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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2013

러브레터 재개봉 (Love Letter, 1995)

snowfrolic 2013. 2. 16. 03:04


14일에 13년만에 재개봉. 일본에서 리마스터링하여 블루레이로 출시하게 되었는데 기념 이벤트 상영인 듯. 이 소중한 영화를 안 볼 수 없지.


극장에서 다시 보게 되니 감격스러웠다. 오랜된 영화라 최근 제작된 영화들에 비하면 화면이 쨍하지는 못하고 음향도 그닥 좋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 그런건 부차적인 것들이다. 처음엔 아쉽다가도 이야기가 좋으면 이내 잊혀지는 것들. (영웅본색 재개봉 시에도 그랬듯)


다시말하면 리마스터링을 했지만 눈에 띄게 좋구나 하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막 실수도 수정되지 않았다. '국도'가 '국토'로 쓰였고 이츠키의 마지막 대사 '쑥스러워서 이 편지는 부치지 못하겠습니다'는 여전히 '가슴이 아파서...'로 오역되어 있었다[각주:1]



기본적으로 순진한(?) 남자의 (무섭기까지한) 고집스런 순애보 얘기이자 이를 추리해가는 전개인데, 이와이 슈운지는 다양한 장치들을 은근하게 사용하여 영화의 결말을 암시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아키바와 불아범이 내내 흥얼거리는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산호초. 그 노래는 이츠키가 조난을 당해 절벽 아래로 떨어졌을 때 마지막 순간 불렀던 노래라고 말한다. 그 첫 소절 "아~ 나의 사랑은 남쪽의 바람을 타고 달려요." 영화에서 이 가사는 번역되지 않고 한국에서는 이 노래의 내용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알아채기는 거의 불가능한데, 이 노래의 의미를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영화를 좀 더 재밌게 보았을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면 영화에서 두 이츠키 사이에 부드러운 바람이 계속 감돌았던 것은 의도적인 연출이었을 수도 있겠다. 학교 도서관 창문에서는 하얀 커튼이 늘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노래는 영화에서 또 하나의 해석으로 중의적일 수 있다. 실은 이츠키가 마츠다 세이코를 싫어했던게 아니라는 것. 영화중에 그것을 입증할 만한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아오키와 불아범의 대화를 통해 살짝 힌트를 던진다. 평소에 싫어했던 가수였는데 하필 그 순간에 불렀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해보면 죽어가는 순간에 불렀다는 것은 늘 입에 노래가 붙어있지 않고서야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또 중학시절 같은 이름의 이츠키를 특별한 이유없이 괴롭히고 이상하게 보이려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추측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속으로는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싫어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성격. 이츠키는 이런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이 노래로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츠키 이자식...






더불어 히로코와 이츠키 가족이 각자의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영화가 치유의 메세지를 전하기도 하는군...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제는 '러브레터'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2013년 2월 15일 밤 12시 5분. 동수원CGV 7관 E7.


그래도 아쉬웠던 점이라면,

화면비율이 2.35:1인데 1.85;1 스크린에서 레터박스 상영되었다는 점. 상하면은 거슬리지 않았는데 화면이 작아진 것이 조금 아쉬웠음. 국내에 2.35:1 스크린이 별로 없으니... 그리고 생각보다 동수원CGV 7관의 음향이 별로였다는 점. 영통 메가박스 M2관에서 볼 수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러브레터 (2013)

Love letter 
8.9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나카야마 미호, 사카이 미키, 카시와바라 타카시, 토요카와 에츠시, 시오미 산세이
정보
드라마 | 일본 | 117 분 | 201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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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츠키의 입장에서는 '쑥스러워서'가 맞겠으나 의역인지 오역인지 '가슴이 아파서'라는 대사의 느낌도 남다르긴 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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