면 색이 더 깊어지고 다른 색을 올리면 혼합효과도 난다. 마치 셀로판지나 스테인드 글래스 같은 표현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물감의 색이 투명하게 칠해져야 하므로 유화물감 중 투명, 반투명 속성 색만을 써야한다. 내가 가진 윈저 앤 뉴튼 윈톤 물감 세트를 보니 반투명, 반불투명 색이 없고 투명과 불투명만 있었다. 색을 골라보니 쓸 수 있는 투명 물감은 크림슨, 번트시엔나, 번트엄버 세 가지 밖에 없었다. 마침 이 세 가지만 있어도 문제는 없었다.
설명을 듣고 나니 의문이 있었다. 아무리 투명해도 물감을 올리면 명부가 어두워질텐데 전체 글레이징을 하고나서 색이 어두워진 부분은 어떻게 하나 질문을 했다. 화이트를 써서 하일라이트와 그 주변을 다시 올린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서 다시 글레이징. 붓은 순모를 사용하는게 좋다. 부드럽게 펴발라야 하기 때문에 딱딱한 돈모 붓은 적합하지 않다. 마침 가진 카탈리스트 합성모 붓을 썼다.

글레이징을 하는 과정은 재미있었다. 면적이 넓은 부분은 색이 깊어지고 빛이 비치는 일부 머리카락 부분은 색을 줄 수도 있었다. 다만 원작보다 피부톤이 어두워진 것이 좀 아쉽고, 오일 건조 전이라 색이 강하게 보이지만 건조 후에는 또 어떨지 지나고 봐야겠다.
글레이징 기법의 원리는 간단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은 다양하다고 한다. 고전 서양 화가들 대부분이 마무리 단계에서 글레이징을 사용한다고 하고, 바탕을 블랙, 화이트로 명암만을 표현한 후 전체 채색을 글레이징으로만 하기도 한다. 부게로의 경우는 특이하게 그레이 글레이징을 한다고 한다. 다음 시간에 이걸 해보고 이 그림은 종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