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gie's Blog
그녀 (her, 2013) 본문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와 이건? 뜻밖의 수확이랄까?
영화는 근미래에 정말로 있을 법한 설정을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 설정이란 것은 컴퓨팅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여 사람이 홈 컴퓨터와 이질감없이 언제 어디서든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설정으로 인해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묵직한 몇 가지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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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테오도어(호아킨 피닉스)는 퇴근 길에 광고를 보고 엘리먼트 소프트웨어사의 최초의 인공지능 운영체제라는 'OS1'을 구입한다. 딱딱한 대화체였던 이전의 운영체제와 달리 OS1은 '사만다'라는 이름을 가지고 매력적인 목소리(스칼렛 요한슨)와 유머러스하고 밝은 성격으로 테오도어에게 다가온다. 사랑하는 아내와 이혼 직전인 그는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에는 다소 자신감을 잃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그런 것을 친구와 터놓고 말하는 성격도 아니다. 그런 그에게 사만다는 개인 소유물로 은밀하게 대화가 가능한 대상이 되고 또한 인격과 직관을 가진 사만다는 폭발적으로 인간을 학습하며 육체의 느낌을 갈망한다. 곧 이 한 인간과 그 운영체제는 사랑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우리가 많은 사례에서 알고 있듯이 사랑은 변한다. 그의 아내도 변했고 친구인 에이미(에이미 아담스)도 9년이나 산 남편과 정말 사소한 일로 헤어진다. 사만다도 변한다. 그 사유가 골치아프긴 하지만... 당신을 정말 사랑하지만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야한다는 언제나 헤어질 땐 그러는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떠난다.
이 시점에서 한 영화가 생각이 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명대사를 남긴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 her는 사이버펑키 봄날은 간다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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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서로 간의 대화가 상당히 단절되어 있다. 실제 테오도어가 대화를 나누는 인물은 몇명되지 않고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다 (대화형 컴퓨터와 얘기하는 중). 미팅으로 만났던 여자도 상처받는 것에 두려워한다. 실제 사람들과 교감하고 상처받고 극복하고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성격좋고 잘 맞춰주는 매력적인 운영체제와 속마음을 얘기하며 사랑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현실도피, 오타쿠化가 될 뿐이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원하는 사람과 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려면 결국 사람과 부딪쳐야 한다. 가상(?)의 연인을 떠나보낸 테오도어에게 위로가 되어 주는 건 실재하는 친구인 에이미이다. 그녀도 마찬가지.
그래도 테오도어는 '신지'1처럼 찌질이로 남지는 않는다. 그는 성장했다. 누구도 그렇게 사랑해본 적 없을 만큼 사만다를 사랑했었고 그 과정을 통해 있는 그대로 상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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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영리하다. 직접 쓴 오리지널 각본 자체가 훌륭하기도 하고.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화면과 독특한 편집 그리고 절제되어 있으나 적절한 음악으로 인간과 사랑에 대한 묵직한 메세지를 세련되게 관객에게 전달한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빠질 수 없다. 쓸쓸함 자체인 표정의 호아킨 피닉스2는 말할 필요도 없고 스칼렛 요한슨은 목소리로만 '인생의 연기'를 펼쳤다. 에이미 아담스도 너무 예쁘게 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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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가 남자와 사랑을 했고 그 운영체제가 남자를 떠났다. 사만다가 읊어댄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또 다른 화두를 꺼낼 수 있다. 완전 사이버펑크 SF 장르의 이야기들인데... 그건 나중에.
2014년 5월 30일 금요일 23시 25분편. CGV 동수원 7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