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gie's Blog

사랑과 영혼(Ghost, 1990)의 기억 본문

Movies/2015

사랑과 영혼(Ghost, 1990)의 기억

snowfrolic 2015. 1. 4. 18:27


1990년 11월 24일 토요일. 친구와 영화를 보기로 약속한 날이다. 극장은 소공동에 위치한 명동극장. 조조를 보기로 했으므로 아침 일찍 중간지점인 건대입구 역 플랫폼에서 만나서 같이 가기로 했다. 그런데 아침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약속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어버렸다. 허겁지겁 건대입구 역에서 내려서 플랫폼을 살펴보니 친구가 없다. 친구 집에 전화를 걸어보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 기다려 보다가 먼저 가버렸나?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지하철을 타고 극장으로 향한다. 그렇게 명동극장 앞에 도착했는데 거기에도 친구는 없다. 조금 기다려 보다가 날도 춥고하여 이렇게 그냥 혼자 영화를 보기로 한다. 생각보다 극장에 일찍 도착한 셈이어서 매표소에서 표를 샀더니 선착순 100명에게 주는 사은품(볼펜)을 받을 수 있었다. 영화가 영화인지라 보러 온 사람들은 거의.. 아니 거의가 아니라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커플이었다. 커플들 사이에 끼여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제리 주커 감독, 데미 무어와 고인이 된 패트릭 스웨이지 주연의 사랑과 영혼. 어제 밤 11시 EBS 세계의 명화에서 방영했다. 시대를 느껴지게 하는 각본이긴 하지만 지금봐도 아이디어나 구성은 참 괜찮다. 괜히 흥행하는 건 아니니까... 극장에서 대화면과 음향으로 들었던 만큼은 안되지만 극적인 순간에 나오는 Unchained Melody의 감흥에 감탄사를 연발했고, 샘(패트릭 스웨이지)이 천국으로 떠나는 마지막 이별 장면에 또 다시 가슴이 뭉클해졌다. 




몰리가 샘의 영혼이 자기 옆에 있다는 것을 느낀 장면.


그러나 이 영화의 성공에는 단연 데미 무어의 캐스팅이 절대적 요인 중 하나였다고 단언할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 데미 무어는 나이가 28세 무렵으로 그 미모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이다. 그 눈부신 그녀가 그 큰 눈망울에 눈물이 그득 고이고 얼굴이 벌게지도록 울어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슬프지 않을 수가 있던가. 역대 여주인공이 가장 슬프게 잘 우는 영화로 손꼽히지 않을지. 


하나 더. 데미 무어의 목소리가 그렇게 허스키했었던가? 요즘 스칼렛 요한슨의 허스키 보이스에 감동하고 있는데 데미 무어의 보이스도 만만치 않다. 데미 무어의 목소리가 좀 더 보이쉬한 것 같다. 음... 생각해 보니 예전 극장에서 봤을 때에도 샘이 총에 맞은 후 몰리가 "Somebody~, somebody, help us~"하고 소리치는 장면에서 데미 무어의 목소리를 인상깊게 들었던 것 같다.


안그래도 최근 사랑과 영혼이 보고 싶어서 블루레이를 사야하나 생각 중이었는데, 이번 EBS 상영으로 구입은 보류하는 걸로.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사은품을 들고 집에 돌아 오고나서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 친구는 약속 장소에 나보다 더 늦게 나왔다고... 나와보니 없어서 그냥 집에 돌아갔다고... 그 얘기를 듣고 그냥 웃었다. 


그런데 그 볼펜은 어디갔지?




Comments

Facebook Comments : Comment Moderation T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